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수원] 서울 베테랑의 맛은 깊고 진했다

기사작성 : 2017-06-19 01:55

- K리그 클래식 14라운드: 수원 1-2 서울
- 복귀 후 첫 선발출전한 하대성의 선제골과 윤일록의 결승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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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홍재민(수원월드컵경기장)]

술과 친구는 오래될수록 좋다고 한다. 국물의 깊은 맛도 오랜 기다림에서 나온다. 축구 선수는 약간 다르다. 오래되었다고 마냥 좋아지진 않는다. ‘베테랑’이라는 다른 맛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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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 갔다. 주차장 길목에 있는 회색 콘테이너의 문 위로 ‘VAR’이라고 쓰여 있었다. ‘FIFA U-20월드컵코리아 2017’의 흔적이었다. 대회를 위한 경기장 주변 시설물과 내부 동선은 없어졌다. 원래 들어가던 출입구로 들어가 익숙한 통로로 기자실로 갔다. WIFI 접속 정보부터 요소마다 선 스태프들도 모두 수원삼성블루윙즈가 홈으로 쓰던 ‘원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월드컵 덕분에 태어났지만, 역시 이곳은 K리그를 품을 때가 제일 편안하다.

시즌 두 번째 슈퍼매치다. 첫 만남은 개막전(1-1무)이었다. 서정원 감독은 “개막전이어서 양팀 모두 좋은 컨디션이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공교롭게 두 번째 슈퍼매치도 새로 시작하는 기분에서 성사되었다. ‘U-20월드컵’ 휴식기가 끝나고 첫 경기. 휴식기가 약이 될지 독이 될지 모를, 그런 시점에서 둘이 다시 만났다.

수원은 젊어 보였다. K리그 200경기 이상인 베테랑이 4명이지만, 나머지 7명의 K리그 출전수는 두 자릿수다. 중원에 김종우와 이종성이 섰다. 좌우 윙백에는 장호익과 고승범이다. 이들 모두 지금 막 K리그에서 주전으로 자리 잡은 단계에 있다. 예산 감축을 ‘많이 뛰는 축구’로 만회하기 위해 애쓰는 서정원 감독의 팀을 상징한다.

서울의 느낌은 ‘아저씨’였다. 평균 나이도 29.7세(수원 27.9세)로 서른에 가깝다. 11명의 K리그 출전수도 1,696경기로 수원(1,357)보다 많다. 무엇보다 양한빈과 황현수를 빼고는 모두 K리그에서 100경기 이상 뛴 선수들이다. 어리기만 해 보이는 윤일록마저 K리그 182경기 경력자다. 데얀, 김치우, 하대성, 곽태휘의 경험은 말할 것도 없다.

겉모습 차이는 경기에 그대로 투영되었다. 수원은 펄떡펄떡 뛰어다녔고, 서울은 진득하게 패스를 연결했다. 경기 전, 황선홍 감독이 “45분은 뛸 수 있는 상태”라고 말한 하대성도 그랬다. 예전처럼 플레이의 주인공이 되진 않았다. 그 역할은 오스마르와 주세종이 대신했다. 하지만 전반 33분 하대성이 갑자기 나타나 선제 헤딩골을 터트렸다. 데얀이 누구보다 ‘하비(하대성을 그렇게 부른다)’를 축하했다.

수원은 2분 만에 반격했다. 골을 넣을 단 한 명, 조나탄이었다. 구자룡이 기습적으로 찌른 패스를 받아 혼자 들어가 해결했다. 젊은 수원을 상징하듯이 희망찬 시점과 힘찬 득점 장면이었다. 후반 들어 조나탄과 김종우가 펄떡펄떡 뛰며 서울 골문을 두들겼다. 결과는 서울의 추가골이었다. 위험해 보이지 않았던 상황에서 이규로의 크로스가 갑자기 올라왔고, 윤일록이 침착하게 마무리했다. 오랜만에 돌아온 홈경기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수원의 간절함은 후반 추가시간 5분이 지날 때까지 결실을 보지 못했다. 서울이 2-1로 승리했다.

이날 서울의 데얀, 박주영, 조찬호, 하대성, 김치우, 곽태휘는 30대 선수들이다. 주장 완장을 찬 곽태휘는 실망스러운 날을 보냈지만, 나머지 ‘아저씨’들은 베테랑만이 낼 수 있는 ‘그윽한 맛’을 선사했다. 뛸 때와 안 뛸 때를 정확히 구분했다. 태클을 들어가야 할지, 돌아서지 못하게 해야 할지도 영리하게 판단했다.

그들에게는 90분 내내 힘을 낼 체력이 부족하다. 수원처럼 풀타임을 못 뛰어도 때와 장소를 구별함으로써 90분을 쪼개 쓸 줄 안다. 경험이 항상 우월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세계적 추세도 주전 연령이 어려지고 있다. 독일의 RB라이프치히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박빙 승부에서는 작은 차이가 중요하다. 경기 후 서정원 감독이 말한 “세밀함 부족”일 것이다. 경험의 차이라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부분이다. 서울에는 그런 요령을 갖춘 베테랑이 많았고, 수원은 그렇지 못했다.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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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재민_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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