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iea.told] 세리에A가 살아난다!?(feat.AC밀란)

기사작성 : 2017-08-04 12:17

-AC밀란이 주도하는 이적시장
-부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증폭 중!
-세리에A는 다시 황금기를 맞을 수 있을까?

본문


[포포투=정다워]

우리는 지금, 혹은 미래의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을 때 주로 과거에 대해 이야기했다. 예를 들면 “내가 왕년에”라는 말을 달고 사는 사람은 현재보다 옛날에 더 잘나갔을 가능성이 크다. 축구로 따지면 이탈리아 세리에A가 이와 같은 존재다. 세리에A는 한때 최고였다. 유럽에서 가장 뜨거웠던 리그다. 흔히 말하는 ‘칠공주’가 날아다니던 때가 ‘리즈 시절’이다.

언젠가부터 세리에A는 중심에서 변두리로 밀려났다. 스페인과 잉글랜드, 독일에 밀려 유럽축구연맹(UEFA) 리그 랭킹 4위로 밀려났다.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못한지도 벌써 7년이 지났다. 유벤투스가 간신히 상위권을 지탱할 뿐, 나머지 명가들은 모두 시야에서 사라졌다. 과거의 영광은 온데간데없다.

쥐구멍에 볕 뜰 날 있다고, 올 여름 세리에A가 다시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AC밀란 때문이다. 중국 자본을 등에 업은 밀란은 엄청난 돈을 써가며 명가 재건에 나섰다. 빅클럽들의 관심을 받던 선수들을 아무렇지 않게 데려간다. 심지어 이탈리아에서 수비를 가장 잘한다는 레오나르도 보누치까지 영입했다. 세리에A 명가 한 축의 부활을 기대해도 좋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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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개의 트로피, 6명의 발롱도르, 이적료 신기록들

1990년대 유럽 축구의 주인공은 이탈리아였다. 세리에A 클럽들은 1990년대에 열린 30번의 클럽대항전 중 25번이나 결승에 진출했다. 그 중 13번 챔피언에 올랐다. AC밀란과 유벤투스는 빅이어를 차지했다. 인터밀란과 파르마는 UEFA컵(유로파리그 전신)의 강자였다. 각각 세 번, 두 번씩 우승을 경험했다. 유벤투스도 이 대회에서 두 번 정상에 섰다.

또 다른 근거도 있다. 1990년대 발롱도르 수상자 10명 중 무려 6명이 세리에A 소속이었다. 로타어 마테우스(1990, 인터밀란), 마르코 판 바스텐(1992, AC밀란), 로베르토 바지오(1993, 유벤투스), 조지 웨아(1995, AC밀란), 호나우두(1997, 인터밀란), 지네딘 지단(1998, 유벤투스) 등은 하나 같이 당대 최고의 선수로 꼽혔다. 세리에A는 그 정도로 수준 높은 무대였다. 유럽과 남미, 아프리카의 최고 선수들이 모였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당시 세리에A는 가장 비싼 선수들이 뛰는 곳이기도 했다. 1990년대에 나온 13번의 세계 이적료 신기록 중 11번이 세리에A 몫이었다. 1990년 바지오가 피오렌티나에서 유벤투스로 이적할 때 발생한 이적료는 당시로선 천문학적인 800만 유로였다. 밀란은 장 피에르 파팽을 마르세유로부터 영입하기 위해 1200만 유로를 지불했다. 1997년 바르셀로나를 떠나 인터밀란으로 향하는 호나우두의 몸값은 무려 2400만 유로에 달했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의 일이다. 세리에A 클럽들은 그만큼 자금이 풍부했다.

#무너진 이탈리아 클럽 축구의 위상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아성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도약과 함께 붕괴됐다. 천문학적인 중계권을 등에 업은 프리미어리그에 전과 다른 규모의 자본이 투입됐다.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은 2000년대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부자 구단주의 도움을 받은 맨체스터 시티와 첼시는 새로운 강자 반열에 올랐다. 리버풀, 아스널도 바람을 타고 함께 유럽 축구 중심으로 갔다. 동시에 레알마드리드, 바르셀로나라는 메가 클럽이 더 강해지면서 세리에A의 입지가 좁아졌다. 독일 분데스리가의 바이에른 뮌헨도 세계 최고 반열에 올랐다.

여기에 2006년 승부조작 스캔들이 터지면서 리그 이미지가 엉망이 됐다. 챔피언 유벤투스를 포함해 밀란, 피오렌티나, 라치오 등 전통의 명가들이 모두 연루되었다. 유벤투스는 강등이라는 강력한 철퇴를 맞았다. 이미 유럽 리그 간의 경쟁이 심화된 상황에서 세리에A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부자는 망해도 3년 먹을 게 있다고, 세리에A 클럽들이 순식간에 바보가 된 것은 아니었다. 밀란은 2007년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2010년엔 인터밀란이 트로피를 챙겼다. 승부조작 사건 후 빠르게 팀을 재건한 유벤투스는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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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최근 몇 년 간의 상황이다. 앞서 언급한 다른 빅리그와의 경쟁에서 완벽하게 밀렸다. 유벤투스를 제외한 나머지 클럽들은 별 볼 일 없는 팀으로 전락했다. 특히 밀란의 상태가 심각하다. 2007년 UEFA 클럽 랭킹 1위였던 밀란은 지금 58위까지 추락했다. 축구계의 거부였던 인터밀란도 59위로 변방으로 밀려났다. 유벤투스가 그나마 5위로 유일하게 10권 안에 포진하고 있다. 나폴리는 14위, 피오렌티나는 20위, 로마는 27위, 라치오는 43위다. 이탈리아 클럽이 빅이어 세리머니를 못한지 벌써 7년이나 됐다. 1999년 이후로 유로파리그에서는 아예 결승에도 가지 못했다.

