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sian.road] 감독과 선수가 함께 만든 위기

기사작성 : 2017-03-29 02:50

-위기의 한국 축구
-슈틸리케 감독 경질 여론 형성
-선수들도 책임이 있다

본문


[포포투=정다워]

의심의 여지 없는 위기다. 월드컵 최종예선 3경기만을 남겨놓은 시점에서 불안한 2위에 머물고 있다. 1위 이란을 따라잡는 건 고사하고, 지금 자리를 지키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결과도 문제지만, 개선되지 않는 경기력은 더 걱정스럽다. 거의 매 경기에서 상대에게 쫓기는 입장에 선다. 졸전이 계속되면 이건 실력으로 봐야 한다.

비판의 화살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에게 향한다. 28일 시리아전 승리에도 여론은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감독 교체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근거는 충분하다. 부임한지 2년이 넘었지만 지금 한국 대표팀은 개성이 없다. 어떤 스타일로 경기를 운영하는지 알기 어렵다. 당연히 있어야 할 팀 컬러도 실종됐다. 감독의 책임이 큰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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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 감독은 부임 초기 한국을 아시안컵 준우승으로 인도하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당시 한국은 경기력 면에선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성과를 냈다. ‘늪축구’, ‘실학축구’ 등 긍정적인 의미가 담긴 별명도 얻었다.

지금은 다르다. 내용과 결과 모두 잡지 못한다. 이미 2패를 기록 중이고, 원정에서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두 골 이상 차이로 승리한 적은 아예 없다. 여유는 사라진지 오래다. 두 가지 목표를 모두 잡지 못하니 슈틸리케 감독의 거취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자연스럽다.

주변국들의 상황이 슈틸리케 감독의 능력을 더 의심하게 만든다. 같은 조의 이란은 7경기서 단 한 골도 내주지 않는 강력한 수비 조직력을 바탕으로 5승 2무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당장 다음 경기에서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할 수 있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의 지도 아래 확실한 색깔을 유지하고 있다.

라이벌 일본도 안정을 찾는 분위기다. 바히드 할릴로지치 감독 부임 초기 어려움을 겪었던 것과 달리 최근 3연승을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28일 안방에서 태국을 4-0으로 대파하며 실력을 과시했다. B조의 사우디아라비아도 마찬가지다. 몰락했던 중동의 명가가 부활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대한축구협회가 협상했던 베르트 판마르바이크 감독이 성공적으로 팀을 이끌고 있다. 감독 교체가 신의 한 수였다는 평가다. 여전히 팀을 만들지 못한 슈틸리케 감독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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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의 책임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대표팀이 위기에 빠진 게 오직 감독 한 사람의 잘못이라고 보긴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축구는 선수들이 한다. 감독의 역할이 미치지 못하는 범위도 있다. 감독이 손 쓰지 못하는 부분에선 선수가 제 몫을 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대표팀 선수들을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주장 기성용은 시리아전이 끝난 후 작심한 듯 선수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감독의 능력과 상관없이 선수들의 능력 자체가 부족하다는 게 기성용의 주장이었다. 선수들 들으라고 하는 소리 같았다.

“언론이나 밖에선 감독이 문제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내가 보기엔 전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선수들이 경기력을 제대로 못 보여주는 게 문제다. 지금 같이 경기를 하면 감독이 누가 와도 문제는 많이 생길 거다. 지금까지는 주장으로 선수들에게 항상 좋은 이야기를 하며 자신감을 심어줬는데 이번 2연전을 통해 경기력이 얼마나 좋지 않은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그건 감독 전술이나 누가 뛰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기본적으로 경기력이 부족하다. 볼이 가면 제대로 관리를 못하고 다 빼앗긴다. 대표팀 수준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감독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선수들이 다시 한 번 정신을 차려야 한다. 그게 대표팀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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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과 선수들이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다. 감독은 상대에 맞는 전술을 연구하고 승리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나마 긍정적인 것은 설기현 코치 부임 후 전술적으로 고민하는 폭이 넓어졌다는 점이다. 구자철은 “설기현 코치님이 새로 들어신 후 도움을 주신다”라고 말했다. 위기 속 찾은 긍정적인 신호다.

한 가지 더. 모두는 아니어도 대체로 납득할 수 있는 선수 선발도 필요하다. “대표팀 수준으로 부족하다”는 기성용의 말에 해당하는 선수가 나오지 않도록 엔트리를 짜는 과정에서부터 신중해야 한다. 자신이 잘 아는 선수를 뽑는 것도 좋지만, 대표팀은 한국에서 가장 잘하는 선수들이 모이는 곳이라는 사실도 잊어선 안 된다.

선수들은 기성용의 말대로 “정신을 차리고” 경기에 나서야 한다. 더 이상의 패배는 용납할 수 없다. 홈에서만 4승을 기록 중인 대표팀은 두 번의 원정을 남겨놓고 있다. 아직 원정 승리가 없어 불안함이 증폭된다. 기성용의 말에 공감한다던 손흥민은 “축구는 선수들이 한다. 책임감 없이 하는 건 안 된다”며 동료들의 선전을 촉구했다.

불 지른 사람 따로, 끄는 사람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사회에선 119가 출동해 불을 끄지만, 축구는 다르다. 직접 소방관이 돼 불을 꺼야 한다. 감독과 선수들이 해야 할 몫이다. 대신 해줄 사람은 없다.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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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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