[from문학] 국가대표의 눈물은 아름답다

기사작성 : 2014-09-30 13:37

본문


"
[포포투=인천문학경기장] 북한 여자-축구의 벽은 높았다. 한국은 그 벽을 넘지 못했다. 이번만큼은 넘을 수 있으리라 각오했건만, 실제로 승리에 가장 근접했건만, 결과는 같았다. 승부의 세계는 언제나 그렇듯 냉혹했다.
 
남북전 1.jpg

29일 북한과의 아시안게임 4강전에서 가장 빼어난 활약을 펼친 미드필더 전가을이 경기 후 취재진 앞에 섰다. “전 안 울었다”며 웃는데 입과 눈이 따로 논다. 울음을 참을 때 하는 행동이다. 아니나 다를까. 1분도 지나지 않아 닭똥 같은 눈물이 흘렀다.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선수들, 그중 골키퍼 김정미, 수비수 임선주 등의 눈덩이는 심하게 부었다. 몇 분 전의 라커룸 풍경이 눈앞에 그려졌다. 눈물을 참으려야 참을 수 없었으리라. 그만큼 승리가 간절한 북한전이었고 그만큼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간절했다.
 
생각할수록 아쉬움이 진한 경기였다. 전반 5분 정설빈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전매특허인 무회전 프리킥으로 선제 득점했다. 모두가 놀랐다. 그녀의 오른발을 떠난 공은 수비벽 위로 솟구쳤다가 골대 앞에서 뚝 떨어졌다. 예상치 못한 타이밍의 득점,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땡’ 소리와 동시에 카운터펀치를 날렸건만 북한은 꿈쩍하지 않았다. 가드를 고쳐 쓰고는 만회골 기회를 노렸다. 당황한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차분하고 정직하게 전방에 위치한 동료에게 전진패스를 보냈다. 또 문전으로 크로스를 날렸다. 결국 35분 위종심의 도움을 리예경이 골로 완성했다.
 
북한여자대표팀은 개인기량, 조직력, 체력, 활동량, 킥 정확도에서 한국보다 한두 수 위였다. 축구 강호다웠다. 그러나 그녀들에게도 빈틈은 있었다. 한국의 강한 전방 압박에 알게 모르게 내상을 입은 듯 했다. 후반 20분 이후 발이 무거워졌다. 북한답지 않은 어이없는 실수가 나오기도 했다.
 
남북전 2.jpg

한국은 한 시간여 만에 되찾은 기회를 살리려 분주했다. 박희영이 공중에 높이 떠서 헤딩슛을, 지소연이 꾸역꾸역 중거리 슈팅을 골문으로 날렸다. 골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두 번의 슈팅으로 경기장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그러나 기회는 얄궂게도 항상 위기를 달고 다닌다. 후반 추가시간 3분, 임선주가 페널티박스 안에서 골키퍼 김정미에게 헤딩 백패스를 시도했다. 공이 짧았다. 달려 들어가는 라은심과 달려 나온 김정미가 경합하는 과정에서 공은 왼쪽에 서 있던 허은별에게 데굴데굴 흘렀다. 허은별이 득점했다. 승부는 끝났다.
 
동료들이 다가가 격려하지만 임선주는 좀처럼 고개를 들지 못했다. 슬픔이 개인에서 팀 전체로 퍼져나갔다. 그녀들은 한데 모여 슬픔을 공유했다. 관중석으로 다 같이 걸어가 성원해준 팬들에게 감사인사를 한 뒤 라커룸으로 향했다. 그녀들만 모인 라커룸에서 펑펑 울었다.
 
소연 가을.jpg

눈물을 흘린 선수 중에는 유일한 해외파 지소연도 있었다. 4강전이 열리기 일주일 전인 22일 입국한 그는 시차 때문에 좀처럼 정상 컨디션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8강 대만전과 북한전을 치렀다. 자신이 원하는 수준의 경기력이 나오지 않았다고 생각한 탓인지 결승을 선물하지 못하고 떠나야 하는 현실 때문인지 누구보다 마음 아파했다.
 
지소연은 말했다. “아쉬워요. 대만전도 그렇고 오늘 경기에서도 몸이 너무 안 따라줬어요. 힘 있게 치고 달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어요. 아쉬워요. 너무 아쉬워요. 꼭 이기고 싶었는데...”
 
그녀들은 마음 여린 여자 선수라서 운 것이 아니다. 간절함, 원통함, 죄책감 때문에 울었다. 열정과 헌신이 있었기에 나오는 눈물이었다. 우리는 ‘국가대표’의 눈물을 기억해야 한다.
 
글=윤진만, 사진=FAphotos, 포포투


"
writer

by 관리자

트렌드
포포투 트렌드

차범근과 FFT+, 전설의 눈물

포포투 트렌드

[영상] 카메룬 대표팀은 왜 원피스 유니폼 입었나

Responsive image

포포투+ 창간호: 차범근, 파이오니어


Interview 이영표, 오쿠데라, 구자철, 박주호, 송범근, 김덕기, 송기룡, 주한 독일대사
Column & Essay 그를 이해하는 학문적인, 경험적인 방법론
Infographic 기록 그리고 함께한 감독과 선수
Article 국내외 언론의 관찰과 기록
City 차붐을 품었던 성격이 다른 두 도시 이야기
Quote 찬사와 평가 그리고 증언
Pictorial 이미지로 보는 개척사
Cover Story 차범근 인터뷰. 선구자의 삶: 성취와 오열 사이
주식회사 볕
07806 서울특별시 강서구 마곡중앙2로 35(이너매스마곡2), 821호
구독문의 : 02-302-1442    카톡 : fourfourtwokr
대표이사 김도영 사업자등록번호 : 758-88-00295 통신판매신고번호 : 제2019-서울강서-2752호
Copyright © BYUTT.COM All rights reserved.
포포투코리아 웹사이트 제작 디자인 lo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