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interview] 구자철, “WC 본선행, 갈수록 힘들어지지만…”

기사작성 : 2017-06-09 13:59

-2016-17시즌 분데스리가에서의 활약상을 자평하면?
-슈틸리케호의 러시아행 도전기에 관한 속내는?
-재활에 한창인 구자철을 만났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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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배진경]

몇 년 전 분데스리가 휴식기에 한국으로 들어온 구자철(28, 아우크스부르크)을 만났을 때다. 휴가 계획에 관한 질문에 그는 “가장 먼저 맛있는 음식이 떠오른다”며 “독일에 있을 때는 늘 한국 음식이 그립다”고 했다. 이번 휴가는 좀 다르다. 남들보다 먼저 쉬기 시작했지만 식도락도, 달콤한 휴가 계획도 모두 뒤로 미뤘다. 재활에 집중하느라 당장 ‘흥’을 즐길 여유는 없다.

구자철은 지난 4월 분데스리가 경기에서 부상 암초에 걸렸다. 쾰른전에서 상대와 공중볼을 다투고 착지하던 과정에서 오른쪽 무릎이 꺾였다. 안쪽 인대가 파열됐다는 진단에 따라 일찌감치 시즌을 마감했다. 안팎으로 위기 상황이었다. 소속팀은 잔류 전쟁에 한창이었고 한국 대표팀은 2018러시아월드컵 본선 진출을 놓고 살얼음판 경쟁을 이어가는 중이었다. 복귀 일정을 당기기 위해 재활에 바짝 집중했다. 결과적으로 6월 대표팀 소집에 응하지 못했다. 재발 요인까지 고려하면, 무리하기 보다 한 박자 쉬어가는 게 나은 선택이었다. 그 사이 아우크스부르크는 잔류를 확정했다. 한시름 놓았다. 그렇지만 대표팀은 여전히 험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구자철은 “동료들을 믿는다”고 했다. “월드컵 본선까지 가는 길이 갈수록 힘들어진다”고 인정하면서도 “끝까지 버티고 역전하는 힘은 한국축구가 갖고 있는 장점”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구자철에게 ‘만약’이라는 말로 시작하는 질문을 던졌다. 단번에 이런 답이 돌아왔다. “월드컵에 못나간다고 생각하면 내가 미쳐 버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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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초입 어느 날, 강동구의 한 재활병원을 찾았다. 구자철이 홀로 재활에 땀을 쏟고 있는 현장이었다. 하루에 3시간씩 “욕 나올 정도로” 훈련을 소화하는 중이다.


그냥 보기에는 무리없이 걷는 것 같다. 어느 정도로 회복되었나?

“80% 정도 회복된 것 같다. (시즌 막바지부터) 5주 정도 쉬었다. 생각보다 빨리 낫지 않아서 천천히 재활하는 중이다. 휴가 기간에 쉬는 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훈련하고 있다.(웃음) 시즌 개막에 맞춰 정상 컨디션이 될 수 있도록 몸을 만들고 있다.”


재활 중 힘들거나 신경쓰이는 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재발 가능성이다. 재발하지 않으려면 통증이 없어야 한다. 통증 상태로 훈련을 시작하면 언제 또 다칠지 모른다. 치료와 훈련을 병행하고 있다. (FFT: 심리적 어려움은?) 조급했던 예전에 비하면 심리적으로는 오히려 편하다. 편하긴 한데 (부상은) 늘 반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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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분데스리가에서 ‘구자철의 시간’을 돌아본다면.

“여러가지로 아쉬웠다. 개인적으로는 공격포인트를 많이 못 올린 게 가장 아쉽다. 시즌 내내 감독님, 단장님과 대화를 많이 나눴지만 실질적으로 내가 원하는 포지션에서 뛴 적이 많이 없었다. 팀을 위해 희생해주길 원했고, 나도 지금까지 그렇게 뛰어왔다. 진짜로 원하는 포지션보다는 팀이나 감독님이 쓰고 싶어하는 포지션에서 설 때가 많았다. 부상은 뭐, 이제는 누구를 원망하고 싶지도 않다.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 다했다고 믿고 싶다.”


팀에서 여러 역할을 소화했다. 가장 원했던 자리는 어디인가.

“투 볼란치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서고 싶었다. 내가 그 역할을 맡을 때 좋은 모습이었고, 팀 승률도가장 높았다. 감독 전술에 따라 공격형 미드필더로 뛸 때면 소화해야 하는 임무가 다르다. 계속 등을 지고 받아야 한다는 게 조금 부담되는 시즌이었다. 전술도 감독이 바뀌면서 계속 달라졌다. 그 상황에서 양쪽 날개로도 뛰고 공격형 미드필더, 센터포워드까지 섰다. 솔직히 리듬 찾기가 쉽지 않았다. 웬만큼 경험도 있고 해서 따라가려고 하는데도 그냥 내 역할에서 기본 정도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많았다. 내 역할 이상을 하고 싶었는데, 1년이 그냥 지나갔다.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다. 독일에 진출했을 때 리그에서 가장 좋은 미드필더가 되겠다는 꿈이 있었다. 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아직도 품고 있다. 진짜 원하는 포지션에서 뛰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갖게 된다.”