#AC밀란발 태풍

올 봄 밀란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라는 구단 역사에 남을 인물과 작별했다. 베를루스코니는 밀란의 황금기를 이끈 인물이었다. 구단의 기초를 만들고 아리고 사키라는 입지전적인 인물을 감독으로 고용해 현대 축구의 틀을 새롭게 정립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구단을 이끌 여력이 사라졌다. 결국 중국 자본에 지분 99.93%를 매각했다. 사실상 전면에서 물러난 셈이다.

중국 자본과 함께 밀란은 올 여름 이적시장 태풍으로 활약하고 있다. 보누치는 영입하는 데 무려 4200만 유로를 썼다. 안드레 실바, 안드레아 콘티, 하칸 찰하노글루, 마테오 무사치오, 히라크도 로드리게스, 루카스 비글리아 등 빅클럽들이 러브콜을 보내던 실력파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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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은 올 여름에만 쓴 돈이 무려 1억 8000만 유로에 달한다. 현재까지 유럽 전체에서 3위에 해당한다. 맨체스터 시티와 파리생제르맹만이 밀란보다 많은 이적료를 지출했다. 맨체스터 시티는 영입 선수가 특정 포지션(풀백)에 집중되어 있다. 파리생제르맹은 네이마르 한 명을 사는 데 2억 유로 넘게 썼다는 점에서 밀란과는 성격이 다르다. 밀란은 전 포지션에 걸쳐 리빌딩에 나선 상황이다. 현재 유럽 클럽들 중 가장 적극적으로 스쿼드에 변화를 주고 있다. 밀란은 여전히 빅네임 영입을 노린다. 디에고 코스타를 비롯해 헤나투 산체스 등이 대상이다. 이들까지 품으면 밀란 전력은 한층 업그레이드 될 것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세리에A는 유벤투스가 6시즌 연속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독주하던 무대였다. 밀라노를 연고로 하는 두 팀이 무너진 탓이었다. 로마와 나폴리 등이 견제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올 시즌엔 어떨까? 잔루이지 부폰은 밀란을 의식하며 올 시즌엔 유벤투스의 우승이 쉽지 않을 것이라 예상하기도 했다.

#유럽 클럽 대항전에서의 성적이 궁금하다

밀란은 지난 시즌 리그 6위에 턱걸이 하며 유럽대항전 출전 자격을 얻었다. 유로파리그 3차 예선을 통과했고, 플레이오프 라운드에 진출했다. 유로파리그 참가팀들 중 밀란은 가장 많은 이적료를 지출한 팀이다. 이 대회의 우승후보 아스널은 아직 5000만 유로밖에 쓰지 않았다. 밀란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올 여름 이적시장에서 8번째로 많은 돈을 쓴 에버턴(9200만 유로)의 투자 규모도 밀란의 절반에 그친다. 압도적인 투자를 감행한 밀란이 유로파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 건 당연하다. 축구에서 돈은 절대적인 요소는 아니지만 매우 중요한, 혹은 반드시 필요한 무기다. 사이먼 쿠퍼와 스테판 지만스키가 쓴 <사커노믹스>에 따르면 선수단 총연봉과 순위의 상관관계는 무려 92%에 달한다. 밀란이 돈을 펑펑 쓰는 현상을 가볍게 볼 수 없는 배경이다.

올 시즌 유로파리그엔 밀란 외에 아탈란타, 라치오가 참가한다. 두 팀 모두 이미 본선에 안착했다. 두 팀은 팀 리빌딩에 많은 돈을 쓰지는 않았다. 아탈란타가 2700만 유로를 투자해 스쿼드 전체의 질을 높였다. 라치오의 경우 루카스 레이바, 펠리피 카이세도 등 경험 많은 선수들을 데려와 유럽대항전에서의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로파리그에서 세리에A 클럽들의 활약을 기대해도 좋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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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피언스리그에서는 유벤투스와 로마가 본선에 직행했다. 나폴리는 플레이오프를 거쳐 본선 진출에 도전한다. 유벤투스는 현재까지 유럽 클럽들 중 여섯 번째로 많은 돈을 썼다. 나름 1억 유로 넘게 투자했다. 페데리코 베르나르데스키 영입에 거액을 썼다. 후안 콰드라도도 완전 영입했다. 더글라스 코스타까지 데려와 공격력을 배가시켰다. 로마 역시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올 여름 약 8300만 유로를 썼다. 작년 여름 쓴 9200만 유로에 근접했다. 아직 추가 영입을 노리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로마의 여름 역시 어느 때보다 뜨겁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시즌은 세리에A의 부활을 기대하기에 어느 때보다 적절한 시점이다. 밀란이 주도하는 흐름 속에 다른 팀들도 적극적으로 지갑을 열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치열한 우승 경쟁이 전개되고, 유럽 무대에서 선전한다면 지난 몇 년간 침체되었던 세리에A는 활기를 되찾을 것이다. 기대대로 되면 이탈리아 축구는 더 이상 과거가 아닌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 무대가 될지도 모른다.

사진-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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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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