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도쿄] ‘은퇴’ 안영학, “K리그 옛 친구들과 만나고 싶을 뿐”

기사작성 : 2017-08-07 05:47

- 부산과 수원에서 활약했던 안영학의 은퇴경기에 다녀왔다
- 꽉 막힌 축구 통로를 뻥 뚫고 싶다는 소망

본문


[포포투=홍재민(도쿄)]

“한국 가서 아는 분들, 친구들과 만나서 축구도 보고 싶고, 맛있는 것도 먹고 싶고. 그것뿐이다.”

친구와 만나 함께 K리그 경기를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일. 일상에서 우리가 쉽게 할 수 있는 일들이다. 그렇지만 안영학(39)에게는 간단하지 않다. 우리말로 대화하는 같은 핏줄이지만, 태어나고 자란 곳이 우리와 다르다는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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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교에서 은퇴경기

8월 5일 오전 10시 도쿄조선중고급학교(이하 조선학교)에서는 안영학의 은퇴경기가 열렸다. 화려한 은퇴 행사가 아니었다. 도쿄 거주 재일동포의 ‘마음의 고향’인 조선학교에서 열린 커뮤니티 행사에 가까웠다. 안영학의 선후배와 동료들로 구성된 ‘안영학 올스타’가 조선학교 고등부 축구 1, 2, 3학년 팀과 30분씩 3경기를 치렀다. 본인의 고사에 불구하고 선배 박득의 씨의 정성과 노력으로 성사된 은퇴경기에서 안영학은 “즐겁다기보다 정말 좋은 시간,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된 것 같다”라며 감사한 마음을 표시했다.

정대세와 함께 안영학은 모든 재일동포 축구 후배들에게 꿈과 희망으로 통한다. 일본 J리그(알비렉스 니가타, 나고야 그램퍼스, 오미야 아르디자, 가시와 레이솔, 요코하마FC)와 한국 K리그(부산아이파크, 수원삼성블루윙즈)에서 프로 생활을 15년이나 한데다 국가대표(북한)와 FIFA월드컵이라는 꿈을 이룬 덕분이다. 조선학교 축구부 주장 한용기 군(3학년)의 “보기만 해도 멋지다는 생각이 드는 존재”라는 표현 그대로다. 섭씨 30도가 넘는 뙤약볕 아래서 400여 명이 모인 이유가 달리 있지 않다.

★ 재일동포의 고충

재일동포에게 축구는 특별한 의미다. 각종 차별과 곱지 않은 시선을 이겨낼 수 있는 대표적 방법이기 때문이다. 안영학은 “재일동포 사회에서 축구의 비중이 크다. 축구를 잘하면 이 안에서 꿈과 희망이 된다. 다른 활동보다 축구를 할 때 보람이 더 큰 게 사실이다”라고 설명한다. 조선학교 출신이라고 해서 ‘북한 국가대표’만 목표로 삼는 것은 아니다. 순수하게 프로축구선수를 꿈꾸는 학생들도 많아졌다. 정대세와 리 타다나리(이충성)도 부러움의 대상이다. 북한 국가대표 K리거 1호(안영학)과 J리거 1호(김종성 현 FC류큐 감독)라는 역사적 의미가 더해지면 더 존경받는다.

재일동포는 프로축구선수가 되기가 남들보다 어렵다. 일본 내 신분이 내외국인의 중간에 해당하는 ‘특별영주권자’로 묶여있는 탓이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면서도 일본인으로 귀화하지 않는 한, 이들은 ‘별도 취급’을 받는다. J리그에는 외국인 쿼터, 아시안 쿼터 외에 ‘재일 쿼터(팀당 1인)’를 따로 운영한다. 재일동포 축구 유망주끼리 그 한 자리를 놓고 싸워야 한다는 뜻이다. 여전히 ‘조선적’ 신분을 유지하는 안영학이 “3국(북한, 한국, 일본) 축구를 잇는 다리가 되고 싶다”라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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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친구들을 보러 가고 싶을 것뿐”

안영학의 소망 실현을 위해 선결되어야 할 문제가 있다. 바로 한국 방문이다. 지금 안영학처럼 ‘조선적’은 한국 방문이 매우 어렵다. 박근혜 정권은 조선적 재일동포의 임시여행증명서 발급 신청을 거의 거절해왔다. 일본인이 마음대로 갈 수 있는 한국을, 정작 한민족인 ‘조선적’ 재일동포는 가지 못하는 것이다. 수원 시절 이후, 안영학의 한국 방문은 2013년 동아시아선수권대회 응원단 참여가 유일하다. 그마저 체류기간 내내 응원단 전체가 국가정보원의 감시를 받아야 했다.

“한국에 가고 싶다. 4년이나 살면서 소중한 인연이 많은 곳이니까. 가서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축구도 보고, 아는 선수들과 만나고 싶다. 그것뿐이다. 한국에 가서 내가 정치 활동을 할 것도 아니지 않은가. 축구 지도자가 되고 싶기 때문에 한국에 가서 이장관 형님(용인대 감독, 옛 부산 동료)이 훈련하는 모습도 보면서 공부하고 싶고, 좋은 말씀도 듣고 싶다.”

★ 가능성

올해 문재인 정권이 시작되면서 안영학을 포함한 ‘조선적’ 재일동포들의 기대가 높아졌다. 확실한 가이드라인이 나오진 않았지만, ‘이제부터 좀 풀리겠지’라는 안도감이 퍼지고 있다. 또 하나, 이날 은퇴경기를 찾은 특별한 손님도 안영학의 꿈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희망을 던진다. 조촐한 관중석에는 ‘마음은 하나’라고 쓰인 플래카드가 걸려있었다. 2002년 데뷔 때부터 안영학을 응원해온 알비렉스 니가타 팬들 20여 명이었다.

고토 히로아키 씨(50)는 “애초 후원회는 니가타 재일교포 친목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정작 가입자 중에는 일본인이 훨씬 많았다”라고 설명했다. 플래카드는 안영학이 소속팀을 옮길 때마다 동행했고, K리그 활동 시절도 마찬가지였다. 은퇴경기 후, 니가타 팬들은 15년간 사용해왔던 플래카드를 조선학교 축구부에게 전달했다. “조선학교 축구부 후배들을 돕고 싶다”라는 안영학의 꿈을 응원하고 싶기 때문이다. 고토 씨는 조선학교 축구부원들에게 “알비렉스 니가타의 선수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월드컵에서도 꼭 만나자”라는 덕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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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은퇴경기 행사는 인사말, 플래카드 전달식, 단체 회식 등 오후 4시까지 이어졌다. 교정 한켠에 자리를 편 참가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고기를 구워 먹으며 담소를 나눴다. 니가타 팬들도 함께했다. 행사 기획자인 박득의 씨는 “안영학은 이미 축구 교류의 다리가 되고 있다. 지금 일본인 팬들이 조선학교 안에서 우리와 함께 고기를 구워 먹고 있다. 좀처럼 보기 어려운 광경이다”라며 신기해 했다.

취재를 마치고 현장을 떠나는 필자에게 안영학은 “한국에서 봅시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안영학과 함께 부산 또는 수원의 K리그 경기를 보면서 시원한 맥주로 목을 축이는 장면을 상상해본다.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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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재민_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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