아우크스부르크와의 계약 연장에는 그런 의지도 포함된 건가?

“꼭 그런 건 아니다. 옵션 계약이 있었다. 계약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구단과의 대화가 좀 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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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11년차다. 이제 K리그보다 유럽에서 뛴 시간이 훨씬 길어졌다. 독일에서 장수하는 미드필더가 된 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유럽 그리고 분데스리가 한 팀의 일원으로서 일정한 역할을 부여받았다는 것에 책임감과 감사함을 느낀다. 감사의 마음으로 팀을 위해 희생하기도 했다. (FFT: 단순히 유럽 진출이 아니라 유럽에서 오래 뛰는 선수가 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일단 포기하면 안된다. 정말 힘들다. 감독님에게 반항하고 싶을 때도 있고 훈련하다 농땡이 부리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러고 싶을 때, 그래도 노력해야 한다. 그러면 반드시 기회가 온다. 마음에 좀 안 들거나 일이 원하는 대로 안될 때, 빨리 포기하면 기회가 다신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무슨 상황이든 최악이라고 여겨질 때도 최소한 2주에서 4주 정도는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지켜보는 게 중요하다. 나는 그렇게 뛰어왔다. 사실 힘든 건 유럽뿐만 아니라 K리그도 그렇지 않나. 프로팀에 입단하고 진짜로 자리잡기 전까지, 그 과정이 힘들다.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A대표팀은 어떤가. 카타르와 중요한 일전을 앞두고 있는데 합류하지 못해 아쉽겠다.

“물론이다. 슈틸리케 감독님이 (4월)독일에 오셨을 때 오랫동안 여러 부분에 대해 대화했다. 다음 소집에 기대를 많이 하고 있던 중 부상이 생겼다. 대표팀에 합류할 수 없겠다고 스스로 받아들인 날 많이 슬프고 아쉬웠다.”


팀이 흔들리거나 힘들 때 기성용과 함께 중심을 잡아주던 역할이었다. 고비를 겪고 있는 지금, 밖에서 팀을 보는 마음은 어떤가.

“좋은 선수들, 고참 선수들이 많이 돌아왔다. 선수 개개인이 실력을 갖고 있다. 팀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잘해줄 거라고 생각한다. 여러가지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팀이 안정을 찾는 게 우선이다. 고비를 잘 넘기고 올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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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에는 본선 직전까지 대표팀과 함께했고, 2014년에는 주축으로 월드컵에 참가했다. 세 번째 월드컵에 도전하는 중이다. 갈수록 본선으로 향하는 길이 어려워진다고 느끼나? 아니면 최종예선은 늘 어려운 과정이었나?

“갈수록 힘들어지는 것 같다. 경기력과 인프라, 시스템 같은 총합으로 봤을 때 하는 말이다. 선수들이 아무리 각자 분야에서 제 몫을 한다고 해도 팀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지원 시스템이나 인프라도 확보되어야 하지 않나. 그 부분에서 아쉽다. 나는 K리그가 가장 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K리그가 한국축구의 뼈대이고 기둥이다. 최근 중국이나 일본을 보면 굉장한 투자와 발전이 이뤄지고 있지 않나. K리그와 비교해보면 우리가 월드컵을 ‘당연하게’ 갈만한 상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뼈대가 강한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국 축구가 계속 월드컵을 기대할 수 있다. 한국의 축구대표팀은 사실 모든 부분에서 아시아 1, 2위를 다퉈야 하는 것 아닌가. 한국 축구도 변하지 않으면 분명히 힘들다. 결국 다시 말하지만 K리그가 강해져야 한다.”


어쨌든 본인이 대표로 뛰는 동안에는 월드컵에 나간다는 사실에 의심의 여지가 없지 않은가?

“물론이다. 나가야 한다.(웃음)”


앞서 여러 상황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를 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선행을 기대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인가. 한국축구가 갖고 있는 힘?

“전체적으로 보면 정신력. 평소라면 모르겠지만 위기 상황에서, 꼭 해내야만 할 때 우리가 발휘하는 정신적인 힘은 정말 남다르다. 지금까지 달려온 과정에서 대표팀이 부족했던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자칫 더 무너질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어쨌거나 버텼다. 추격을 받으면서도 버텼던 힘, 우즈벡전(5차전)처럼 역전해서 결국 승점을 갖고 오는 힘이 있었다. 한국축구가 갖고 있는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월드컵에 못나간다고 생각하면… 나는 진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미쳐버릴 거다.(웃음) 무조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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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기 계획은?

“일단 재활에 집중하고 있다. 근력이 많이 약해졌기 때문에 채우는 게 가장 중요하다. 조깅이 가능해지면 뛰기 시작할 거다. 정상적으로 조깅할 수 있을 때 공을 갖고 훈련을 시작할 계획이다. 공 차는 훈련을 어느 정도 할 수 있게 되면 가족들과 시간을 좀 보내려고 한다.”

사진=FAphotos, Gettyimages, 아디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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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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