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c.told] 수원, ‘진짜 힘’을 선보일 준비가 됐다

기사작성 : 2017-09-11 00:49

- 2017 K리그 클래식 28라운드 수원 3-0 전남
- 어린 선수의 데뷔골, 든든한 신화용 등...
- 수원이 진짜 센 팀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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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정재은(수원)]

12년 전, 배우 황정민은 제26회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이렇게 말했다.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멋진 밥상을 차려 놓는다. 나는 맛있게 먹기만 했을 뿐이다.”

이 소감을 10일, 전남드래곤즈와 K리그 클래식 28라운드를 치른 수원삼성에 대입할 수 있다. 그들은 3-0으로 이겼다. 어린 윤용호, 잠잠하던 박기동, 해결사 산토스가 골을 넣었다. 신화용의 무실점도 빛났다. 이렇게 수원은 전남전을 통해 ‘강팀’이 될 수 있는 밥상을 잘 차렸다.

첫술은 성공적으로 떴다. 리그 2연패는 기억 저편에 사라졌다. 이제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된다. 그래야 ‘진짜 힘’을 낼 수 있다. 아무리 훌륭한 밥상이어도 먹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니까. <포포투>가 수원의 밥상 위에 차려진 것들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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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잘 보낸 A매치 휴식기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9, 10차전이 열렸다. 덕분에 K리그는 휴식기를 맞이했다. 이 기간 동안 팀은 보통 짧은 휴가를 떠나거나 전지훈련을 하며 전력을 가다듬는다. 수원도 다르지 않았다. 선수단이 휴가를 가진 후 지난달 29일부터 4박 5일 동안 거제도에서 전지훈련을 가졌다. 대표팀에서 복귀한 염기훈이 “다들 새까맣게 그을렸더라”고 표현할 정도로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았다. 수비 라인부터 시작하는 빌드업, 체력 훈련 등이었다.

무엇보다 서정원 감독은 위닝 멘털리티를 주입했다. “천천히, 여유롭게 뛰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상대를 이길 수 있으려면 스피드도 빨라야 하고 11명 모두 100% 쏟아내야 한다. 한 사람이라도 그렇지 않으면 팀은 무너진다.”

김민우는 “팀의 컨디션이 더 좋아지고 조직력이 강해진 것 같다”며 수원의 전지훈련이 가져온 긍정적 효과를 설명했다. 당시 수원은 건국대학교와 연습 경기도 치렀다. 궁극적 목적은 조나탄없는 공격진을 재정비하기 위함이었다. 휴식기 이전, 조나탄이 부상으로 아웃된 후 두 경기를 치른 수원은 모두 패했기 때문이다.

건국대와의 경기서 수원은 9-0으로 이겼다. 전방에 산토스, 박기동, 윤용호 등이 포진했다. 당시 박기동과 윤용호 모두 골을 넣으며 컨디션과 골 감각을 끌어올렸다. 윤용호는 파주에서 치른 A대표팀과의 연습경기에서 두 골을 넣어 팀을 승리로 이끌기도 했다. 수원 관계자는 “조나탄 없는 수원만의 시스템을 만들고자 했다. 그때 만들고자 했던 게 오늘 잘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수원은 이 분위기를 다음에 치를 대구FC전, 제주유나이티드전까지 쭉쭉 끌고 가야 한다. 지난 5월에도 수원은 A매치 휴식기를 잘 활용했다. 제주도에서 전지훈련을 가졌다. 국제대를 상대로 12골을 넣으며 시원시원한 연습경기를 치렀다. 이후 수원은 K리그 10경기서 승점 22점을 쌓으며 한층 더 단단해진 면모를 보였다. 다시 그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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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데뷔골을 맛본 박기동과 어린 윤용호

공격수는 골을 넣어야 한다.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가장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박기동이 그랬다. 수원에 등번호 9번을 달고 이적했으나,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오히려 올해 데뷔전을 치른 스무 살 유주안이 골을 더 먼저 넣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상까지 입으며 박기동은 ‘골’에게서 더 멀어졌다.

