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interview] 황현수, FC서울이 찾은 수비의 답

기사작성 : 2017-08-18 11:16

-슈퍼매치 무실점 견인한 신예 수비수
-입단 4년차에 데뷔 시즌 갖는 서울 유스
-내일이 더 기대되는 황현수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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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배진경]

지난 주말 슈퍼매치를 지켜본 축구팬에게는 몇 가지 궁금증이 생겼을 것이다. 첫 번째는 이번 시즌 슈퍼매치를 독식한 서울의 마법이고, 두 번째는 올라갈 때가 되면 올라가는 서울의 상승 본능이다.

궁금증을 교집합 삼아 시선을 사로잡은 이가 있다. 신예 수비수 황현수(22)다. 지난 6월 슈퍼매치에서 조나탄의 마크맨으로, 13일에는 슈퍼매치를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수비로 화제를 모았다. 사람들은 이럴 때 ‘혜성같은 등장’이라는 말을 쓴다. 이번 시즌 데뷔를 신고했지만 알고 보면 입단 4년 차. 서울 유스팀(U-18)인 오산고를 졸업하고 바로 ‘정글’에 뛰어든 기대주이기도 하다.

황현수는 수비진의 약점을 메워주는 존재다. 발이 빠르고 일대일 싸움에 능하다. 그가 수비라인에 합류한 후 서울은 뒷공간 노출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자신감도 부쩍 커졌다. ‘균형’을 중시하는 황선홍 감독의 축구가 안정감을 회복하기 시작한 것도 그 즈음이다. 서울의 하반기 레이스를 지켜봐야 할 이유가 있다면, 황현수의 성장기가 그 답일지도 모른다.

FFT: 슈퍼매치 얘기부터 해볼까요. 맹활약으로 호평받았어요.
지난번(6월18일)에는 한 골 실점하고 이겼는데 이번에는 한 골도 안 먹고 이겨서 좋았어요. 수비수로서 책임감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큰 경기에서 무실점으로 승리했다는 게 가장 기뻐요. (FFT: 특별히 의지를 다졌던 부분이 있나요?) 아무래도 수원 팬들은 조나탄에 대한 기대감이 크잖아요. 조나탄을 묶으면 우리 팀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하고 준비했어요.

FFT: 슈퍼매치에서 직접 뛰면서 제대로 경험해보는 시즌은 처음이죠.
다른 팀을 상대할 때보다 관중수가 두 배 정도 많아요. 위압감 같은 걸 느끼죠. 사실 그런 긴장감이 좋아요. 상대 야유까지도요. 팬들이 많을 때 더 힘이 나고 파이팅을 외치게 되죠. 안되는 것도 되게 하려는 의지 같은 게 생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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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T: 잘하는 것보다 실수 때문에 주목받는 일이 많은 포지션이에요. 큰 경기여서 더 부담스럽지 않던가요?
아직 어리잖아요. 모든 게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경기에서 실수하고 안좋았던 상황을 겪다 보니 ‘이럴 땐 이렇게 해야겠구나’라는 경험이 생겨요. 몸으로 상황을 익히니까 다음 경기에서 같은 실수를 안하게 되고요. (FFT: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들이던가요?) 지금 딱 떠오르는 장면은 울산으로 처음 원정을 떠났던 경기(4월 18일)예요. 동점골을 먹을 때 조금만 침착하게 대처했더라면 골 상황까지 안 갔을 거예요. 마음이 급해서 먼저 움직였던 순간이었어요. 대구 원정(8월 5일)에서도 볼이 뒤로 넘어갈 때 ‘내가 처리했구나’ 하고 안도하는 순간 누군가(김진혁)가 볼을 잡았어요. 그 경기 후로는 상황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는 내 볼이 아니라는 경각심이 생겼어요. 마무리 될 때까지는 집중하자는 교훈을 얻었죠. 직접 뛰고 경험하면서 얻게 된 교훈이에요.

FFT: 데뷔전이 4월 2일 전북전이에요. 리그 선두를 상대로 프로 첫 경기를 치렀는데요.
작년부터 ‘한 경기만 뛰게 해주면 보여줄 자신이 있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어요. 진짜 강팀 전북을 상대로 데뷔전을 치르게 된 거예요. 그런데 경기장이 전주성이 아니라 종합운동장이었어요. 관중은 많았지만 제가 상상했던 압도적인 분위기는 아니었어요. 부담감이 줄었죠. 경기 전에 형들 조언도 있었고 감독님도 제가 잘 할 수 있는 역할을 주문하셨어요. 당시 팀의 뒷공간이 좀 약했는데 ‘네가 빠르니까 뒷공간을 책임져 달라’고 하셨죠. 경기 시작하고 5분, 10분 정도 지나니까 안정감도 찾고 자연스럽게 몰입했어요.

