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interview] 케빈 하르, 그의 이야기가 궁금해?

기사작성 : 2017-06-26 11:03

- 함부르크 골키퍼 케빈 하르
- 그가 들려주는 독일 골키퍼의 삶

본문


[포포투=정재은]

어린 시절 골키퍼 역할은 대체로 가위바위보에서 지거나 키가 큰 아이가 도맡았다. 인기순으로 따지면 꼴찌다. 골키퍼를 하겠다고 먼저 나서는 아이는 드물다.

케빈 하르(17, 함부르크)는 달랐다. 동네 친구들과 종종 축구를 하던 그는 어느 날, 다섯 살 케빈이 돌연 화를 냈다. 같은 팀 골키퍼가 실점을 너무 많이 했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골키퍼 볼테니까 너는 저기 가서 뛰어!”라며 장갑을 꼈다. 그렇게 케빈은 골키퍼로 성장하는 길을 걷기 시작했다. 슈투트가르트 유소년 팀에서 축구를 배웠고 지난 3월에는 한국 U-20 대표팀을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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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이 분데스리가 비시즌 일정에 맞춰 다시 한번 한국에 방문했다. 중랑FC U-18 팀에 합류해 훈련을 비롯한 전반적인 일상을 보내고 있다. 한국어 실력도 키우는 중이다. <포포투>가 그의 일상에 파고들었다. 지난 24일 토요일, 케빈을 만나 독일에서의 이야기를 들었다. 내친김에 한복도 입혔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경복궁에서 케빈은 푸른색 곤룡포(袞龍袍)를 입고 거닐었다.

FFT: 다섯 살 에피소드가 인상적이에요. 그때부터 쭉 골키퍼 역할을 도맡았나요?
다양한 포지션에서 뛰었어요. 공격수, 미드필더, 수비수 등등. 물론 그때부터 골키퍼로도 뛰었죠. 아버지가 과거에 축구 선수이셨는데 제가 어릴 때 축구를 많이 알려주셨거든요. 그러다 제가 살고 있던 나골트라는 작은 동네에서 축구를 정식으로 배우기 시작했어요. 열한 살때 슈투트가르트에 입단했죠. 저의 첫 번째 팀이에요.

FFT: 팀에 입단하고 어떤 과정을 거치며 축구를 배웠나요?
아주 특별한 건 없었어요. 축구에 필요한 전반적인 것을 배웠죠. 매년 더 어려워지고 힘들어진다는 점?(웃음) 자라날수록 코치가 더 유심히 지켜봐요. 경기장 안에서의 모습, 밖에서의 모습 다요.

FFT: 지금까지 몇 명의 골키퍼 코치를 만났어요? 각자 가르치는 방식이 다를 텐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2년 주기로 다른 코치를 만나는데 저는 지금까지 5, 6명의 코치를 만났어요. 모든 코치로부터 배울 점이 있었죠. 가르치는 방식은 다 달랐지만 중요한 건 받아들이는 자세예요. 저는 그게 좋았어요. 모든 코치로부터 다른 것들을 배웠기 때문이죠. 사실 6년 동안 코치 한 명만 만나면 조금 지루하잖아요? 변화가 있어야 해요.

FFT: 슈투트가르트에서 공부도 굉장히 열심히 했다고 들었어요. 하루 스케줄은 어땠나요?
매일 다르지만 보통 오전 여섯시에 일어나요. 일찍 일어나는 편이죠. 슈투트가르트로 가는데 약 한 시간 정도 걸리거든요. 여덟시에 첫 번째 훈련을 해요. 팀이랑 하거나 골키퍼 코치와 하죠. 오전 훈련은 그리 길게 하는 편이 아니에요. 한 시간 정도? 그리고 학교에 가요.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수업을 들어요. 그러고 나면 5시 30분까지 자유 시간이 주어져요. 친구들이랑 슈투트가르트 클럽 젠트럴(Club Zentral; 문화 복합 공간)에 가서 그냥 누워서 쉬거나 무언가를 배워요. 훈련장에 복귀해 7시 30분까지 운동을 하고 귀가해요. 좀 늦은 시간이죠. 부모님과 오늘 하루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간단한 식사를 하며 하루를 마무리해요.

