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민의 축구話] 고마워요 ‘GG’ 우즈벡…민망한 러시아行

기사작성 : 2017-09-06 04:04

-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A조 2위 확정
-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도 기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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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홍재민]

천신만고 끝에 나갔다. 이란과 시리아의 경기가 끝나는 순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FIFA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고도 이렇게 민망했던 적이 있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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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끝나고 신태용 감독이 TV인터뷰에 응했다. 이란과 시리아의 경기가 끝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그는 본선 진출을 확정한 것처럼 이야기했다. 그라운드 위에 있는 선수들도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물론 기뻐해야 하는 상황이다. 9회 연속 FIFA월드컵 본선 진출이란 목표를 ‘거의’ 확정했으니까. 이란과 시리아가 무승부로 끝났고, 그제야 한국은 월드컵에 가게 되었다. 대표팀을 격려해야 하지만, 기분이 그렇지 않다. 정말 이상한 새벽이다.

한국은 감독 교체라는 배수의 진을 치고 남은 두 경기에 나섰다. 신태용 감독의 여전한 언변은 새로운 무언가를 원했던 팬들에게 희망을 줬다. 신 감독과 평소 각별한 일부 미디어의 전폭적 지원 논조가 판을 깔았다. 이동국, 염기훈 등 전임 감독에게 철저히 외면당했던 선수들을 부르면서 기대를 키웠다. 그러나 신태용호는 이란과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다. ‘감독이 문제가 아니었다’는 비아냥만 남아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무안하게 만들 뿐이다.

우즈베키스탄과 만나기 하루 전, 기자회견장에서 우즈베키스탄의 삼벨 바바얀 감독과 취재진이 서로 으르렁댔다는 소식을 들었다. 덜컥 걱정이 들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의 악몽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조별리그 두 번째 상대가 알제리였는데, 당시 경기 하루 전 기자회견장에서도 알제리의 감독(바히드 할릴호지치 현 일본 감독)과 취재진이 서로 말싸움을 벌였다. 현장에 있던 한국 취재진 모두 ‘저쪽은 완전히 모래알’이라며 승리를 자신했었다. 다음날 알제리는 4-2 대승을 거뒀고, 한국 취재진은 쥐구멍을 찾느라 바빴다.

그래서 우즈베키스탄이 너무 고맙다. 자기 안방에서 형편없는 체력으로 기어이 한국에 월드컵 길을 활짝 열어줬다. 사실 그들의 자비는 최종예선 내내 이어졌다. 우즈베키스탄이 엉망인 덕분에 한국은 2위를 수성할 수 있었다. 지난주에는 중국 원정패라는 큰 선물까지 보냈다. 마치 자기가 밥값을 치르겠다며 고객을 식당 계산대에서 멀리 밀어내는 영업사원 같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야구 준결승전에서 나왔던 허구연 씨의 어록이 떠올랐다. 아 고마워요 사토, 아니, 고마워요 우즈벡.

본선 진출 확정 기사에 달린 수많은 질타와 실망, 실소를 보며 가슴 아픈 와중에 타슈켄트 분요르코르 스타디움 현장에 있던 후배가 메시지를 보내왔다. “이상해요. 우리 선수들이 너무 좋아하고 있어요”라는 내용이었다. 신태용 감독의 헹가래 사진도 올라왔다. 물론 그들은 수고했다. 목표도 달성했으니까. 하지만 팬 정서와 호흡하지 못하는 그들만의 분위기가 여실히 드러나는 것 같아 씁쓸했다. 월드컵에 나갔는데도 욕한다며 또 팬과 언론의 반응을 ‘비정상’으로 오역할까 봐 걱정된다. 제발 그렇지 않기를 소망한다.

머릿속에 불안한 물음표만 동동 떠다닌다. 최종예선 10경기가 남긴 두통에 우리는 언제까지 머리 아파해야 할까? 신태용 감독이 밝힌 “신태용의 축구”를 내년 월드컵 전까지 구경할 수 있을까? 꼭 이겨야 했던 최종예선 경기들에서도 꽉 막혔던 경기력이 져도 상관없는 앞으로의 평가전에서 팡팡 터져 나올까? 서먹해진 대표팀과 팬들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그나저나 주장은 계속 그 친구가 맡는 건가?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 나서는 티에리 앙리와 프랑스처럼 양심까지 팔지 않아도 되지만, 국내 팬들로부터 칭찬보다 꾸중을 많이 듣는 분위기 속에서 월드컵을 준비해야 한다. 주위에서 ‘월드컵에 한 번 떨어져 봐야 한국 축구가 정신 차린다’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다. 운 좋게 이번에도 한국은 월드컵 본선에 나가게 생겼다. 분수에 맞지 않는 1, 2부 운영으로 비틀거리는 K리그, 검은 거래가 버젓하다는 학원 축구계, 대표팀의 수준 이하 경기력 등 한국 축구의 각종 문제를 월드컵을 거르지 않고도 해결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제 우즈베키스탄의 도움이 없으니 알아서 잘.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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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재민_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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