그런 그가 전남전에서 데뷔골을 넣었다. 김민우가 왼쪽에서 때린 슛이 골대를 맞고 나왔고, 우측에서 쇄도한 박기동이 가슴팍으로 밀어 넣었다. 경기 전 전남 노상래 감독이 “기동이가 상주에서도 그렇고 꼭 전남만 만나면 잘하더니…”라고 우려했던 것이 현실이 됐다. “(서정원) 감독님께 많이 죄송했다”는 박기동은 전남전 득점을 시작으로 ‘진짜’ 공격수 면모를 보여야 한다. 수원의 득점 루트가 다양해질 수 있는 기회다.

그와 함께 데뷔골을 기록한 이가 한 명 더 있다. 윤용호다. 수원 유스 출신인 그는 올해 팀에 입단했다. 전남전은 그의 첫 선발 경기였다. “내가 꾸준히 봐온 선수”라며 서 감독이 과감히 선발로 내세운 것이다. 서 감독의 선택은 옳았다. R리그 및 각종 연습 경기서 두각을 드러냈던 윤용호는 이날 산토스의 패스를 받아 과감한 로빙슛으로 데뷔골을 터뜨렸다.

어린 선수의 활약은 팀에 긍정적 분위기를 가져온다. 이미 유주안을 통해 경험한 바 있다. 유주안이 데뷔전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하고, 이어진 두 번째 선발전에서 또 한번 득점을 터뜨리며 수원은 활력을 더했다. 상/하위 스플릿 결정까지 다섯 경기가 남은 지금, 알을 깨고 나온 윤용호가 수원은 더없이 반갑다.

이렇게 수원은 조나탄 의존적이던 득점 루트에 다양화를 줬다. 김민우는 이를 수원의 강점으로 꼽았다. “공격할 때 우리는 공격 선수의 숫자를 많이 두고 경기한다. 그래서 공격적인 부분이 좋다. 오늘 세 골 넣고 더 넣을 수 있었는데 못 넣은 게 아쉬울 정도로 공격력이 좋았다.” 해결사 산토스 역시 컨디션이 좋고 수원의 막강한 ‘좌측 콤비’ 김민우-염기훈은 대표팀 소집 후 자신감을 더 키웠다. 김민우는 “남은 경기가 더 기대된다”라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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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또 다른 리더, 신화용이 지키는 골문

지난 시즌 수원은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아쉬웠다. 후반기 조나탄을 영입하며 득점에 대한 갈증은 해소했지만, 노동건과 양형모가 번갈아 지키는 골문 어딘가 든든함이 부족했다. 올 시즌 신화용이 그 문제를 말끔히 해결했다. 지난해 수원은 28라운드까지 42실점, 클린시트 4회를 기록했다면 올해는 다르다. 28라운드까지 30실점에 불과하고, 클린시트는 10회에 달한다.

휴식기 이후 치르는 첫 경기, 전남전 역시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중심에는 신화용이 있었다. 수원이 전반전에만 세 골을 넣으며 경기를 리드했으나 전남도 몇 차례 기회가 있었다. 페체신의 움직임은 날카로웠고 자일의 돌파력에 수원 수비진이 무너지기도 했다. 자기 팀 수비진 붕괴는 골키퍼에게 긴장되는 순간이다. 특히 팀이 전반적으로 리드하는 경기에서 갑작스러운 역습은 골키퍼가 완벽히 대응하기 어렵다. 신화용도 “나도 사람인지라 이런 경기에서 100% 준비하고 있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긴장의 고삐를 꽉 잡고 있었다. “상대의 움직임을 계속 주시했고, 갑작스러운 킥에 기민하게 반응하려 노력했다. 수비수들한테도 그런 부분에 관해 잔소리를 엄청 했다.”