FFT: 교육의 중요성은 어느 정도인가요?
구단에서 성적이나 학교 생활을 다 확인해요. 대게 선수들은 팀에 입단하면 학교에 안 가려고 해요. 공부하기 싫어지기 때문이죠. 그러면 트레이너가 훈련에 참여를 못 하게 하기도 해요. (FFT: 케빈 성적은 어땠나요?) 아주 좋은 성적은 아니었지만 평균 이상을 유지했어요. 지금도 학교에 다니는 중이고, 늘 최선을 다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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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T: 축구와 공부의 반복인데, 호기심이 많을 나이거든요. 축구 이외의 관심사는 없어요?
친구들과 노는 걸 워낙 좋아해요. 학교에서도, 훈련장에서도 친구들과 늘 함께니까 특별한 호기심을 가진 적은 없어요. 아, 어릴 때 피아노를 쳤어요. 하지만 축구를 하며 시간이 점점 줄어 그만둬야 했죠. 지금 자유시간이 주어지면 친구들이랑 놀러 나가기 바쁘니 피아노를 건들 새도 없고요.(웃음) 취미를 만들 시간도 없어요. 축구만 하니까.

FFT: 혹시 일기 같은 것도 쓰나요? 한국에선 선수들이 일기나 훈련 일지를 꼭 적는 편이거든요
안 써요. 중랑FC 에서 친구들이 쓰는 걸 보긴 했는데 독일에선 그런 걸 하지 않아요. 내가 잘못한 것, 아쉬운 것들을 딱히 적는 편이 아니에요. 생각해본 적도 없고요. 아, 지난 3월에 한국에 처음 왔을 때 대표팀 동료들이 늦은 밤에 훈련 일지를 적는 걸 봤어요. 그래서 “너 뭐해?”라고 물어보니까 “나 오늘 했던 훈련에 대해 적고 있어”라고 하더라고요. 놀랐어요. 처음 본 광경이었어요.

FFT: 내가 보완해야 할 점이나 잘한 점 등을 되뇌이는 편이 아닌 건가요?
맞아요. 매일 새로운 날들의 연속이잖아요. 새로운 걸 얻기 위해 머릿속에서 지워야 할 것들이 있죠. 너무 계속 생각하면 그게 오히려 플레이에 묻어나오는 것 같아요.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기 힘들죠.

FFT: 케빈의 플레이를 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라인을 높게 올리더라고요. 박스 바깥에 나와 있는 모습도 종종 봤고요.
맞아요. 저는 골키퍼의 미래 세대들이 보여줘야 할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저 개인적으로도 그렇게 라인을 높이는 걸 좋아하고요. 마누엘 노이어가 그렇죠. 그는 최고의 골키퍼예요. 그래서 독일의 많은 어린 골키퍼들이 노이어의 그런 모습을 배우고 있어요. 팀에 더 도움이 되거든요.

FFT: 본인의 장점인 발밑 기술에 접목했을 때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까요?
전술적으로 다양화를 줄 수 있어요. 역습할 때나 빌드업할 때 유용하죠. 몇 년 전보다 골키퍼의 역할이 더 커졌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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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T: 지난 3월 한국 U-20 대표팀에 승선했던 이야기를 해볼까요. 한국에 다녀간 후 바뀐 게 있나요?
축구적인 면에서 바뀐 건 없어요. 2주 동안 달라지기는 힘드니까요.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자신감을 얻었어요. 저는 슈투트가르트에서 지난 시즌에 등 부상을 크게 입어서 약 4, 5개월 동안 훈련에 참여를 못 했거든요. 복귀하고 나서도 금방 실전에 투입되기 어려웠죠. 그래서 자신감을 많이 찾았어요. 또, 그때 미디어를 정말 많이 만났어요. 이렇게 많은 주목을 받은 것도 처음이었죠. 인스타그램 팔로워도 2,000명가량 늘었고요.(웃음) ‘좋아요’ 수가 이전에 비해 확 늘었어요.

FFT: 그때 한국에서의 생활과 지금 생활에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그때는 한국을 방문한다기보단 목표 자체가 축구였기 때문에 정말 축구만 했죠. 이번에는 더 많은 걸 배우고 있어요. 문화, 음식 등 다양한 걸 체험하고 한글도 배우고 있고요. 체험이 목적이라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있어요.

FFT: 3월보다 한국말이 정말 많이 늘었어요!
그런가요? 하하. 특별히 공부를 한 건 아니었는데 그때 독일로 돌아가서 어머니랑 독일어보다 한국어로 더 많이 대화하려 노력했어요. 이번에 한국에 와서도 많은 단어를 배웠죠. 연습 경기에서도 더 많은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었고요. 그런데 발음하는 건 정말 어려워요. 특히 ‘어려워’가 어려워요, 하하. 숫자도요! 독일어는 Eins(1), Zwei(2), Drei(3) 처럼 숫자 표기가 하나로 통일인데 한국에서는 일, 이, 삼이나 하나, 둘 셋이라고 하더라고요.