FFT: 한 경기만 뛰게 해주면 잘할 자신이 있었다고 했죠. 출전 횟수가 늘면서 더 잘하게 되던가요?
자신감은 늘 있어요. 매 경기 들어가기 전 조금의 긴장감을 느끼지만, 그 정도 긴장은 갖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늘 상대 공격수를 생각하면서 준비를 하죠. 다음 경기 상대가 울산이에요. 영상으로 이종호 선수 스타일을 확인하고 어떻게 묶을지 생각해요. 다음 경기에선 또 다른 팀 또 다른 공격수를 공부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재미있어요.

FFT: 서울이 시즌 초반에 많이 흔들렸어요. 황선홍 감독도 수비 전술을 두고 고민이 많았는데, 그 시점에 어떤 점을 어필했던 걸까요?
제가 형들보다 특출 난 건 아닐 거예요. 아마 감독님이 보시기에 ‘얘가 경기에 뛰고 싶어하는구나’라는 간절함이 느껴지지 않았을까요. 솔직히 훈련 할 때 아는 것도 더 열심히 하고, 한 번 더 하고 그랬거든요.(웃음) (FFT: 감독이 특별히 주문하는 내용은?) 공을 쉽게 차라고 하시죠. 대신 할 수 있는 건 모두 수비에 쏟으라고 하세요. (FFT: 수비수에게 공을 쉽게 찬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공이 왔을 때 패스 주기 좋은 곳을 찾기 보다 옆에 눈에 띄는 동료에게 빨리 전달하라는 의미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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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T: 본보기가 된 선수가 있나요?
고등학교 때는 (김)진규 형을 되게 좋아했어요. 빠른 스타일은 아닌데 뒷공간을 안 내주는 수비수였어요. ‘뭔가 있다’고 생각했죠. 유스팀 시절이어서 늘 서울 경기를 보러 다녔어요. 상황마다 대처하는 걸 보면서 배운 게 있어요. 또 팀에 와서 보니까 (이)웅희 형, (김)주영이 형처럼 비슷한 스타일의 선배들이 있더라고요. 좋은 점을 다 배울 수 있었어요. (곽)태휘 형도 그렇고, 저 못 뛰고 있을 때 형들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어요.

FFT: 발 빠른 수비수로 주목받고 있어요. 축구선수 치고 스피드 덕을 보지 않는 포지션이 없긴 하지만요.
기본적으로 상대 공격수와 경쟁에서 지지 않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요. 그런데 저는 스피드로도 칭찬을 듣지만 파워도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일대일 경쟁에서 밀지지 않을 자신이 있어요. ‘발 빠른 수비수’여서 주목받는 게 아니라 ‘황현수는 정말 안정적인 수비수지’가 먼저였으면 좋겠어요. 안정적인데 심지어 발도 빠른 수비수!(웃음)

FFT: 그럼 ‘황현수 사용 설명서’를 한 번 만들어보죠. 어떤 장점이 있으니 어떻게 조합하면 좋을지 직접 설명해주세요.
일단 발 빠른 건 맞고요. 제가 좋아하는 건 일대일 경쟁이나 뒷공간 커버예요. 제가 커버할 때 앞에서 막아주고 라인 컨트롤을 할 수 있는 선수가 있다면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을 거 같아요.

FFT: 제공권 싸움은 어떤가요. 강원전(8월 2일) 득점 상황에선 위치 선정과 공중볼에도 자신 있어 보이던데요.
키(183cm)가 그리 큰 편은 아니어서 조금 아쉬워요. 그래도 초등학교 때부터 점프력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고등학교 때까지 코너킥 같은 상황에서 포인트 타점이 저였어요. 수비수로서도 볼 떴을 때 헤더 경쟁에서 지면 안되니까 더 집중하고요. 누구도 이 사람 헤더를 따라갈 수 없다, 할 정도로 엄청 큰 상대만 아니면 누구와도 경쟁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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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T: 입단부터 데뷔까지 3년을 그냥 보냈어요. 대학 진학 대신 프로행을 선택했을 때 기대감이 있었을 텐데요?
바로 뛸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어요. 형들이랑 훈련하는 것만으로도 최소한 보고 배울 게 생길 거라 생각했어요. 대학을 가더라도 어차피 프로로 와야 하잖아요. 솔직히 기다리는 시간이 짧았던 건 아니에요. 올해도 안되면 이 팀에선 가망 없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경기를 뛰고 있으니까 ‘3년이면 충분하다’고 얘기할 수 있지만, 못 뛰는 상황이었다면 정말 힘든 시간으로 기억되고 있겠죠.

FFT: 서울에서 주전 경쟁하는 멤버가 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누가 그런 말을 한 적 있어요. ‘그냥 운동만 하면 운동선수다. 시합에 나가야 진짜 축구 선수다’라고요.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선수도 아니구나’ 싶었죠.(웃음) 지금은 축구선수로서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느껴요. 개인적으로는 상상도 못했던 날들을 보내고 있어요. 이런 빅클럽에서 형들이랑 경기 뛰면서 경험을 쌓고 있는 지금이요.

