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인천] 수원의 전력투구, 염기훈의 눈물

기사작성 : 2017-04-20 02:26

-FA컵 32강, 수원은 올인했다
-염기훈은 눈물을 머금었다
-수원은 반전에 성공한 걸까?

본문


[포포투=정다워(인천축구전용경기장)]

일반적으로 K리그 클래식 팀들은 FA컵 대회 초반에 ‘올인’ 하지 않는다. 적절한 로테이션을 통해 선수들의 체력을 안배하며 주말 리그 경기를 준비한다. 아예 포기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전력을 총동원 하는 경우도 흔치 않다. 우선 순위에서 리그가 앞서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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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FA컵 32강 인천유나이티드와 수원삼성의 경기. 선발 라인업 카드는 완벽하게 엇갈렸다. 홈팀 인천은 사실상 2군으로 출전했다. 문선민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 대부분이 베스트XI과는 거리가 멀었다. 앞서 설명한 FA컵에서 쉬어가는 패턴의 전형이었다. 반면 수원은 염기훈을 비롯한 주전급 선수들이 대거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서정원 감독의 의지가 느껴졌다.

#수원은 왜 쉬어갈 수 없었나

수원은 후반 11분 터진 염기훈의 프리킥골을 앞세워 1-0으로 이겼다. 경기 내용에선 상대를 압도하지 못했지만 가까스로 승리를 잡았다. 과정과 상관없이 다음 라운드 진출에 성공했으니 서 감독의 선택은 성공으로 끝난 셈이다. 프로의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결과다.

사실 서 감독의 선택은 위험한 측면이 있다. 수원은 3일 후인 22일 평창 원정을 떠난다. 만만치 않은 강원 FC와의 경기를 앞두고 있다. 강원은 상위 스플릿에 해당하는 5위에 올라 있다. 리그에서 승리가 없는 수원과 달리 2승을 챙겼다. 선수 구성도 좋다. 게다가 수원은 체력적으로 훨씬 불리하다.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일정 때문에 지난 열흘 동안 세 경기를 소화했다. 이런 상황에서 로테이션을 소홀히 하는 건 독이 될 수 있다. 자칫하면 리그 첫 승 가능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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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감독도 이 부분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는 이번만큼은 체력 안배나 컨디션 조절 대신 ‘승리’에 집중했다. “첫 번째가 뭔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우리의 상황에서 자신감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승리가 필요했다. 승리를 챙기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거라 생각한다. 안 좋은 상황에서는 그런 방법을 쓰는 것도 나쁘지 않다.”

수원은 최근 팀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리그 무승 행진으로 인해 팬들은 뿔이 났고, 급기야 선수와 충돌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고참 이정수는 팀과의 논의 없이 수원을 떠나겠다고 공언해 팀이 혼란에 빠졌다. 서 감독은 혼탁해진 공기를 환기하는 방법으로 경기에서의 승리를 택한 것이다.

#염기훈은 왜 눈물을 머금었나

서 감독에게만 이 경기에서의 승리가 간절했던 건 아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팬들의 격한 반응과 갑작스런 고참의 결별 선언이 남긴 충격파가 고스란히 전달됐다. 염기훈은 “정수 형의 사건으로 인해 나도 많이 놀랐다. 너무 놀라서 선수들에게 아무 말도 못했다”는 팀 분위기를 전했다.

그래서인지 선수들도 어느 때보다 투지 넘치게 뛰었다. 후반으로 갈수록 수비 집중력이 좋아졌다. 후반 28분 매튜는 실점과 다름없는 장면에서 몸을 날려 막아냈다. 인천의 계속되는 프리킥, 코너킥도 견고하게 방어했다. ‘세오 타임’은 이날 경기에 등장하지 않았다. 경기가 끝나자 수원 선수들은 피치에 누워버렸다. 90분 동안 모든 걸 쏟아 부은 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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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기훈은 득점 후 팬들에게 달려갔다. 서로 껴안고 기쁨을 나눴다. “팬들도 힘들다는 걸 안다. 힘든 걸 나누고 싶었다. 눈물을 보이는 팬들이 있어 나도 울컥했다.” 경기가 끝나고 승리가 확정되자 염기훈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믹스트존에서 서 감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염기훈은 다시 한 번 눈물을 머금었다. 작게 떨리는 목소리로 “감독님이 제일 힘드실 거다. 모든 책임을 지는 분이다. 힘드실 때 우리가 웃게 해드려야 한다. 승리해야 한다. 첫 승으로 환하게 웃으실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리그에서 이겨야 진짜

FA컵에서의 승리보다 중요한 건 이 분위기를 리그로 끌고 가는 것이다. 지난 주중에도 수원은 이스턴을 5-0으로 대파했지만 또 다시 리그 경기에서 부진했다. 인천전 승리의 흐름이 강원전으로 이어가야 한다. 또 다시 졸전을 벌이면 FA컵에서 거둔 승리의 의미가 퇴색된다. FA컵에서 체력 안배를 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 가까스로 회복한 분위기가 원점으로 돌아가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염기훈도 이 사실을 잘 안다. 그는 지난 주와 달리 이번 리그 경기에서는 달라질 것이라 확신했다. 인천전 승리가 반전의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이번 승리는 다르게 느껴진다. 강원전에서는 리그 첫 승을 할 거란 확신이 든다.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정신적으로 이겨내야 한다. 지금은 체력이 문제가 아니다. 꼭 승리하겠다.”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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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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