FFT: 케빈이 한국에서 주목을 받은 건 ‘독일에서 온 골키퍼’라는 타이틀 때문이었어요. 부담감은 없었어요?
없었어요. 그냥 매 순간을 즐겼죠. 제게는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거든요. 아, 딱 한 번 압박감을 느낀 적이 있어요. 에콰도르전에서 후반전에 투입됐는데 그때 ‘잘해야 해. 나는 독일에서 왔으니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에서 치른 첫 경기여서 정말 긴장됐죠. 하지만 즐기려고 노력했어요. 나름 잘했다고 생각해요.

(*케빈은 지난 3월 한국에서 열린 아디다스 U-20 4개국 대회 3차전 에콰도르전에 후반전 투입됐다.)

FFT: ‘독일 골키퍼’가 주는 환상은 아무래도 노이어, 케빈 트랍 등의 걸출한 골키퍼에게서 나오는 것 같아요. 이렇게 훌륭한 골키퍼가 계속 나오는 이유가 뭘까요?
제가 생각하는 독일의 특별한 장점이 있어요. 유스 시스템이 단계별로 있어요. U16, U17 이렇게요. 게다가 연령별로 골키퍼 전문 코치가 다 있거든요. 훈련 시스템도 정말 체계적이고요. 모든 나라가 이런 시스템을 갖춘 게 아니잖아요. 독일이 가진 최고의 장점이고, 그래서 훌륭한 골키퍼도 계속 배출해내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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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T: 다음 시즌부터는 함부르크에서 뛰어요. 이적을 결심한 결정적 이유는 뭔가요?
우리는 아직 배우는 단계예요. 경기 출전이 정말 중요하죠. 지금 우리가 계속 뛰어야 하는 나이이기 때문이에요. 함부르크에서 제게 주전으로 뛰게 해준다는 제안을 해왔어요. 제가 팀을 옮긴 결정적인 이유이죠.

FFT: 2군 계약까지 완료한 상태예요. 함부르크에서 프로로 데뷔할 수도 있고, 혹은 더 좋은 기회를 가질 수도 있어요.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나요?
사실 어디에서 뛰고 있든 상관없을 것 같아요. 지금 제가 가진 꿈은 프로 선수가 되는 거니까요. 물론 함부르크에서 뛰는 것도 멋진 일이지만 바이에른 뮌헨, 도르트문트까지 꿈을 꾸고 싶어요. 물론 지금은 이런 걸 생각할 시기가 아니에요. 당장 제가 뛰는 팀에서 자리를 잘 잡아야 하죠.

FFT: 프로 선수가 된다면 가장 해보고 싶은 게 뭐예요?
오, 정말 많아요. 프로로서 생활하는 모든 것이 특별할 것 같아요. 큰 경기장, 꽉 찬 관중, 팬들이 외치는 제 이름… 정말 환상적인 기분일 것 같아요. 제주에서 에콰도르전을 뛰었을 때 그런 기분을 느꼈어요. 그렇게 많은 관중 앞에서 뛴 게 처음이었어요. 독일 유소년 게임에는 관중이 많이 오지 않거든요. 제가 공을 막을 때 관중들이 “최민수!”라고 큰 소리로 외치는 걸 들었는데 저말 놀라웠어요. 프로 선수가 된다면 같은 경험을 더 자주 할 수 있겠죠?(웃음)

FFT: 지금 케빈 하르가 가진 타이틀은 ‘독일에서 온 골키퍼’예요. 1년 후 한국에 온다면 어떤 타이틀을 가지고 싶나요?
한국 국가대표! 그러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3월에 한국에 다녀가고 나서부터 대표팀에 대한 꿈을 더 크게 키웠어요. 이전에는 ‘내가 어떻게 대표팀이 될 수 있겠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달라요. 저의 꿈이죠.

FFT: 올해 한국 나이로 18세예요. 축구 인생에서 이루고 싶은 최고의 목표를 묻는 건 조금 이른 질문일까요?
네, 하하. 삶은 매일매일 변하니까요. 몇 주 전만 해도 저는 제가 한국에 올 줄 몰랐어요. 더 과거로 가면, 한국 대표팀에 이름을 올릴지도 몰랐죠. 상황은 계속 바뀌어요. 그럴 때마다 목표도 조금씩 다르게 세워야 하죠. 음, 최고 목표라고 한다면… 당연히 월드컵이고요. 모든 축구 선수가 꿈꾸는 목표죠. 일단 프로 선수가 먼저 되어야겠죠.

*케빈 하르(Kevin Harr)는...

한국인 어머니, 독일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복수국적 축구선수다. 한국 이름은 최민수다. 분데스리가 슈투트가르트에서 11세~17세 과정을 거쳤고, 2017-18 시즌부터 함부르크 U19팀에 합류한다. 계약 기간은 3년이다. 2군 데뷔 조건이 포함됐다. 지난 3월 한국에서 열린 아디다스 U-20 4개국 축구대회에서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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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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