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up.told] 수원의 마지막 경기는 2016시즌이었다

기사작성 : 2016-12-04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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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정재은(서울월드컵경기장)]

길었다.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A컵 결승 2차전도, 2016시즌도 길었다. 평화로운 순간은 없었다. 울고, 웃는 순간의 연속이었다. FA컵 챔피언, 수원삼성의 이야기다.

12월 3일 그들은 FC서울을 상대했다. 1차전에서 2-1로 이겼다. 2차전서 이기거나 비기기만 해도 우승이었다. 그러나 수원은 평화와 거리가 멀었다. 익숙한 모습이다. FA컵 결승전은 2016시즌의 축소판이었다. 시즌 내내 수원이 보였던 모습 혹은 크고 작은 요소들이 그라운드 곳곳에서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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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동점골 그리고 역전골

후반 9분 조나탄이 선제골을 넣었다. 1-0이다. 수원은 이대로 끝나면 우승이다. 서울이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20분 아드리아노가 동점골을 넣었다. 끝이 아니었다. 추가 시간 3분에 교체 투입된 윤승원이 역전골을 넣었다. 그의 골을 도운 박주영이 웃통을 벗으며 환호했다. 합산스코어 3-3이 된 것이다. 양형모, 곽광선, 구자룡이 차례로 무너져 내렸다.

경기 후 서정원 수원 감독은 “이런 경기가 올해 상당히 많았는데, 또 그런 경기들이 생각나 정말 힘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복기했다. 그의 말대로, 수원이 역전당하는 장면은 낯설지 않았다. 올 시즌 내내 수원이 선제골을 넣고도 후반 막판 혹은 추가시간에 실점해 승점을 못 챙긴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수원은 K리그 12개 구단 중 최다 무승부(18회)를 기록했다. 대표적인 경기가 18라운드 울산현대전이다. 권창훈의 골로 앞서나가다 추가시간 5분에 2골을 내줘 1-2로 역전당했다. 수원은 막판 실점 트라우마에 시달리다 시즌 중에 심리 치료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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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퇴장, 연장전, 승부차기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가장 일어나선 안 될 일이 벌어졌다. 전반 36분 이정수가 퇴장당했다. 이미 경고를 한 차례 받은 상태였다. 이정수가 나간 지 5분 만에 다카하기도 레드 카드를 받았다. 필드플레이어가 나란히 9명이 됐다. 한 명이 부족한 상황에서 연장전과 승부차기를 모두 소화했다. 

역시 낯선 광경이 아니다. 지난 FA컵 8강 성남FC 경기가 오버랩됐다. 당시 이종성과 김태윤이 전반전 나란히 그라운드 밖으로 나갔다. 구자룡도 퇴장당하며 수원은 골키퍼를 제외하고 8명이 됐다. 그 상태로 연장전을 치르고 승부차기까지 갔다. 

그리고, 마지막은 양형모였다. 8강에서 양형모가 키커 두 명의 슈팅을 막았다. 4강에선 그가 10번째 키커로 섰다. 상대 유상훈이 실축하고, 양형모가 성공해 경기는 종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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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터닝 포인트

정규 시간이 종료됐다. 서울은 환호의 분위기 속에서, 수원은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 쉬는 시간을 가졌다. 염기훈이 분위기를 전환했다. “선수들한테 ‘왜 이렇게 얼굴이 굳어있느냐’고 얘기했다. 진 게 아니라고. 비기는 상황이고, 이대로 끝나도 승부차기가 있다고 인상 피라고 했다. 져도 괜찮으니 웃으면서 하자고 얘기했다. 선수들이 잘 따라줘서 우승까지 해낸 것 같다.”

선수들은 부담감을 덜었고, 한층 살아난 분위기 속에서 연장전을 치렀다. 주장의 한마디가 수원의 이날 흐름을 바꾼 셈이다. 한 시즌으로 확대하면 ‘전술 변화’가 보인다. 수원은 홍철이 복귀한 이후 백스리(back three) 전술을 집중적으로 훈련했다. 수원의 경기력은 점차 활기를 찾았다. 여기에 조나탄의 득점력이 더해져 효과는 배가되었다. 하위 스플릿 5경기서 3승 2무를 거두며 7위까지 상승했다. 

염기훈도 공감했다. “백포(back four)에선 골을 넣고도 먹히면서 선수단 분위기가 처졌는데 백스리로 바꾸면서 골 넣고 안 먹히는 경기가 나왔다. 공격수들 수비 부담이 적어져 자기 기량을 폭발시킬 수 있었다. 전술 변화가 우리 상승세의 원인이었다.” 

낭떠러지에 선 수원이 떨어지지 않은 건 이렇게 크고 작은 터닝 포인트가 존재한 덕분이었다. 

# 4. 서정원 감독 

이날 서정원 감독은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조나탄의 골에 승리를 확신했다. 권창훈을 빼고 곽광선을 투입하며 수비를 강화했다. 아드리아노의 동점골이 터졌다. 이상호가 나가고 조원희가 들어갔다. 90분안에 경기를 끝내겠다는 서 감독의 의지였다. 그러나 윤승원이 역전골을 터뜨리며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윤승원의 골이 터지자 서울 서포터즈 석에서 ‘수원아 또 속냐’라 적힌 걸개가 등장했다. 수원이 한 시즌 내내 보인 실수를 풍자했다. 수원은 수비를 강화해 승리를 지켜낸 적이 드물다. 후반 막판 실점도 오히려 라인을 내렸을 때 당하기 일쑤였다. 

수원이 이런 모습을 거듭 보이자 팬들은 화가 났다. 울산에 1-2로 역전당한 날, 수원 서포터즈는 구단 버스를 막아섰다. 서 감독이 팬들 앞에 섰다. 열심히 했다고, 최선을 다했다고 설명해도 화난 팬들 귀에는 그저 변명이었다. 서 감독이 “책임지겠다”는 말을 꺼내고 나서야 버스가 가는 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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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막바지엔 분위기가 달라졌다. 백스리 전술이 팀에 녹아들고, 순위가 오르고, 득점력이 살아나자 서 감독을 질타하는 목소리보다 응원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그리고 3일 마지막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렸다. 선수단이 얼싸안고 기뻐하는 사이에서 서정원 감독은 눈시울을 붉혔다. 홀로 서포터즈 앞으로 다가가 고마움을 표현했다. 팬들은 ‘영원하라 수원의 푸른별’이라고 노래했다.

그가 가장 마지막 순간에 보인 눈물은 한해의 아픔이자, 우승의 기쁨이었다. 그렇게 수원은 마지막까지 ‘힘든 경기’를 펼치며 ‘힘든 시즌’의 막을 내렸다. 

“정말 힘든 한해였다. 축구를 하며 가장 힘들었던 때다. 많이 아프기도 했다. 그렇지만 많은 걸 배워간다. 우리 선수들, 경기 잘하다가 골먹는 경기도 많았고, 리듬이 그렇게 꺾이니까 힘든 구렁텅이로 빠져들었다. 이 터널에서 어떻게 나올 수 있을까 함께 고민했다. 팀을 하나로 모아 마지막에는 우리 수원삼성의 자존심을 지키자는 말을 많이 했다. 선수들과 하나로 뭉쳐 위기의 상황을 극복해 나갔다. 우승으로 보답을 받아 기분이 좋다.” (서정원 감독)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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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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