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타슈켄트] 당연한 축하가 불편했던, 그들이 사는 세상

기사작성 : 2017-09-06 05:50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에 기뻐한 대표팀
-정작 대중은 싸늘하다
-이 괴리를 대체 어찌할꼬?

본문


[포포투=정다워(타슈켄트)]

“Congratulations!”

기자회견장으로 걸어가는 길에 우즈베키스탄의 많은 이들이 한국의 월드컵 진출을 축하했다. 축하할 일이다. 한국은 9회 연속 월드컵이라는 대기록을 썼다. 경기가 끝난 후 대한축구협회는 한국이 역대 본선 최다 연속 진출 6위라는 사실을 친절하게, 그리고 자랑스럽게 공지했다. 월드컵 진출 실패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상하던 많은 사람들이 미소를 찾게 됐으니 자축하는 것도, 축하를 받는 것도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6일(한국시간)은 한국이 대기록을 달성한 날이다. 한편으로는 축하 받는 사람들과 대중의 괴리를 심각하게 확인한 날이기도 하다. 한국 선수단이 밝게 웃으며 기뻐하던 사이, 대중은 냉소를 보냈다. 온라인, SNS 상에서는 대표팀을 향한 축하가 사라졌다. 그 자리를 조롱과 날선 비판이 채우고 있다. 이란이 시리아와 비긴 덕분에 2위를 지켰다며 월드컵 진출을 ‘당했다’는 조소 섞인 표현까지 등장했다. 그들이 기뻐하는 세상을, 또 다른 세상이 불편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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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말하지만 월드컵 진출은 축하해야 할 일이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기뻐한 건 당연하다. 선수들은 누구보다 마음 고생했을 감독을 위해 헹가래를 쳤다. 황희찬은 태극기를 들고 우사인 볼트 세리머니를 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 등장한 신태용 감독을 향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김호곤 기술위원장이 박수를 보낸 것도 이해할 수 있다. 선수들이 밝은 표정으로 믹스트존 인터뷰에 응한 것도 마찬가지다. 고생 끝에 목표를 달성했으니 하루 정도는 마음 편히 웃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광경을 보며 어딘가 불편했다. 월드컵에 못 갈까봐 초조했던 게 무색할 정도로 씁쓸한 감정이 들었다.

우리는 더 이상 월드컵 진출을 최종 목표로 삼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은 우즈베키스탄과 다르다. 우즈베키스탄은 아직 월드컵에 나간 적이 없다. 이날 경기에서 우즈베키스탄 관중들은 수시로 이란과 시리아의 경기를 확인했다. 기자들을 향해 손가락을 보이며 스코어를 확인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무승부로 경기가 끝나기를 원하는 눈치였다. 현실적으로 한국을 이기기 어려운 상황에서 승점 1점이라도 얻어 3위 자리를 확보, 플레이오프를 통해 마지막 기회를 잡고 싶어한 것이다.

한국은 수준이 더 높다. 앞서 언급한 대로 9회 연속 월드컵 무대를 밟는다. 월드컵에서 나름의 성과도 냈다. 2002년 4강 신화를 썼고, 2010년 최초로 원정 16강 역사도 세웠다. 당연히 사람들은 더 이상 본선 진출 그 자체에 만족하지 않는다. 원래 인간은 향상성이 있는 동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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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최종예선 10경기는 절망 그 자체였다. 만족할 만한 경기가 단 하나도 없었다. 매 경기가 고비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우즈베키스탄전도 마찬가지였다. 타슈켄트에서 만난 이천수 JTBC 해설위원은 “10경기를 중계하며 매번 답답했다. 수비가 잘 되면 공격이 안 풀리고, 공격이 잘 되면 수비가 안 됐다. 둘 다 안 된 경기도 많다”라고 말했다. 도중 전임 감독이 경질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개선되지 않는 경기력 때문에 대표팀을 향한 비판의 날이 섰다. 신 감독은 부임 후 치른 두 경기를 앞두고 매번 “꼭 이기겠다”라고 했지만, 결국에는 두 경기 연속 무승부에 그치고 말았다. 무실점은 박수 받을 일이지만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

비판 속 최종예선을 치르며 감독, 선수들은 하나 같이 일단은 월드컵에 진출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경기 내용, 과정보다는 결과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돌이켜보면 계속해서 드러나는 약점을 목표라는 방패로 막아내려 했던 게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든다.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면 핑계를 대는 데 급급했다는 뜻이다.

