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sian.road] 경기장 밖 카오스, 경기장 안 자책골

기사작성 : 2017-10-08 08:57

- 러시아 평가전 2-4 패
- 스코어라인에 투영된 대표팀의 혼란
- 평가전이 평가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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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배진경]

공격 의지는 새로웠다. 실점 패턴은 익숙했다. 결과는 2-4 패. 7일 러시아 모스크바 원정으로 치른 한국 대표팀과 러시아 대표팀의 평가전 성적이다.

“결과와 내용 모두 잡겠다”던 감독의 공언이 무색해졌다. 신태용호는 격랑의 항해를 이어가는 중이다. 평가전이 평가전으로만 여겨지지 않는 분위기다. 2-4라는 스코어라인은 대표팀을 둘러싼 혼란을 상징적으로 투영하고 있다. 


# 소신대로 두드린 신태용

신태용 감독은 러시아전에서 소신껏 팀을 꾸렸다. 평가전을 평가전 답게 활용했다. 선수 테스트와 전술 점검이라는 목표점을 흐리지 않았다. 해외파로만 소집했다는 제한적 상황이 오히려 과감한 실험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3-4-3 포메이션 기반으로 포메이션을 변경했다. 포지션에도 변화가 있었다. 특히 사이드백 자원이 부족했던 수비라인 조합이 눈에 띄었다. 권경원-장현수-김주영이 백스리(3)를 이뤘고 좌우 사이드백에는 각각 김영권과 이청용이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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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멀티 플레이어 중용에 관한 신태용 감독의 원칙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신태용 감독은 멀티 플레이어를 선호한다. 부상이나 퇴장 등으로 결원이 발생하거나 이번 소집처럼 가용 자원에 제한이 생길 때, 전술적 변화를 가능하게 만드는 옵션이 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선수가 장현수다. 센터백, 사이드백, 수비형 미드필더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그는 러시아전에서 ‘포어 리베로’로 백스리의 중심에 섰다. 센터백 김영권이 레프트백으로, 윙어 이청용이 라이트백으로 자리한 것도 이색적이었다. ‘이청용 실험’은 나쁘지 않았다. 전반전에는 수비에, 후반전에는 역습에 각각 무게를 두고 제 몫을 소화했다. 날카로운 크로스로 두 개의 어시스트도 기록했다. 

공격에서는 부분전술 훈련에 공을 들인 티가 났다. 패턴 플레이를 통해 결정적인 기회를 노렸다. 적극적이고 과감했다. 다양한 옵션을 준비한 세트피스도 인상적이었다. 코너킥, 프리킥 상황에서 위치와 거리에 따라 약속된 방식으로 풀어가려는 움직임이 보였다. 세트피스 상황이 수 차례 만들어진 것도 한 달 사이 변화라 할 만했다. 상대의 파울을 유도할 정도로 적극적이고 위협적인 움직임이 있었다는 의미다. 최종예선 막판에는 이런 공격 의지조차 휘발해버린 분위기였다. 최종예선 종료 후 “앞으로는 신태용 축구를 보여주겠다”던 감독의 다짐이 어느 정도 반영된 거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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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장 안팎의 평행이론?

모험이 좋은 결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파격적인 변화에는 혼란이 따르기 마련이다. 수비수 간 동선이 겹치거나 사인이 맞지 않아 공간을 내주는 실수들이 나왔다. 실수가 쌓이면서 익숙한 패턴으로 실점했다. 

전반 44분, 상대 코너킥 상황에서 스몰로프를 자유롭게 두었다가 헤더를 허용하며 첫 실점했다. 후반 9분 또 한 번의 코너킥 상황에서 두 번째 골을 내줬다. 코코린을 맞은 공이 김주영의 팔에 맞은 뒤 골라인을 통과했다. 김주영은 1분 뒤 다시 추가 실점에 엮였다. 코코린과 에로힌이 주고받던 패스가 김주영의 발에 맞고 골문으로 들어갔다. 신태용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세트피스 자책골”을 패인으로 꼽았다. 사실 이런 풍경이 낯설지는 않다. 수비수 간 엇박자로 실점을 허용하고, 만회골에 대한 조급함 때문에 라인을 올렸다가 연달아 실점하거나 위험한 순간을 맞는다. 최종예선에서 거의 매 경기 봤던 장면이다. 불운(?)의 주인공만 바뀌었을 뿐이다. 

비슷한 상황은 경기장 밖에서도 일어났다. 대표팀을 둘러싼 혼돈의 연속이었다. 사령탑 교체부터 경기력 논란, 거스 히딩크 부임 희망설 혹은 대망론을 거쳐 히딩크와 대한축구협회와의 ‘진실 공방’에까지 이르렀다. 상황은 러시아전 하루 전날 프랑스에서 양자가 만나 서로의 의중을 파악하는 것으로 일단락 됐다. 이렇게 허무하게(?) 마무리할 일이었다면 진작 만났어야 했다. 한 달 남짓 끌어온 협회의 안이한 대처가 경기 외적인 논란을 키웠다.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자책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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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대표팀을 둘러싼 일련의 상황은 평가전을 단두대 매치로 몰고 가는 분위기다. 신태용 감독이 이번 원정을 앞두고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고 결의를 드러냈을 정도다. 한밤 내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는 ‘김주영’과 ‘신태용’, ‘히딩크’가 상위권을 점했다. 물론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순위는 아닐 것이다. 

러시아전은 ‘본선’을 준비하는 신태용호의 오답노트를 만들 수 있는 경기였다. 10일에 치를 모로코와의 평가전도 마찬가지다. 평가전은 실험과 모험이 가능한 기회다. 실험을 통해 틀린 것으로 판단된 답은 폐기하면 된다. 정답으로 확인되면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문제는 신태용호를 보는 팬심과의 온도차다. 대표팀은 본선을 향해 가지만, 여론의 시선은 최종예선부터 누적된 불안감의 연장선상이다. 그 사이 생긴 괴리감이 옅어질 수 있을까. 모로코전에서 풀어야 할 숙제다.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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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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