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샘프턴이 말하는 '유소년은 말이지..'

기사작성 : 2016-11-24 01:14

- 열다섯 살이 되었다. 축구 코치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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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정재은(파주)]

“부상으로 축구를 그만두고 열다섯 살부터 코치를 시작했다”
“축구를 하다가 안될 수도 있지 않은가? 사회인으로서 제대로 살아가려면 공부를 해야 한다”
“아이들이 클럽 정책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면 결국 클럽 잘못”
“어린 선수들을 프로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는 것은 선수들을 발전시킬 의지가 없다는 거다”

22일부터 파주NFC서는 제2회 2016 K리그 유소년 지도자 아카데미가 열렸다. 운동장으로 내려가니 23개 구단 U18팀 감독 및 코치진이 세 그룹으로 나뉘어 실기 수업을 받고 있었다. 웃음소리가 유난히 큰 그룹이 시선을 당겼다. 그들 사이에는 앳된 얼굴의 외국인 코치가 있었다.

사우샘프턴 유소년 아카데미 코치 루크 미들윅스(22)다. 그는 2박 3일 동안 파주에 머물며 유소년 지도자들을 교육한다. <포포투>가 미들윅스를 만났다. 사우샘프턴의 철학과 지도 방식, 그리고 미들윅스 개인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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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훈련은 즐겁게, 복습은 스스로 철저하게

Q. 만나서 반갑다. 어제 한국인 코치와 감독들을 훈련하던데, 어땠나?
A. 정말 즐거웠다! 유소년 선수를 육성하는 코치들을 위한 자리라고 들었다. 나는 정말 재밌게 훈련하려고 했다. 내 의도를 잘 이해하고 따라줘서 정말 좋았다. 훌륭했다. 미국과 독일을 다니며 축구를 경험했는데, 한국에서도 좋은 경험을 했다. 내가 더 도움을 받은 것 같다.

Q.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이것만큼은 꼭 알려줘야지’라고 생각한 게 있었나?  
A. 무언가를 알려준다기보다는, 훈련을 통해 강조하고 싶은 건 있었다. 가장 중요한 건 재미다. 두 번째로는, 공격 시 상대 수비를 압박하는 것과 점유하는 걸 강조하고 싶었다. (442: 적용이 잘 됐나?) 정말 감동적이었다. (한국 지도자 및 코치진의)수준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높았다. (파주NFC)시설도 좋았다. 훈련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다들 이해력이 빨랐다. 언어 장벽이 있었지만 전혀 문제 되지 않았다.

Q. 본인이 사우샘프턴에서 유소년 선수들을 지도하는 스타일은 어떤가?
A. 사실 코치하는 건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니다. 경기나 훈련이 끝나면 우선 ‘그래, 맞아, 잘했어’라고 한다. 그리고 경기 장면을 되돌려본다. 예를 들어, 골을 넣은 장면이 나왔다. 우리가 훈련하며 연습했던 걸 토대로 나온 골이면 스스로 뿌듯함을 느낀다. 잘 된 거다. 반대로 그런 골이 아니라면, 그것 역시 선수들이 스스로 느낄 수 있다. 다시 연습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Q. 선수들이 그렇게 직접 영상을 보면 훈련 과정 외에도 얻는 게 많을 것 같은데.
A. 미니 게임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게임하기 전에 선수들에게 내가 요구하는 바를 알려준다. 그리고 영상을 통해 선수들이 그 게임을 다시 보게끔 한다. ‘성공적으로 잘 됐나?’를 스스로 생각하게 한다. 그때 잘못된 게 있으면 그 장면을 다시 본다. 누구의 책임이고, 또 이런 실수가 나왔을 때는 누가 대응을 해야 하는 지 되돌아보게 한다. 그들이 스스로 ‘내가 뭘 해야 할까?’ 생각하는 거다. 정말 중요하다. 선수들도 알고 있다. 동료의 실수가 나왔을 때 누가 먼저 반응해야 하고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선수들끼리 알아갈 수 있다. 그러면 서로의 플레이 스타일도 알게 된다. 선수들은 다 다르니까. 또, 나를 가르치는 코치에 대해서도 알아가는 좋은 과정이다. 

# 스물두 살의 코치

Q. 나이가 어려서 깜짝 놀랐다. 스물두 살이라던데, 코치를 하기엔 어린 나이라고 느껴진다. 코치 경력이 궁금하다.
A. 내 나이는 어떻게 알았나?(웃음) 맞다. 나는 15세부터 코치를 시작했다. 당시 본머스에 살았는데 지역팀들을 코치하는 걸 시작했다. 열여덟 살이 됐다. 코치하는 게 너무 재밌더라. 제대로 배우고 싶었다. 미국으로 건너가서 많은 걸 배웠다. 2013년 막바지에 다시 잉글랜드로 돌아왔다. 본머스로 들어가 8~12세 팀들을 코치했다. U21 팀과 공생하며 많은 걸 얻었다. 그렇게 단계별로 코치 생활을 하다가 사우샘프턴에서 나를 스카우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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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열다섯 살 때부터 코치를 하기엔 쉽지 않다. 코치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계기가 있나?
A. 사실 어릴 적 나는 좋은 축구 선수였다. 아마도 내가 지금까지 뛰었으면 훨씬 더 높은 레벨에서 축구를 했을 거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다. 부상이 너무 많았다. 축구를 그만뒀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 열다섯 살이 됐는데 축구가 그리워지더라. 그라운드가 그리웠다. 대신 선수보단, 축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더 나은 방법이 뭘까 생각하다가 코치를 결심했다. 다행히 적성에 맞았다. 사람을 가르치고 어린 선수를 발전시키는 게 너무 좋았다. 그들에게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제공하고, 그들이 능력을 더 키울 수 있게 돕는 그 과정이 모두 좋았다. 선수들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 그게 너무 좋다. 코치로서 최고의 위치에 오르고 싶다. 물론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열심히 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다 보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웃음) 

