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박사' 이상우와 축구선수의 공부

기사작성 : 2016-11-22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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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정다워]

“어떤 아줌마가 등에 ’KOREA’라고 써 있는 옷을 입은 선수를 보고 ‘쟤는 저거 읽을 수나 있으려나?’라고 말했어요. 진짜 충격적이었어요. 그때 이후로 무식한 축구선수가 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예비 박사’ 이상우(31, FC안양)의 공부는 그렇게 시작됐다. 

이상우는 프로축구선수다. 2008년 FC서울에서 데뷔했고, 2013년부터는 K리그 챌린지 안양에서 뛰고 있다. 이상우를 표현하는 또 다른 수식어 중 하나가 예비 박사다. 2009년 인하대학교에서 교육학 석사를 취득했고, 2012년부터는 스포츠심리학 전공으로 체육학 박사 과정에 도전하고 있다. 2부 리그이기는 하지만 프로선수로 뛰며 학업까지 병행한다. 말 그대로 ‘주경야독’이다. 

축구선수와 공부는 거리가 멀다. 기자가 학창시절을 보낸 19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 운동부 학생들은 주로 맨 뒷자리 구석에 앉아 잠만 잤다. 교사들도 그런 학생들을 신경쓰지 않았다. 운동에 ‘올인’하는 선수에 대한 일종의 배려였다. 시대가 달라졌다. 이제는 운동선수도 공부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많다. 이유는 간단하다. 축구로 성공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이상우는 10대 후반, 혹은 20대 초중반에 은퇴할지도 모르는 선수들을 향해 말한다. “공부하지 않는 건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것과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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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느낀 좌절감, 편견을 깨겠다는 의지

2008년 홍익대학교를 졸업한 이상우는 서울의 지명을 받아 프로에 입문했다. 당시 서울엔 쟁쟁한 스타들이 즐비했다. 김병지, 정조국, 이청용, 기성용, 아디, 데얀 등 K리그 최고의 선수들이 뛰던 시기였다. 신인 이상우는 좌절했다. “처음으로 내가 축구를 정말 못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멘탈이 무너졌어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 들었죠.” 

마침 일본에서 진행된 동계훈련에 김병준 인하대학교 체육학부 교수가 멘탈 코치로 참가했다. 세뇰 귀네슈 전 감독의 요청에 따라 선수들 멘탈 관리에 나선 것이다. 그의 강의를 들은 이상우는 스포츠심리학이라는 학문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때부터 이상우는 공부와 학업을 병행하기 시작했다.”무작정 교수님을 쫓아갔어요. 공부하겠다고. 선수를 그만둘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내가 은퇴 후에 뭐라도 하려면 공부를 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겼어요.” 

서울이라는 빅클럽에 입단할 정도의 선수가 쉽게 갖기 어려운 생각이다. 지금도 대부분의 프로선수들이 축구에만 집중한다. 은퇴 후를 생각하거나 다른 진로를 모색할 만큼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이상우는 “대학교 다닐 때도 수업을 거의 들었어요. 다른 학교와 달리 선수도 웬만하면 수업에 들어야 했어요. 그래서 다른 선수들에 비해 글자, 책, 공부와는 거리가 멀지 않았어요. 그래서 공부하겠다는 생각도 갖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아마 제가 정말 잘했던 선수면 축구만 하려고 했을 거예요. 부족한 걸 알았기 때문에 시작한 거죠”라고 말했다. 

공부는 미래를 준비하는 동시에 축구선수에 대한 편견을 깨는 도구이기도 하다. 이상우는  “대학생 때 태릉선수촌에 갔어요. 국가대표 선수였던 것 같은데 등에 ‘KOREA’가 쓰여진 옷을 입고 있었죠. 신호등에서 어떤 아줌마가 그 선수를 보고 ‘쟤는 저거 읽을 수나 있으려나?’라고 말했어요. 진짜 충격적이었어요. 운동선수를 보는 일반인의 인식을 노골적으로 목격한 거예요”라는 일화를 들려줬다. 이어 그는 “그때 이후로 무식한 축구선수가 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어요.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해요”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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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에 앉아 있는 것도 힘들었던 대학원생의 발전

공부에 대한 의지가 아무리 강해도 공부하는 습관이 없었던 이상우에게는 책상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고욕이었다. “처음에는 진짜 힘들더라고요. 축구만 하는 것도 힘든데 밤에 공부하려니 체력적으로도 무리가 가는 것 같았어요. 안 나던 코피까지 자주 났으니까요. 그래도 한 번 시작했으니 끝을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버텼어요. 버티니까 적응이 되더라고요. 이제는 공부하는 것도 편안해요.”

이상우가 가장 힘들어 했던 건 발표였다. 공만 차던 선수가 함께 공부하는 대학원생들 앞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는 것 자체가 생소했다. 특히 공부를 막 시작했던 교육대학원에서의 고충이 컸다. 이상우는 “모든 게 어색했어요. 앞에 나가서 말을 하는 것, 내가 공부한 걸 설명하는 것, 모든 게 힘들었죠. 많이 혼나기도 했어요. 그땐 힘들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진짜 못했어요.(웃음) 그래도 이제는 발표하는 것도 자연스러워요. 자신도 있는 편이고요”라고 말했다. 

2012년 스포츠심리학 박사 과정을 시작한 이상우는 조만간 박사 타이틀을 얻는다. 착실하게 공부한 그는 다른 대학원생들에게는 없는 무기까지 갖춘 ‘모범생’이다. 서울에서의 인연으로 이상우의 지도교수를 담당하는 김 교수는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공부를 잘하는 학생입니다. 무엇보다 공부를 하면서 축구 실력이 줄어들지 않았어요. 팀에서도 주축으로 뛰지 않습니까? 공부를 하면서 운동 능력도 유지하는 대단한 학생이에요”라며 제자를 칭찬했다. 최근 그는 팀 응집력에 대해 공부하며 눈문을 준비하고 있다. 이상우는 "챌린지에 있는 팀들은 전력이 다 비슷해요. 팀 응집력에서 차이가 나오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흥미롭게 연구하고 있어요"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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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우가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선수들에게

이상우는 축구선수들의 문의를 자주 받는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공부를 어떻게 시작하는지, 뭘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해 묻는다. 이상우는 “같은 팀은 물론이고 아예 모르는 선수, 한 번도 본 적 없는 선수들에게도 연락이 와요. 조언을 해주죠. 많은 사람들이 늦은 게 아니냐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전 20대 중반에 공부를 시작했어요. 현실적으로 은퇴하고 공부하면 내가 마흔은 돼야 박사 학위를 딸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럼 그 사이에 할 일이 없잖아요. 그래서 힘들지만 당장 시작한 거였어요. 선택을 잘한 거죠”라고 말했다. 

이젠 우리나라에서도 선진국처럼 운동과 공부를 병행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상우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특히 어린 선수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다. “어리면 어릴수록 좋아요. 아무리 선수라도 공부를 해야 해요. 프로선수가 돼 축구로 돈을 벌고 먹고 살 가능성은 정말 바늘구멍 들어가는 것만큼 어려워요. 도중에 축구 그만두면 뭐라도 해야 하잖아요. 공부를 안 한 선수는 정말 할 게 없어요. 제 주변에도 그런 선수들이 정말 많았어요. 축구선수라고 공부하지 않는 건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것과 다름없어요.” 예비 박사 이상우의 조언이다. 

사진=FAphotos

*더 자세한 인터뷰 내용은 <포포투> 12월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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