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st.chance] ‘지지 않는 축구’의 함정을 경계하라

기사작성 : 2017-09-03 02:56

-신태용 감독, "지지 않는 경기"를 언급하다
-안전한 선택을 하는 건 좋다, 하지만...
-자칫하면 더 위험에 빠질 수 있다

본문


[포포투=정다워(타슈켄트)]

어려운 때일수록 단순하게 가는 게 효과적일 수도 있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면 더 어렵다. 지금 신태용호에게 필요한 것도 목표의 단순화다. 경기 후에 닥칠 경우의 수 계산에 집착하는 건 팀에 악영항을 미칠 수 있다.

2일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의 첫 번째 훈련을 실시했다. 신태용 감독은 훈련 전 인터뷰에서 “상대에 맞춰 할 것인지, 우리가 잘하는 것을 할 것인지는 상황에 맞춰서 결정해야 한다. 잘못된 결정은 최악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지지 않는 경기를 하겠다. 무실점 승리를 거두겠다”라고 말했다. 이기면 무조건 월드컵 진출을 확정하고, 비겨도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시리아가 이란 원정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크지 않기 때문에 최악의 시나리오인 패배만 피하면 일단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는 건 나름 합리적인 선택인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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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시나리오 피하려는 신태용
한국은 3위 시리아나 4위 우즈베키스탄에 비해 유리하다. 경우의 수가 다양한 두 나라와 달리 이기면 100% 러시아행을 보장 받는다. 시리아와 우즈베키스탄의 경우 승리한 후 골득실을 따져야 하지만, 한국은 승점 3점을 따면 2위 자리를 무조건 지킬 수 있다. 심리적인 면에서 상대적으로 편한 입장이다.

신 감독이 “지지 않는 경기를 하겠다”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에 닥칠 최악의 시나리오는 패배다. 우즈베키스탄에 지면 2위 자리를 내줘야 한다. 만에 하나 시리아가 이란을 잡는다면 4위로 밀려난다. 월드컵으로 가는 마지막 기회인 플레이오프 진출 티켓도 손에 넣을 수 없다. 반면 우즈베키스탄과 비기면, 시리아가 이란을 이겨도 최소한 3위 자리를 보장 받을 수 있다. ‘세컨드 찬스’는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사실 신 감독의 발언에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 자칫하면 ‘이기는 것보다 비기는 데 집중하겠다’라는 의미로 풀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 감독은 “무실점 승리를 하겠다”라는 뚜렷한 목표를 제시했지만, 앞에 언급한 “지지 않는 경기”에 더 시선이 간다.

신 감독이 말한 지지 않는 경기는 무리하지 않고 안전하게 경기 운영을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게 더 정확하다. 급한 건 우리보다 우즈베키스탄 쪽이다. 우즈베키스탄은 4위다. 우리를 상대로 무조건 승점을 확보해야 한다. 승리가 어렵다면 최소한 비기기라도 해야 한다. 이란이 시리아를 이기면 3위까지는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시리아가 이란을 상대로 승점을 얻으면 우즈베키스탄은 한국전에서 승리해야 가능성을 만들 수 있다. 우즈베키스탄은 이기기 위한 경기를 할 확률이 높다.

한국 입장에서는 우즈베키스탄의 급한 마음을 이용하는 게 좋다. 신 감독이 노리는 지점도 바로 여기다. 일단 안전하게 수비에 집중하다 열심히 공격하는 사이 흐트러진 상대 수비를 역습으로 공략하면 재미를 볼 가능성이 크다. 골이 필요한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는 뻔하다. 상대적으로 경기를 준비하기에 수월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 감독은 안전하게 가는 쪽으로 가답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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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기훈의 “지지 않으려고 하는 경기가 더 어렵다”는 말
훈련 첫 번째 날 인터뷰의 주인공은 염기훈이었다. 이동국에 이어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나이가 많은 염기훈은 “지지 않으려고 하는 경기가 더 어렵다. 지키려는 축구를 하면 움츠러든다”라고 말했다. 풍부한 경험에서 나오는 의미 있는 설명이다.

지금 시점에서 한국이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지지 않는 경기를 하는 건 합리적인 선택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함정에 빠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염기훈의 말대로 지키는 데 집중해 수비가 움츠러들어 경기를 그르친 사례는 많다. 2016-17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바르셀로나와 파리생제르맹의 16강전 2차전이 대표적이다. 1차전서 4-0 대승을 거둔 파리생제르맹은 2차전서 지나치게 수비에 집중하다 오히려 수비가 크게 흔들렸고 무려 6골을 허용하며 1-6으로 패배,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지지 않는, 혹은 적게 먹고 지는 축구를 하려다 오히려 대패한 경우다.

또 한 가지 경계해야 할 사실은 지키는 축구가 100% 무실점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객관적으로 보면 한국은 A조에서 실점이 두 번째로 많은 팀이다. 이란전에서 무실점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이란 선수 한 명이 퇴장 당해 수적 우위를 점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우즈베키스탄과의 지난 경기에서도 2골이나 허용했다. 대표팀은 최근 원정 3경기서 모두 패했는데 매 경기 실점하며 무너졌다. 수비에 집중해 무조건 실점하지 않겠다는 자신감은 이란 정도는 돼야 갖는 게 맞다. 사전 약속 한대로 경기의 운영 방식을 정했는데 만약 우즈베키스탄에 선제골을 내주면 선수들은 심리적으로 크게 흔들릴 수 있다. 한국은 이미 10명이 싸운 이란 수비를 뚫지 못한 전적이 있다. 1-0으로 앞선 우즈베키스탄의 10백을 뚫는다는 보장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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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골 먼저 넣으면 훨씬 편하다
안전하게 경기를 운영하면서도 공격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우즈베키스탄전의 핵심 포인트다. 우리가 한 골을 먼저 넣으면 우즈베키스탄은 더 급해진다. 못해도 무승부가 필요한 상대는 더 적극적으로 공격을 시도할 게 뻔하다. 한국 입장에선 경기 운영이 더 편해진다. 상대가 더 많은 공간을 허용하면 그만큼 득점 기회도 많아진다. 한국엔 손흥민, 황희찬, 이근호 등 빈 공간을 활용할 줄 아는 공격수들이 많다. 공격진의 스피드만큼은 아시아 정상급에 속한다. 한 골을 먼저 넣으면 다득점까지 노릴 수 있다.

시리아가 이란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축구에 ‘절대’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한국은 중국과 카타르 원정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상상하지 못했던 결과였다. 이미 월드컵 진출을 확정한 이란이 간절한 시리아에 패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국은 무승부를 거둬도 2위 자리를 지킬 수 없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려다 차악의 감옥에 갇히게 되는 셈이다.

서두에서 언급한 대로 이럴 때일수록 단순하게 가는 게 좋다. 신 감독의 말처럼 안전하게 가는 건 좋지만, 이때 발생할 변수들을 적절하게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함정에 빠지면 스스로 무너진다.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의 꿈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신중하지만 단순하게, 수비적이지만 공격적으로 움직여야 할 때다.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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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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