더 이상 ‘일단 가고 보자’라는 마음가짐은 통하지 않는다. 팬들의 눈은 높아졌다. 지난 2014년 월드컵에서의 참패를 경험했다. 대중은 월드컵에서 얼마나 잘할 수 있는지를 보고 싶어 한다. 지금은 본선에서의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강력하게 비판하는 것이다. 지난 10경기를 돌이켜보면 기대감이 없는 게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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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이 계속해서 본선 진출 목표를 언급했던 건 최종예선 이후 월드컵을 본격적으로 준비할 9개월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아시아 예선을 통과하면 새 판을 짤 수 있다는 구상이었다. 꼭 틀린 말은 아니지만 꼭 옳은 방법도 아니다. 9개월 동안 대표팀이 드라마틱하게 변신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크지 않다. 이천수 해설위원은 말을 아끼면서도 “쉽지 않을 것이다. 한 두 달에 한 번 모이는 대표팀이라는 특성을 고려하면 어려운 과제”라고 설명했다.

지난 월드컵만 해도 그렇다. 홍명보 전 감독은 대회 1년 전 취임했다. 정확히 12개월 준비했던 대표팀의 결과는 처참했다. 신 감독은 이보다 3개월 적은 기간을 부여 받았다. 팀이 더 나아지기 위해서는 아시아 예선을 포함한 몇 년 동안 월드컵을 준비했어야 하는데 우리는 고작 9개월을 준비해 러시아로 가야 하는 상황이다. 성적을 낙관하기 어렵다.

대표팀을 향한 팬들의 시선은 어느 때보다 싸늘하다. 모 브랜드는 월드컵 진출 이후 광고를 집행하기로 했지만,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자 급하게 취소했다. 대중의 온도가 이 정도로 차갑다. 뭐가 잘못 됐는지 다 아는데 그들만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보통 기자는 경기가 끝난 후 포털 기사 댓글을 통해 대중의 반응을 확인한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답답한 축구의 연속 때문에 팬들은 기분이 나쁜데 눈 앞의 대표팀 선수들과 관계자들은 기뻐하고 있었다. 스마트폰과 내부자들 사이에 서 복잡한 생각이 쌓이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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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이제 새롭게 시작해야 할 때다. 신 감독은 “앞으로 한국축구가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한 발 더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손흥민은 “2014년 월드컵처럼 되지 않게 잘 준비하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대표팀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반성’이다. 무엇이 부족했는지, 왜 이렇게 힘든 예선을 보냈는지 냉정하게 파악하고 평가해야 한다. 기뻐하는 것보다 중요한 게 바로 과거를 돌아보는 것이다. 목표를 달성했다고 그냥 넘어가면 발전의 여지가 사라진다. 이천수 해설위원은 “반성해야 한다. 반성 없이 본선에 가면 국민들에게 실망만 줄 것”라고 말했다. 우즈베키스탄에서의 기쁨이 오래 가는 건 곤란하다.

신 감독은 월드컵을 목표로 새판짜기에 들어가야 한다. 새 얼굴 발굴은 필수다. 이번 2연전의 최대수확은 김민재였다. K리그 신인이자 대표팀 막내인 그는 두 경기를 통해 수비의 중심으로 완벽하게 자리잡았다. 오히려 주장 김영권보다 안정적인 수비를 선보이며 두 경기 연속 무실점을 견인했다. 김영권은 장기인 전진패스를 보여주지 못했지만, 김민재가 그 역할을 대신했다. 신 감독이 얻은 성과다.

새 얼굴을 찾는 동시에 긴장감 있는 경쟁 구도도 만들어야 한다. 전임 감독들은 하나 같이 경직된 선수 운영으로 비판 받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경쟁 없는 팀은 활기가 사라진다. 뛰는 리그, 팀과 상관 없이 대표팀에 도움이 된다면 최대한 많은 자원을 활용해야 한다. 우즈베키스탄전에서도 권창훈, 황희찬, 손흥민 등 유럽파보다는 염기훈, 정우영, 이동국, 김민재 등 한국과 아시아에서 뛰는 선수들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염기훈은 경기 분위기를 180도 바꾼 주인공이었다. 경기 후 우즈베키스탄의 한 기자는 “19번은 어떤 선수냐?”라고 물었다. 선수를 편견 없이 보면 건강한 경쟁이 형성된다.

대중의 신뢰를 되찾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너무 오랜 시간 부진해 불신의 벽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상황을 바꿀 여지는 충분하다. 러시아로 가는 길목에서 가능성을 보여주면 된다. 이천수 해설위원은 “신뢰를 줘야 한다. 강팀을 만나 상대하며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다시 팬들이 지지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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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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