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c.told] 7년 짐 턴 염기훈은 이제 빅버드로 간다

기사작성 : 2017-09-08 12:35

- 러시아 월드컵 진출 티켓을 손에 넣은 국가대표
- 박수받은 몇 안 되는 선수, 염기훈
- 그가 들려주는 대표팀, 리그, 개인 기록 이야기

태그  

본문


[포포투=정재은]

‘기훈아, 7년이 걸렸네.’

우즈베키스탄 원정에서 돌아온 염기훈의 휴대폰에 문자 메시지가 날아 들어왔다. 발신자는 그의 친누나였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받았던 손가락질이 박수와 따듯한 시선으로 바뀌기까지 꼭 7년이 걸렸다. 원정 경기서 교체로 투입된 그는 흐름을 바꿔놓았다. 국가대표 염기훈은 풀리지 않을 것만 같았던 숙제를 그렇게 풀어냈다.

“문자를 받고 마음이 찡하더라고요. 우리 가족이 내색을 안 해서 신경 안 쓰는 줄 알았는데… 그래서 더 다행이었어요. 저도, 가족도 안도의 한숨을 쉰 것 같아서.”

Responsive image

염기훈은 이제 수원삼성 주장으로 복귀한다. <포포투>가 클럽하우스로 향하는 그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의 짧지만 강렬했던 국가대표 스토리, 그리고 다시 출발하는 수원의 K리그.

# 신태용의 한마디, 염기훈을 일으켰다

시즌 초 염기훈은 “이제는 국가대표에 욕심이 없다”고 말했다. 소속팀에서 아무리 활약해도 대표팀에 자신을 향한 자리는 없었기 때문이다. “대표팀은 젊은 나이가 많든 들어가고 싶은 건 똑같다. 하지만 기회가 없다 보니 대표팀은 먼 산 보듯이 했다.”

그런 그가 마음을 달리 먹은 계기는 신태용 국가대표 감독의 한 마디였다. “나이는 상관없다”는 신 감독의 말이 염기훈을 움직였다. “다시 한번 불태울 수 있는 동기부여가 확실히 됐다. 색안경을 끼고 선수를 대하는 게 아니니까.” 신 감독의 말을 들은 이후 그는 7경기 동안 2골 3도움이라는 기록을 냈다.

그는 기사를 통해 자신이 국가대표에 발탁됐단 사실을 알았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어? 진짜 뽑으셨네?’ 였다. 주변에선 축하 메시지가 쏟아졌다. 크게 기뻐할 법도 했지만, 그는 곧바로 자신이 국가대표팀에서 해야 할 역할을 생각했다. 다름 아닌 ‘조커’로서의 역할이었다.

“나는 내가 선발이 아닐 거라는 확신을 했다. 투입되더라도 후반전에 들어가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선수들은 서로 경쟁해 선발로 뛰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졌을지 몰라도, 나는 처음부터 조커로서의 역할에 신경을 썼다. 그래서 좋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나 싶다.”

익숙지 않은 역할이다. 염기훈은 수원에서 붙박이 주전이다. “부담은 됐다. 준비하는 자세를 바꿔야 했다. 선발은 꾸준히 리듬을 유지한다면, 조커는 분위기를 바꿔줘야 한다. 그런 점이 부담이 좀 됐지만, 뛴 이후 많은 팬분이 내가 분위기를 바꿨다고 말씀해주시더라.”

9차전(이란)은 벤치를 지켰다. 10차전 우즈베키스탄전에선 후반 18분 권창훈과 교체돼 들어갔다. 투입되자마자 그는 이쪽, 저쪽으로 크게 제스쳐를 보이며 팀 대열을 재정비했다. 꽉 막혔던 왼쪽 측면을 그의 시원시원한 왼발이 뚫었다. 소속팀 동료 김민우도 한층 탄력을 받았다. 경기 후 각종 SNS 및 포털사이트에선 염기훈을 향한 칭찬이 쏟아졌다. 자신을 향한 긍정적 여론을 확인한 그는 “대표팀에서 이렇게 칭찬받은 지가 너무 오래됐다. 적응이 안 된다”며 기분 좋게 웃었다.

Responsive image

# 이번에는 달랐던 A매치 기간

2년 3개월 만에 단 태극마크는 짧지만 강렬했다. 개인을 향한 격려, 팀을 향한 질타를 동시에 받았다. 자신이 단 태극마크의 의미도 확고했다. 그는 “다른 때보다 마음을 강하게 먹었다. 마지막이라 생각했다. 다음에 (대표팀에) 또 가야지 라는 생각보단,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란 마음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평소와 다른 A매치 기간을 보냈다. A매치 기간은 곧 K리그에 휴식기다. 이 기간에 선수단은 짧은 휴가를 갖고, 다시 뭉쳐 전지훈련을 떠나거나 합숙을 하며 팀 전력을 재정비한다. 한창 잘나가던 팀은 꾸준할 수 있는 힘을 키우고, 고꾸라진 팀은 반등의 계기를 마련한다. 염기훈도 그랬다. 그 안에서 염기훈은 팀의 리더로서 ‘개인’보다 ‘팀’에 집중했다. 지도자와 동료들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자기 역량을 키우기보다 후배들 챙기기에 바빴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수원이 거제도에서 피부가 새까맣게 그을릴 때까지 단내 나는 훈련을 받을 때 염기훈은 A매치의 주인공이 됐다. 주장의 무게를 내려놓자 자기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가 생겼다. 무엇보다 “나의 노력을 많은 축구 팬이 알아주신 것 같다. 개인적인 자신감이 정말 많이 생겼다.”