FFT: 스물두 살에 프로축구 선수로 사는 건 어때요?
나이가 중요한 건 아닌 거 같아요. 더 어린 나이에 프로로 뛰는 선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U-23 출전 규정 덕분에 데뷔할 기회를 얻었다고도 생각해요. 저를 부러워하는 친구들도 있겠죠. (FFT: 학교를 다니는 친구들은 진로 등을 고민할 시기예요) 지금 저의 가장 큰 고민은 다음 경기예요. 어떻게 하면 이길까. 솔직히 고민을 품고 사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굳이 찾으라면 다음 경기죠. 경기를 준비하다 보면 몸이 무겁거나 안좋을 때도 있잖아요. 다음 경기에 맞춰서 ‘체중 조절해야겠다’ 이런 차원이에요. 축구 외의 일상은 단순화하는 편이죠.

FFT: 그렇다면 지금의 현수 선수를 가장 치열하게 만드는 건 뭔가요?
음… 경기에 못 나가는 거요. 전에 코뼈 다치고 한 달 정도 못 뛴 적이 있어요. 한두 경기는 회복 과정이라 빠질 수도 있는데, 그 후에도 계속 못 뛰니까 갈증이 생기더라고요. 팬들 앞에서 경기를 뛰고 싶은데 경기를 보고 있으려니까 마음이 좀 치열해졌어요. 다시 자리를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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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T: 최근 전북의 김민재가 수비 기대주로 주목을 받았어요. 대표팀에도 선발됐고요. 한 살 차인데 자극이 되진 않나요?
대표팀 명단 발표하던 날 민재한테 바로 전화해서 축하한다고 했어요. ‘먼저 국가대표 물 먹고 있어. 곧 따라 갈게’라고 했죠. 민재는 충분히 그렇게 인정받을 가치가 있는 선수라고 생각해요. 저도 더 열심히 해서 따라 가야죠. 내년 아시안게임에서 같이 발 맞춰볼 수 있게 되길 기대해요.

FFT: K리그 영플레이어상 타이틀은 어때요. 수비수가 받을 때도 됐다는 말도 나오는데, 둘이 경쟁할 수도 있겠죠.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그런데 다른 팀에 좋은 선수들이 많아서 기대는 안해요. 기대를 안해야 실망도 안하니까 신경 안쓰려고요.(웃음) 개인적으로 뭘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그보다 팀이 더 올라가고 선수들이 모두 잘 어우러지는 상황이 되는 게 우선이에요. 팀이 잘 돼야 그 안에서 ‘황현수도 있구나’가 되지 않을까요.

FFT: 아직 시즌 일정이 많이 남았어요. 서울의 일원으로 팀이 더 좋아질 거라고 기대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딱 하나 있죠. 서울은 ‘슬로우 스타터’잖아요. 징크스 아닌 징크스인데요. 이번 시즌에도 늦게 발동이 걸렸지만 마지막에 좋은 위치에 있을 거라고 기대해요. 처음 뛰기 시작했을 때랑 지금은 확실히 차이가 있어요. 뒤에서 보면 형들 플레이에 여유가 있고 패스할 때도 부드럽게 연결돼요. 활발하고 투지있게 움직이는 게 느껴져요. 경기력이나 멘털이나 전체적인 분위기 모두 좋아지고 있어요. (선두)전북과 승점 차가 좀 나긴 하지만 충분히 위협할 수 있을 거예요. 작년처럼 또 막판에 어떻게 될지 모르고요.

FFT: 개인적인 목표는 역시 출전 수를 늘리는 건가요?
네, 끝까지 뛰는 게 목표예요. 9월이면 웅희 형도 제대하거든요. 같이 서게 되도 좋고 경쟁을 해도 팀에는 좋은 상황이겠죠. 좋은 마음으로 함께 경쟁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또 하나의 목표는 내년 아시안게임 출전이에요. 올해 잘 해놔야 내년에도 가능성 있는 선수가 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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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T: 이제 진짜 시작이에요. 앞으로 서울에서 어떤 선수가 되고 싶은가요?
저는 솔직히 처음 입단했을 때부터 (고)요한이 형을 보면서 원클럽맨이 되는 것도 의미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앞으로 여기서 트러블만 없다면 계속 이 팀에서 성장하면서 함께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FFT: 유스 출신으로 갖는 애정인가요?) 저는 FC서울에 대한 자부심이 커요.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을 연고로 하는 클럽이잖아요. 모든 선수들이 오고 싶어하는 팀이고, 다른 팀이 질투하는 상대가 되는 것도 재미있지 않나요. 고교 진학할 때도 오산고랑 매탄고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있었는데 오산고에 가고 싶었어요. 서울 때문에요. 서울을 계속 좋아했어요.

FFT: 오래 뛰려면 몸 관리도 중요하잖아요. 프로무대에서 풀 시즌을 처음으로 소화하는 기분은 어떤가요.
아직 어려서 체력에는 전혀 문제 없어요! 경기 뛰는 게 재미있고요. 일년에 한 번씩 아팠는데 올해는 코 다친 거 말고 큰 부상도 없어요. 막바지까지 몸관리에 조금 더 신경쓰면 잘 마무리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제가 하기 나름이겠죠?

사진=FAphotos
writer

by 배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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