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sian.road] 미정 또 미정, 히딩크 이슈에 갇힌 기술위

기사작성 : 2017-09-26 14:14

- 기술위원회는 할 일이 많다
- 지금은 히딩크 이슈에 갇혀 있다
- 할 일을 제대로 못하는 기술위, 어떻게 해야 하나

본문


[포포투=정다워]

기술분과위원회. 대한축구협회 이사회의 한 파트로 선수와 지도자의 양성, 각급 국가대표급 지도자와 선수의 선발, 축구 기술발전 및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부서다.

2017년 9월 현재 한국 축구가 준비하는 프로젝트는 다양하다. 가깝게는 2018 러시아 월드컵과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멀게는 2020 도쿄 올림픽 등이 있다. 그 외에 연령대, 여자 축구대표팀도 대륙 및 세계 대회를 대비하고 있다. 기술위원회는 협회가 주관하는 모든 일정을 논의해야 한다. 지금은 딱 하나의 이슈,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의 활용 방안에만 몰두하고 있다.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이슈가 터진지 3주가 지났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 중이다. 26일 열린 2017년 제7차 회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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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할 수 없는 히딩크 이슈
이번에도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김호곤 기술위원장은 “신태용 감독으로 내년 월드컵까지 간다는 사실을 분명히 말씀 드린다”며 “히딩크 감독님과는 추후 협의를 할 예정이다. 러시아에서 만나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지금까지 알던 내용에서 전진하지 못했다. 기술위원 회의를 통해 어떤 역할을 맡길지에 대한 추상적인 논의가 오가기는 했지만, 아직 히딩크 전 감독과의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기술위원회 독자적으로 히딩크 전 감독의 역할을 결정할 수 없는 이유는 명확하다. 당사자의 의사를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히딩크 전 감독은 14일 네덜란드 현지에서 기자들을 만나 “한국 축구를 위해 어떠한 형태로든 기여할 용의가 있다”라고 말했다. 대략적인 의사 표현은 했지만, 구체적인 역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기자회견 이후 협회는 히딩크 전 감독에게 메일을 보냈다. 어떤 역할을 원하는지에 대해 물었다. 협회에 따르면 그는 지난 주 ‘메일을 잘 받았다’라는 회신만 보냈다. 이번에도 자세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김호곤 기술위원장은 “우리가 공개적으로 제안했을 때 서로 맞지 않은 부분이 있으면 곤란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히딩크 전 감독의 의사를 먼저 듣는 게 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납득할 수 있는 이야기다. 협회는 히딩크 전 감독을 ‘모시는’ 입장이다. 한국 축구의 전설인 그와 갈등을 빚는 건 내외부적으로 적절하지 않다. 먼저 그의 의사를 파악하고 거기에 맞는 역할을 부여하는 게 자연스럽다. 지금 당장 협회가 제안을 해 히딩크 전 감독이 거절할 경우에는 또 다른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논란이 길어지면 기술위원회나 협회가 져야 할 부담은 더 커진다. 최대한 빨리 결론을 내려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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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러시아 원정까지, 논란은 끝나지 않는다
러시아 원정은 지금 대표팀에 중요하다. 러시아 현지를 먼저 경험하고, 유럽의 강호를 상대로 전력을 시험한다는 점에서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 일정이다. 이 상태라면 러시아 평가전은 물론이고 이어지는 모로코와의 경기까지 지금의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정작 대표팀보다는 히딩크 전 감독과의 만남이 더 주목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크다. 해외파의 상태와 대표팀 전력을 파악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주객이 전도되는 셈이다.

신태용 감독은 이번 유럽 원정에 해외파를 총동원했다. 유럽과 일본, 중국, 중동 등지에서 뛰는 23명의 선수들을 선발했다. 월드컵이 8개월 앞으로 다가오는 시점에 러시아라는 강팀을 상대로 전력을 테스트해야 한다. 월드컵으로 갈 정예멤버를 구상해야 한다. 이미 시간이 부족한 상황인데 신태용 감독이 선수단에 전념하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김호곤 기술위원장이 “원래 활달했는데 의기소침해 있다”라고 말할 정도로 위축되어 있다. 적극적으로 선수를 파악하고 전력 업그레이드에 집중해야 하는 시점에 시선이 분산되면 감독의 역할을 100% 소화하는 데 방해가 된다.

상황이 이어지면 감독을 향한 선수들의 신뢰, 리더십에도 벽이 생길 수 있다. 선수들은 외부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특히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은 예민하다.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자리라 평소보다 부담이 크다. 당연히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마련이다. 월드컵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감독이 흔들리면 대표팀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히딩크 이슈가 길어지는 건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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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위 진짜 역할에도 악영향
또 다른 심각한 문제는 당장 논의해야 할 이슈들이 테이블 위에 올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기술위원회는 이날 약 2시간 40분 동안 회의를 이어갔다. 김호곤 기술위원장이 밝힌 안건은 총 5개였다. 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두 경기에 대한 평가 분석, 월드컵까지의 주요 일정 검토, 신태용 감독이 요청한 외국인, 피지컬 코치 추가 문제, 히딩크 전 감독 활용 방안, 그리고 내년 아시안게임과 2020년 올림픽 감독 선임 등이 주제였다.

10월 원정을 떠나기 전 기술위원회는 신태용호에 구체적이고 꼼꼼한 피드백을 줬어야 한다. 기술위원회 차원의 심도 있는 제안이나 조언이 필요한 시점이다. 하지만 세 시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최종예선에 대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지 의문이다. 김호곤 기술위원장은 “여러가지 긍정적인 점과 개선되어야 할 점에 대해 논의했다”라고 말했지만 주어진 시간에 비하면 주제가 너무 많았다. 전임 지난 월드컵 때에도,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이 물러날 때에도 기술위원회는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태용호의 출발점에서도 기술위원회는 히딩크 이슈에 매몰되어 중요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아시안게임을 책임질 사령탑으로 김봉길 감독을 선임했지만, 올림픽 대표팀 감독은 이번에도 선택하지 않았다. 충분한 논의 끝에 12월 결정하기로 했다. 2019년 여름에야 1차 예선이 열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기는 하지만, 이 역시 히딩크 이슈에 밀려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는 어렵다. 10월 예정되어 있는 여자 대표팀의 미국 전지훈련, 세 달 앞으로 다가온 동아시안컵에 대한 논의는 아예 하지 않았다. 기술위원회가 한 가지 이슈에 매몰되어 역할을 하지 못하는 건 한국 축구 전반에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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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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