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league.told] 우리동네 명승부, 대학축구는 '사이다'

기사작성 : 2017-03-25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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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정다워(수원)]

“어제 중국전보다 훨씬 재미있다.” 경기를 지켜본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꺼낸 말이다. 관계자들, 취재진, 그리고 관중들까지 같은 생각이었다. 고구마를 입에 잔뜩 넣고 간신히 넘긴 후 시원한 사이다 한 잔을 마신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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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3시 수원 아주대학교에선 U리그 역사에 남을 경기가 열렸다. 아주대와 고려대의 올 시즌 개막전이었다. 작년 아주대는 3권역, 고려대는 5권역과 왕중왕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전력이 비슷한 두 팀의 싸움은 치열한 난타전으로 진행됐다. 무려 8골이 터졌고, 경기는 4-4로 끝났다.

명승부였다. 고려대는 전반 8분 만에 하재현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김호, 안은산이 연속골을 터뜨리며 2-1로 역전했다. 아주대는 후반 6분 한승욱의 골로 동점을 만들었다. 팽팽한 승부의 추는 고려대로 기우는 듯 했다. 실점한지 6분 만에 안은산이 다시 고려대에 리드를 안겼다. 17분엔 정택훈이 팀의 네 번째 골을 터뜨리며 두 골 차이로 벌렸다. 아주대는 포기하지 않았다. 박창준이 34분과 추가시간에 극적인 골을 넣었다. 결국 두 팀의 승점 1점씩을 나눠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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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패스는 먹는 건가요?
두 팀 모두 공격적으로 경기를 운영했다. 라인을 높이 올리고 전진, 또 전진하는 전술이었다. 하석주 감독의 아주대는 미드필드에서 측면으로 이어지는 플레이가 훌륭했다. 긴 패스는 지양하고, 짧은 패스를 통해 공격의 활로를 찾았다. 왼쪽 윙어 김덕중은 빠른 발과 저돌적인 돌파로 아주대의 공격을 이끌었다. 백패스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웬만하면 패스는 앞으로 향했다. 공격적인 축구의 전형이었다.

서동원 감독이 이끄는 고려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주도권을 아주대에 내준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기회를 만들었다. 아주대보다 결정력 면에서 탁월했다. 전반 아주대의 기세에 눌려 어려움을 겪었지만, 어렵게 잡은 득점 기회를 살리며 역전에 성공했다. 4-2로 앞선 후반에도 공격의 끈을 놓지 않았다. 발 빠른 박상혁을 앞세워 날카로운 역습을 시도했다.

대학 축구라서 가능한 경기 양상이었다. 승점 1점에 운명이 달라지는 프로, 혹은 국가대표 세계에선 플레이가 조심스럽다. K리그만 봐도 일단 꼬리를 내리고 눈치를 보며 경기를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대학은 다르다. 결과보단 과정, 내용이 중요하다. 공격 일변도로 뛸 수 있는 이유다. 하 감독은 “두 팀 모두 공격적이다. 기본적으로 대학이 프로보다는 더 과감하다고 볼 수 있다. 어린 선수들에게 중요한 건 결과가 아니라 내용이기 때문이다. 보는 입장에선 더 흥미로울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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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은 멋지고, 때론 싸우는 것도 좋고
멋진 골들이 연이어 터졌다. 두 팀 모두 워낙 공격의 세밀함이 뛰어났다. 특히 아주대가 마지막에 터뜨린 두 골을 모두 훌륭했다. 히어로는 박창준이었다. 후반 34분 단독 돌파로 수비수 몇 명을 따돌리고 멋진 골을 터뜨리며 추격의 불씨를 살렸다. 그는 후반 추가시간 환상적인 오버헤드킥으로 동점골을 터뜨렸다. 혼전 상황에서 과감하게 시도한 슛이 골망을 흔들었다.

경기가 격양되는 모습도 있었다. 후반 40분 고려대 골키퍼 이건호가 오른쪽 페널티박스 바로 밖에서 아주대 공격수를 잡아 경고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두 팀 선수들이 충돌했다. 심판진이 모두 피치 안으로 뛰어들어 말릴 정도로 격한 장면이었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느낌보다는, 그것조차도 흥미롭게 느껴졌다. 야구의 벤치 클리어링처럼 경기의 일환인 것처럼 보였다. 경기를 더 뜨겁게 만드는 요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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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3명의 관중
명승부는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관중이 있어야 진짜 의미가 있다. 이날 경기가 그랬다. 아주대 추산 1753명이 경기를 지켜봤다. 웬만한 K리그 챌린지 경기 수준으로 많았다. 과장이 아니다. 관전이 가능한 3면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리에 앉아, 혹은 서서 경기를 즐겼다. 경기를 보기 위해 온 관중들도 있었고, 운동장을 지나가던 길에 대충 보다 재미있어서 자리 잡은 이들이 많았다. 아주대 학생들은 물론이고 산책 나온 동네 주민들까지 합세했다.

경기장 분위기는 후끈했다. 특히 아주대가 후반 막판 뒷심을 발휘하며 연속골을 터뜨릴 때가 절정이었다. 후반 종료 직전 박창준의 동점골이 터졌을 땐 월드컵 4강에 진출한 분위기였다. 모든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들고 소리를 쳤다. K리그에서도 보기 드물다는 말도 과장이 아닐 정도로 흥분의 도가니였다. 명승부에서 빠질 수 없는 주인공, 바로 관중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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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만들어진 환경이 아니다
명승부를 만든 배경엔 아주대프론트가 있었다. 아주대는 대학에서 드물게 프론트를 운영하는 팀이다. 2015년부터 학생들이 직접 축구부를 운영한다. 프로팀에서 하는 거의 모든 일을 똑같이 실행한다. 운영, 마케팅, 홍보 등을 도맡아 한다. 다양한 과의 학생들이 모여 다양한 일을 소화하고 있다. 작년 11명에서 올해엔 20여 명으로 늘었다. 작년 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에서 최우수 홍보 대학에 선정될 정도로 인정받는다. 이제는 다른 학교의 롤모델이 될 만큼 자리 잡았다.

학교의 지원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아주대는 건강한 스포츠 문화의 구심점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프론트를 지원한다. 교수, 교직원 등이 적극적으로 축구부 일을 돕는다. 대학리그에서 보기 드문 부상 선수용 카트도 아주대엔 있다. 지난 겨울엔 태국으로 전지훈련도 다녀왔다. 학교의 후원 없이는 불가능했을 일이다. 박창준은 “학교에서 지원을 정말 잘해주신다. 다른 학교들에 비해 좋아서 자부심이 크다”라고 말했다.

프론트와 함께 아주대는 지역 속으로 들어가는 중이다. 학생, 선수, 그리고 감독이 모두 축구부 알리기에 동참한다. 선수들이 직접 홍보 활동에 나선다. 하 감독은 학교 동아리와 직접 만나 축구를 한다. 프로팀이 지역 팬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하는 활동들을 아주대 구성원들이 직접 하고 있는 것이다. 하 감독은 “이런 문화가 다른 학교에도 정착됐으면 좋겠다. 지금 대학 스포츠가 위기라고 하는데, 위기를 지켜보기만 해서는 안 된다. 탈출구를 마련해야 하는데 아주대가 그런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명승부의 배경엔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다. 대학 축구, 크게는 대학 스포츠가 나아가야 할 길을 확인한 현장이었다.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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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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