Q. 어린 소년이 좌절을 딛고 일어서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게 코치가 되겠다고 결심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결정적인 요소가 있었나?
A. 내 고유의 생각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확실히 알아야 한다. 선수 이후의 삶까지 말이다. 나는 후에 체육교사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축구를 잠시 멈춘 기간을 통해 알게 됐다. 나는 그라운드 안에 있고 싶었다. 그래서 코치를 택했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걸 잘했고 선수들을 발전시키는 걸 즐겼다. 당시 나는 아주 어렸지만 정말 열정적이었다. 그 길을 계속 파고들었다. 

Q. 아이들의 좌절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는 입장이다.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조언을 해주기도 하나?
A. 상황에 따라 다르다. 같은 상황이어도 나의 메시지가 통하는 선수가 있고, 그렇지 않은 선수가 있다. 아까 말했듯 선수의 스타일은 다 다르니까. 선수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는 수밖에 없다. 그러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 내가 과거에 저질렀던 실수나 시행착오들을 아이들에게 얘기해준다. 아이들이 그런 실수 안 하게끔. 무엇이든 결정은 그들의 몫이다. 난 단지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입장이다. 

# 구단의 철학이 아이들에게 녹아들어야 한다

Q. 사우샘프턴 유소년 아카데미 출신 명단이 화려하다. 루크 쇼, 애덤 랄라나, 가레스 베일까지 있다. 잉글랜드 내에서도 프리미어리그 최상위 수준이라 평가하더라. 사우샘프턴만의 비결이 있는 건가?
A. 믿음(trust), 기회(opportunity), 신념(belief)이다. 간단하다. 아이들에게 믿음을 주고, 기회를 준다. 그러면 아이들은 1군으로 갈 수 있는 확신을 가질 수 있다. 좋은 코치진, 좋은 환경, 그리고 좋은 선수들이 맞물렸을 때 가장 큰 시너지 효과가 난다. 사실 어느 팀이든 내가 말한 요소는 갖고 있다. 중요한 건 팀의 철학이 얼마만큼 녹아들었느냐다. 

Q. 팀의 철학이라면?
A. 매년 1군 선수단 절반 이상을 아카데미 졸업생으로 채우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선수들의 재능과 실력을 키우는 데 사력을 다한다. 모든 아카데미 출신 선수들이 1군에서 뛸 수 있게끔 키우는 게 목표다. 

Q. <포포투 한국판> 12월호에 사우샘프턴 유소년 아카데미 이야기가 실렸다. 훈련뿐만 아니라 공부도 중시하더라. 
A. 한국의 축구선수는 축구만 한다고 들었다. 사우샘프턴에서 축구와 공부는 5:5다. 축구를 하다가 안 될 수도 있지 않은가? 선수이기 전에 사람이다. 사회인으로서 제대로 살아가려면 공부를 해야 한다. 중요하다. 사우샘프턴에 많은 코치가 있는 만큼 선생들도 많다. 모두 함께 아이들을 훈련하고, 가르친다. 중요도는 5:5 비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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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코치 입장에서 훈련과 공부의 밸런스를 맞추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
A. 그렇다. 밸런스 맞추는 건 사실 좀 어렵다. 그전에, 공부 자체가 어렵다.(웃음) 그러나 정말 중요한 부분이다. 미래를 봐야 한다. 개인의 삶도 중요하다. 아이들이 우리(사우샘프턴)의 정책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면 그것도 결국 우리의 잘못이다. 아이들이 사우샘프턴 아카데미에 온 이상 책임은 우리에게 있는 거니까. 교육을 잘 받을 수 있게 이해시켜야 한다. 교육도 축구의 일부다. 그렇다고 우리의 틀에 아이들을 억지로 맞추려고 하진 않는다. 어느 정도 타협점은 있다. 개개인이 가진 능력과 우리의 정책을 잘 조합해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도 부담 없이 공부를 할 수 있다. 

Q. 마지막 질문이다. 많은 지도자가 어린 선수들을 프로 무대에 데뷔시키는 걸 어려워 한다. ‘경험 부족’이란 이유에서다. 루크의 입장이 궁금하다.
A. 오, 그건 정말 좌절이다. 말 그대로 좌절이다. 뛰지 않으면 경험을 어떻게 쌓을 수 있나? 생각해보자. 올해 프리미어리그 데뷔 평균 나이가 22세다. 데뷔하려고 약 16년간 준비 기간을 가진다. 12~14년 동안 뛰기 위해 16년을 준비하는 거다. 그렇다고 준비 기간이 쉬웠을까? 정말 힘든 기간이다. 그들이 힘들게 뛰고 훈련하는 이유가 뭘까? 단순하다. 누군가 “오케이, 넌 됐다!”라고 말하는 걸 듣고 싶어서다. 그 한마디를 위해 16년 동안 준비하는 거다. 이런 점에서 축구는, 결정의 문제라고도 볼 수 있다. 감독의 결정에 따라 갈리는 것이다. 그런 선수들을 뛰지 않게 하는 건 그들에겐 좌절 그 자체다. 선수들을 발전시킬 의지가 없다는 거다. 그러면 어린 선수들 육성하기 힘들다. 

* 포포투 12월호에서 사우샘프턴의 <교육(education)>시스템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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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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