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민의 축구話] 불신, 조롱, 고함, 욕설…오늘의 K리그

기사작성 : 2017-10-02 17:04

- 수원과 전북이 1-1로 비겼다
- 뜨거운 현장이 남긴 뒷맛은 쓰고 텁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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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

브라질 하면 축구다. 프랑스는 예술, 문화, 패션 등이 떠오른다. 이른바 ‘이미지’다. 기억과 경험, 감성, 생각, 지식 등이 합쳐져 만들어진다. 프리미어리그는 빠르고, 라리가는 테크닉이 기막히다는 식이다. 실제 그렇지 않아도 그렇게 믿도록 이미지가 기능한다.

K리그는 어떤 이미지일까? 그리 긍정적이지 못하다. 긍정적이지 못한 게 아니라 솔직히 부정적이다. 그것도 위험할 정도로 이미지가 나쁘다. ‘재미없다’는 세평은 이제 정겨울 정도다. VAR을 도입해도 감독들은 여전히 판정에 격하게 반응하고, 경기 후 기사들에는 조롱과 비아냥 댓글이 주렁주렁 달린다. 관중석은 여전히 비어있다. 호재(명승부, 양질 콘텐츠, 화제 등)가 나와도 전체 이미지는 악화일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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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일 수원삼성블루윙즈와 전북현대모터스의 경기도 그랬다. 경기 내용이 흥미진진했다. 오랜만에 많은 관중이 찾아 분위기가 뜨거웠다. 그러나 마무리는 최악이었다. 상대 선수에게 ‘돈 얼마나 받았냐’라는 제스처를 보내고, 관중석에서 손과 입을 동원한 욕이 날아오자 원정팀 감독이 폭발했고, 홈팀 감독은 고함을 지르며 판정을 성토했다. 양 구단 관계자들은 상황을 정리하느라 진땀을 뺐다. 긍정적 요소들은 다 죽고, 경기 후 한숨만 나왔다.

축구에서 이런 잡음은 일상다반사일지도 모른다. 심판을 사랑하는 축구 감독은 세상에 없다. 같은 장면을 보고 두 팀이 전혀 다르게 해석하며 으르렁거린다. 심판매수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진 팀을 향한 조롱도 어쩌면 자연스럽다. 유럽과 남미처럼 폭력이 벌어진 것도 아니니까 수원과 전북의 경기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최강희 감독의 말처럼 “해프닝”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알다시피 2017년 K리그에서는 그냥 그렇게 털어버리기가 어렵다.

이날 빅버드를 집어삼킨 것은 불신이었다. K리그는 안과 밖에서 불신이 팽배하다. 우선 바깥의 불신을 보자. 지금 세상은 K리그를 불신한다. 그 원인을 우리는 너무 잘 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2년 전 경남과 1년 전 전북의 건을 처리함에 있어서 지나치게 안이했던 탓이다. 스포츠 경기의 핵심 가치가 손상을 입었음에도 연맹은 현실에 손발이 묶여 사태를 ‘수습’하기 바빴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라는 안이함이었을까?

그다음부터 K리그는 ‘오심 리그’, ‘매수 리그’가 되어버렸다. 전북은 정정당당하게 이겨도 욕을 먹는다. 상대팀 팬들은 이기든 지든 전북의 과거를 들춘다. 댓글 게시판에서만 활동하는 ‘악플러’에게 전북은 씹어도 씹어도 단맛을 내는 마법의 껌 신세가 되었다. 주심은 옳은 판정을 내려도 “심판, 눈 떠라”라는 구호가 날아든다. 마치 보수 정권 하에서 해결사 노릇을 해왔던 사법부를 보는 것 같다. 이래도 욕을 먹고 저래도 욕을 먹는다.

축구계의 자기 불신도 상황을 나쁘게 몰아간다. VAR 도입 전인 올 초 광주와 인천은 경기 후 판정 피해를 주장했다. 그들은 마치 “알 것 다 안다”라는 식으로 화를 냈다. “판정에 저의가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라고 묻자 그들은 입을 다물었다. 머리와 몸이 따로 놓는 꼴이다. 심판매수가 터졌을 당시 현장에서는 “누가 누굴 욕할 수 있는가?”라는 말이 가장 많이 들렸다. 많은 소문의 공통점은 ‘이 바닥에 깨끗한 사람 없다’라는 충격적 자기인식이었다. 마음속에 그런 믿음이 깔린 일선 현장에서 판정이 정상적으로 수용될 리가 없다.

프리미어리그에서도 매 라운드 오심이 발생한다. 지난 주말 아우크스부르크와 도르트문트 경기에서는 주심이 VAR 판독을 근거로 이미 끝난 상황에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하지만 그들의 반응은 우리와 달랐다. 판정에 순순히 따랐다. 논란은 있되 K리그처럼 서로 악을 쓰며 싸우지는 않았다. 2005년 독일에서는 승부조작을 주도한 심판(2부)이 검거되었다. 프리미어리그가 ‘오심 리그’, 분데스리가가 ‘승부조작 리그’가 되었을까? 아니다. 지금도 그곳은 아주 잘 돌아간다. 서로가 믿음의 마지노선을 지키는 덕분이다. 우리에겐 그런 존중이 없다. 모두가 재수 없어 교통경찰에게 걸린 운전자처럼 살아간다.

K리그는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이미지 쇄신에 나서야 한다. 연맹과 구단, 축구계가 합심해야 한다. 꺼지지 않은 불씨가 살아나 K리그를 지탱하는 기둥들을 탁탁 불태우고 있다. 빨리 불을 끄고 새롭게 단장하지 않으면 K리그는 매우 위험하다. 시간이 지나면 비난이 줄어들지도 모른다. 지금처럼 가다간 욕이라도 할 사람 자체가 적어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청주시가 창단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승인되면 프로구단이 또 하나 생긴다. 도대체 무슨 생각들인지 모르겠다.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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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재민_편집장

축구는 재미있어야 합니다. 하든 보든 쓰든 읽든 뭐든 @jaemin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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