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평창] 수원, 리그 첫 승 이렇게 힘듭니다

기사작성 : 2017-04-23 01:21

- 수원삼성이 리그 첫 번째 승리를 거뒀다
- 매튜의 헤딩 그리고 신화용의 영웅 선방
- 강원FC 1-2 수원삼성

본문


[포포투=정재은(평창)]

유난히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다. 별표를 잔뜩 그려놓은 문제 한 개를 안고 끙끙 앓는다. 그러다 시험이 종료된다. 맞히면 다른 문제를 틀려도 기분이 좋다. 노력의 보상이니까. 틀리면 다른 문제를 맞혀도 그 여파가 오래 간다. 이 문제를 위해 들인 노력이 혹시나 헛된 노력일까 싶어서.

수원삼성의 서정원 감독도 그랬을 것이다.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위, FA컵 16강 진출이라는 기록을 쓰고도 웃지 못했다. 리그 승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스턴SC에 5골을 넣고도 주장 염기훈은 “웃음이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원에 리그는 가장 풀리지 않는 문제였다. 4월 22일, 마침내 노력이 빛을 봤다.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7라운드, 평창 알펜시아에서 수원이 강원FC를 2-1로 꺾어 첫 승을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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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전 난이도: 상

수원은 매 경기가 힘들다. 뒷심 부족, 막판 실점, 무승부는 언젠가부터 그들을 상징하는 키워드가 됐다. 그들을 상대하는 팀들도 물론 알고 있다. 최윤겸 강원 감독은 수원을 두고 “부담될 것이다. 징크스가 되지 않았나 싶다. 무승부를 거두거나 후반 막판에 골 먹어 심리적인 부담감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원 감독은 아팠다. “클래식에서 유난히 못 해서”다. “우리 팀이 비기는 이미지가 있지만 안고 갈 수밖에 없는 거다. 늘 우리가 위에 있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이젠 스트레스로 이어진다. 특히 (염)기훈이가 마음고생이 심하다. 안쓰럽다. 저번 게임(FA컵 인천전)에서도 그런 모습이 보였다.”

수원이 힘든 건 성적뿐만 아니다. 수비수 줄부상, 조나탄의 부진, 베테랑 이정수의 은퇴까지 선수단의 분위기는 안팎으로 흔들렸다. 여기에 서포터즈의 야유와 수원삼성을 바라보는 비관적 시선이 더해져 숨돌릴 곳이 없었다.

그래서 강원전 난이도는 ‘상’이었다. 역시 힘든 경기였다. 디에고는 수원 4인을 뚫고 전방으로 질주했다. 문창진은 드리블 속도를 센스있게 조절하며 좌우로 패스를 내줬다. 이근호의 중거리 슈팅은 강력했고 황진성의 왼발은 정확했다. 김오규는 고승범을, 백종환은 염기훈을 막았다. 선제골도 강원의 몫이었다.

# 문제 풀이: 매튜, 김종우, 염기훈

수원이 경기를 풀어나가는 방법은 매튜와 김종우, 그리고 염기훈이었다. 언젠가부터 수원은 ‘염기훈만 막으면 되는 팀’이 되었다. 대구FC전, 박태홍은 “후반전에는 기훈이 형만 막았다”고 말했고 상주상무전에선 김태완 감독이 “염기훈 선수가 워낙 날카로우니 잘 막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흘 전 FA컵 인천유나티드전에서도 염기훈의 왼발이 수원을 16강으로 끌어올렸다. 그때부터 서 감독은 고민했다. “분명 강원은 우리의 경기를 연구하고 올 것”을 알고 있었다. “매번 같은 패턴이라면 상대가 다 알기 때문에 계속 바꿔줘야 한다고 생각”해서 염기훈의 역할을 그의 동료에게 넘겼다. 김종우였다. 늘 염기훈 몫이었던 코너킥 키커 자리에 김종우가 섰다.

성공적이었다. 김종우가 오른발로 찬 공이 골 에어리어 우측에 있는 매튜의 머리에 걸렸다. 헤딩골이 터졌다. 전반 33분과 후반 31분, 두 차례 같은 장면이 나왔다. 동점골을 허용하거나 역전당하는 게 더 ‘익숙해 보이는’ 수원이 반대의 상황을 만들어냈다. 최 감독은 “세트플레이에 강점이 있는 팀”이라 말했다. 승리의 색깔이 짙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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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답: “힘을 내라, 수원!” 그리고 신화용

경기 종료 5분 전이 됐다. 본부석에서 한 강원 팬이 “세오(SE0; 서정원 감독 애칭) 타임!”을 외쳤다. 경기 막판 실점하는 패턴을 의미한다. 그러더니 수원 원정 서포터즈석에서 이례적인 구호가 나왔다. 이기고 있을 때 늘 승리를 노래하던 그들이 이날만큼은 다른 소리를 냈다. “힘을 내라, 수원!”이었다. 수원이 막판 트라우마에서 깨어날 수 있게 만드는 목소리였다.

추가 시간 4분이 주어졌다. 그들은 계속해서 힘을 내라 외쳤다. 3분이 흘렀다. 강원이 수원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그때, 조원희가 공을 걷어내는 과정에서 심판의 페널티킥 휘슬이 울렸다. 반대편에 서 있던 이범영은 너무 기쁜 나머지 주저앉았다. 수원 응원석은 찬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디에고가 공 앞에 섰다. 왼쪽 구석으로 찼다. 신화용이 막았다.

경기 후 만난 그에게 당시 상황을 물었다. “정말 이건…판정하는 순간 하늘이 무너진다고 해야 하나? 워낙 수원이 작년에 그런(비기는)경기를 했고 나도 여기에 와서 그런 경험을 했기 때문에…”라며 말끝을 흐렸다.

“다미르가 내게 와서 ‘너는 막을 수 있다’고 말하더라. 그래서 나도 ‘그래, 막으면 된다’라 생각했다. 골대로 가서 집중했고, 심리 싸움에서도 이겼다. 선제골을 그렇게(왼쪽으로) 찼는데, 두 번째엔 보통 반대로 찰 텐데 내가 왼쪽으로 차도록 유도했다. 진짜 거기로 차더라. 빨리 반응해서 막을 수 있었다.” 끝날 때까지 쉽사리 풀리지 않던 문제, 해답은 “힘을 내라”는 목소리와 신화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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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을 떠나기 전 서 감독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정신력으로 버티면서 계속 이끌어나가고 헤쳐나가는 우리 선수들에게 고맙고 박수 쳐주고 싶다. 무엇보다 이 먼 곳까지 서포터들이 많이 왔는데 힘들 때 선수들에게 큰 힘을 줘서 감사하다. 오늘을 발판으로 좋은 기류를 만들겠다”였다.

경기 후 늘 “드릴 말씀이 없다”던 염기훈은 “고맙습니다”라 말했다. 첫 승을 거두는 게 이렇게 힘들었다. 그래서 수원에 더욱 소중하다.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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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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