# 다시 수원삼성의 주장으로, 빅버드로

그의 개인적인 자신감은 향후 수원의 리그 일정, 그리고 개인 기록까지 이어진다. 염기훈은 다시 수원의 캡틴이 되어 오는 10일 전남드래곤즈와의 홈경기를 시작으로 K리그를 치른다. 상/하위 스플릿 결정까지 6경기가 남았다. A매치 기간 시작 직전 두 경기서 모두 패한 수원은 분위기 쇄신이 필요하다.

8일 팀 훈련에 합류하는 염기훈은 동료들을 향해 대표팀에서 느꼈던 ‘간절함’을 전달할 예정이다. “대표팀에서도 어린 선수들의 간절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제 우리 수원도 필요하다. 리그 초반이면 모를까 막판이다. 대표팀에서 생각했던 것만큼의 간절함을 우리도 보여야 한다. 내가 이끌어 갈 것이다. 간절하게 뛴다면 마지막엔 지금보다 더 좋은 위치에 있을 거다. 그럴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개인적으로 많이 생겼다.”

다음은 개인기록이다. 지난 강원FC전에서 300경기를 달성한 그는 60-60 클럽 가입까지 딱 한 골만을 남겨뒀다(현재 59골 97도움). 또한, 100도움 달성까지 딱 3개의 어시스트가 남았다. 머잖아 대기록을 달성할 수 있다. 염기훈은 “이제는 기록이 의식이 좀 된다”고 말한다. “내가 은퇴 시기를 앞두고 있다 보니 더 의식이 된다. 기록은 곧 훈장이다. 은퇴 후 내 기록이 어린 선수들에게 비춰질 거다. 운동 선수들한테는 정말 영광스러운 기록이다. 그래서 의식이 된다.”

이동국과 뜻밖의 대결 구도도 생겼다. 이동국의 200골 달성 및 70-70 클럽(현재 196골 69도움) 가입도 얼마 남지 않았다. 염기훈의 반응이 유쾌하다. “내가 한 골이 남았고, 동국이 형은 도움이 남았다. 서로 좀 바뀌었으면 좋았을 텐데.(웃음) 서로 좀 힘들어하는 게 남았다, 하하. 그래도 동국이 형이 먼저 달성했으면 좋겠다. 70-70은 K리그 최초니까.”

Responsive image

대표팀 스토리부터 리그 및 자신의 개인 기록에 대해 이야기 하는 그의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들떠있었다.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적응이 안 된다. 이렇게 많은 관심을…어후. 와이프도 적응이 안 된다고 하더라. 정말 많은 게 변한 것 같다.”

그의 말이 맞다. 많은 것이 변했다. 7년 전 한 차례의 실수로 온갖 조롱과 비아냥을 받는 대상이었던 그는, 신태용호 1기 에이스로 우뚝 서며 마음의 짐을 덜었다. 태극마크는 ‘남 얘기’였지만 이제는 다르다. 1년 후 러시아에서 더 날카롭고 단단해진 ‘왼발의 조커’를 만날 수도 있다. 한층 더 도약한 캡틴을 필두로 수원은 시즌 막바지 재도약할 준비에 들어간다. 수원삼성의 주장 염기훈, 어쩌면 새로운 전성기가 다가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진=FAphotos
writer

by 정재은

축구를 좋아합니다. 축구를 통해 만나는 사람들은 더 좋습니다. @jaeun1230
트렌드
포포투 트렌드

[instagram] '망가 컬렉션' 나이키 머큐리얼 슈퍼플라이 V

포포투 트렌드

[twitter] '경기장 난입' 개와 인터뷰를 시도했다!

Responsive image

2017년 09월호


[SPECIAL] 2017-18 프리미어리그 '영국 현지' 시즌프리뷰
[99 THINGS] 새 시즌 99가지 희망 뉴스 (인터뷰: 에릭센, 귄도간, 코클랭, 알라바, 큐얼, 볼라시에)
[FIRST] 프리미어리그 원년 시즌 역사
[INTERVIEW] 윌리암 갈라스, 마렉 함식
[BRIDGE] 안영학 은퇴경기 현장 르포

[브로마이드(40x57cm)] 네이마르, 손흥민, 염기훈, 이재성
주식회사 볕
03175 서울시 종로구 새문안로3길 7 한글회관 302호
구독문의 : 02-302-1442    카톡 : fourfourtwokr
대표이사 홍재민,임진성 사업자등록번호 : 758-88-00295 통신판매신고번호 : 제2017-서울종로-0716호
Copyright © BYUTT.COM All rights reserved.
포포투코리아 웹사이트 제작 디자인 lo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