그의 노력은 경기 중에도 볼 수 있다. 경기 도중에도 수시로 스트레칭을 한다. “땀이 식으면 몸이 점점 굳기 때문이다. 계속 늘려줘야 예상치 못한 순간에도 적절하게 반응할 수 있다.” 전남전도 마찬가지. 킥오프 직전까지 스트레칭을 하던 선수는 필드 플레이어가 아닌 바로 신화용이었다.

신화용이 팀 내 고참 멤버라는 점 역시 든든하다. 염기훈은 A매치를 위해 팀을 떠나며 발걸음이 무거웠다. 그는 “(신)화용이나 (양)상민이에게 내 역할을 대신 해달라는 부탁을 했다. 나 없는 동안 노장 선수들이 잘 해줄 거로 믿고 있다”라는 말을 남기고 파주NFC로 떠났다. 신화용은 염기훈 말의 의미를 잘 알고 있었다. “훈련이 끝나면 아쉬운 부분에 관해 이런저런 말을 많이 했다. 손발이 잘 안 맞는 부분이 많아 계속 얘기해줬다. 오늘 경기 전에도 ‘우리 잘 안 될 수도 있다. 계속 서로 소통하고 서로의 위치에서 잘하자’고 말했다.”

서정원 감독도 신화용의 이런 리더십이 만족스럽다. “연륜이 있고 경험이 있다. 예전보다도 더 좋은 모습이다. 전체적인 수비 코칭도 많이 해준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우리가 실점을 많이 안 하는 것 역시 신화용이 잘 해준 덕분이다”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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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치열해진 팀 내 경쟁

그런 신화용도 늘 가슴 한편에는 경쟁의식을 갖고 있다. 지난 시즌 FA컵 두 차례 승부차기에서 팀을 승리로 이끈 양형모가 그의 뒤에 있다. 신화용이 말했다. “당연한 건 없다. 계속 경쟁이다. 내 실수로 경기를 그르친다면 (서브로)빠질 수 있다고 스스로 계속 생각하고 있다.”

이는 수원의 올 시즌 새롭게 생긴 강점이기도 하다. 경쟁 체제가 형성이 됐다. 특히 곽광선, 구자룡, 매튜가 꾸준히 출전했던 백스리(back three)라인에는 이제 이종성과 양상민도 설 수 있다. 전남전 역시 구자룡과 매튜가 벤치에서 출발했다. 여기에 전역을 기다리는 아산무궁화 조성진이 합류한다면 수비라인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중원부터 공격 라인도 마찬가지다. 올 시즌 투톱 멤버로 합류한 염기훈부터 산토스, 박기동, 유주안 그리고 곧 부상에서 복귀할 조나탄까지 공격수가 다양하다. 다미르, 이용래, 김종우, 최성근, 윤용호 등이 중원에서 경쟁한다. 신화용은 긍정적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늘 A, B팀으로 나눠 연습 경기를 치렀다. 근데 이번 거제 훈련에선 실력 갭 차이가 줄었더라. 더블 스쿼드가 나올 정도로 선수들 실력이 많이 상향 평준화됐다. 돋보이는 선수는 분명 있지만, 컨디션에 따라 얼마든지 로테이션이 가능하다. 감독님와 코치님 모두 고민을 많이 하신다. 경쟁 체제가 더욱 치열해졌다. 강점이라면 강점이다.”

자칫 체력이 떨어질 수도 있는 시즌 막바지, 팀 내 경쟁은 한 발 더 뛰게 만드는 힘이 된다. 신화용의 말대로 ‘더블 스쿼드’가 형성이 되려면 현재 분위기와 페이스를 유지해야 한다. 수원의 단기 목표는 상위 스플릿 안착이다. 수원이 현재 손아귀에 넣은 각종 ‘힘의 원천’들을 스플릿까지 꽉 쥐고 있다면, 더 높은 목표를 세울 수 있다. 다시 시작된 K리그, 수원은 ‘진짜 힘’을 선보일 준비를 끝냈다.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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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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