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민의 축구話] U20 결승전과 우리의 ‘다른’ 축구

기사작성 : 2017-06-12 03:28

- FIFA U-20월드컵코리아 결승전: 베네수엘라 0-1 잉글랜드
- 끝까지 자기 스타일을 고수하는 두 팀의 순수함이 돋보인 결승전
- 결과만 추구하며 내용을 죽이는 우리 축구와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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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수원] 무승부가 없는 경기. 한쪽은 환호하고 다른 한쪽은 좌절하는 갈림. 내용보다 결과를 추구하는 90분. 그리고 마지막 남은 경기. 결승전이다.

상상해보자. 당신이 축구 감독이다. U-20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월드컵에 출전했다. 고비를 넘어 결승전까지 올랐다. 한 경기만 이기면 우승이다. 전반 35분 선제골을 넣었다. 1-0이다. 후반전이 되었다. 상대의 공세가 거세다. 잘 버텼다. 후반 중반으로 접어든다. 남은 시간이 20분 정도다.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는 ‘잠그기’라는 말에 익숙하다. 리드를 지킨다는 뜻이다. K리그에서 아주 흔하다. 경기 시간이 60분을 넘어가면 앞서는 팀을 자연스럽게 ‘관리’에 들어간다. 최전방에 한 명만 남기고 전체 라인을 아래로 내린다. 공격수를 빼고 수비수를 넣는다. 슈팅 가능 지점마다 선수들을 배치해 공간을 없앤다. 그러면서 한두 명으로 역습을 노린다. 그게 결승전이라면? 이런 요령은 더 설득력을 얻는다.

‘FIFA U-20월드컵코리아 2017’ 결승전에 나선 두 팀은 좀 달랐다. 자신감 덕분인지 베네수엘라와 잉글랜드의 22명은 초반부터 공격으로 맞붙었다. 하던 대로 백4로 수비했고, 익숙한 투톱으로 공격했다. 선제 실점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뻔히 알 텐데, 그들은 초반부터 과감하게 돌파하고 시원하게 슛을 때렸다. 흔히 말하는 ‘오픈게임’이었다.

후반 들어 0-1로 뒤지는 베네수엘라가 매섭게 공격했다. 교체 투입된 예페르손 소텔도(10번)의 다부진 드리블이 계속 기회를 만들었다. 잉글랜드는 자기 진영에 갇혔다. 잉글랜드의 폴 심슨 감독으로서는 무조건 잠가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잉글랜드의 수비 조직은 달라지지 않았다. 킥오프 시점 그대로 ‘일자형 4-4-2’를 유지했다. 투톱은 풀타임을 소화했다. 잉글랜드는 그렇게 월드컵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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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골을 넣은 팀이 스코어를 관리하는 모습은 이날 없었다. 처음부터 공방전이었다. 상대가 매섭게 조여오는데도 포메이션을 유지했다. 내용보다 결과가 중요한 결승전인데 왜 그랬을까? 경기가 끝나고 심슨 감독에게 이유를 물었다. 그는 “잉글랜드 국가대표 축구의 정체성은 점유를 바탕으로 하는 공격 축구다. 어떤 경기든 어떤 상황이든 상관없이 우리 스타일을 지키고 싶다”라고 대답했다.

영국 축구에서는 실용주의(pragmatism)란 단어를 사용한다. 조제 모리뉴, 토니 퓰리스, 샘 알리다이스 등이 대표적인 실용주의자들이다. 따분해도 결과를 챙기는 축구를 구사한다. 하지만 우리가 이번에 봤던 대회는 그렇게 순진해야 한다. 성인 무대의 때가 묻지 않은 20세 이하 선수들이 출전하는 대회이기 때문이다. 결승전에서 베네수엘라와 잉글랜드 모두 상대의 단점을 막기보다 자기의 장점을 극대화해서 승리하려고 애썼다. 90분이 활짝 열린 ‘오픈게임’이었고, 투명하며 청명했다.

잉글랜드의 심슨 감독은 “3월 5일 팀이 처음 만났다”라고 밝혔다. 그 팀이 나이에 어울리는 ‘순박한’ 스타일을 고수해서 우승까지 차지했다. 잦은 장기합숙훈련을 통해서 어른들의 전술을 구사하려던 개최국과 많은 부분이 다른 것 같다.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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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재민_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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