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interview] 조성환 감독, "전북 우승 들러리 할 생각 없다"

기사작성 : 2017-10-26 15:56

- 전북 유일한 대항마 제주의 추격전
- 조성환 감독과 제주의 우승 도전, 그 끝은 해피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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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배진경]

“제주는 늘 중위권으로 분류되는 것 같다.” 올초 K리그 클래식 개막을 앞두고 조성환 감독은 푸념 아닌 푸념을 털어놓았다. 지난시즌을 3위로 마감하고 올시즌을 대비해 선수를 보강했음에도 우승권에 손꼽히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 하면서다. “올해는 최소한 3위 이상, 우승에도 도전할 수 있는 팀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

시즌이 막바지로 향하는 지금 조성환 감독은 자신의 다짐에 어느 정도 가까워졌다. 35라운드를 치른 현재 제주의 순위는 K리그 클래식 2위다. 선두 전북(승점 69)을 승점 4점차로 추격하고 있다. 마지막까지 우승레이스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유일한 팀이다. 전술적으로도 K리그에서 색깔이 뚜렷한 팀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FA컵과 AFC챔피언스리그 중도 탈락이라는 고비를 수습하고 회복하는 과정 역시 인상적이었다. 전반기에 화끈한 득점력으로 주목을 끌었다면 후반기엔 수비 조직력으로 승점을 쌓았다. 그 결과가 지금 순위표에서 보이는 제주의 위치다.

조성환 감독은 은근과 뚝심의 지도자다. 단번에 눈에 띄는 축구보다 서서히 완성도를 챙기는 축구로 정상을 노리고 있다. 운도 따랐다. 밤 사이 마천루가 올라서고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나는 일에도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시대다. 3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려주는 환경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조성환 감독은 올 시즌이 끝난 뒤 제주와 함께 웃을 수 있을까? 그가 털어놓은 이야기는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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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역전 시나리오 완성할까?
FFT: 전북전을 앞두고 있다. 전북전에 가장 경계하는 부분이 있다면?
“전북 선수들 모두 개인 능력이 좋다. 일대일에서 지지 말아야 한다. 여기서 주도권을 내주면 조직력이 무너질 수 있다. 사실 스플릿 들어와선 크게 무언가를 수정하기 어렵다.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고 좀 더 세밀하게 다듬는 정도다. 아무래도 타이트한 경기가 될 테니까 세트피스에 신경을 좀 더 써야 할 테고.”

FFT: 제주는 세트피스 득점력이 좋은 팀이다. 킥이 좋은 선수들도 많고.
“수치상으로는 수비수들의 득점력이 지난해에 못 미친다. 작년에는 (권)한진이가 5골, (이)광선이가 5골 넣었다. 올해에는 (김)원일이 3골, (오)반석이 2골 정도다. 센터백들의 신장이 좋아서 기대하는 바가 있다. 더 세밀해야 한다. 산토스 보면 또 딱히 크지 않아도 괜찮다 싶긴 한데, 어쨌든 세트피스 득점이 많아지면 경기 운영하기가 한결 쉬워진다.”

FFT: 전북도 강원전(4-0 승)에서 화력이 살아났다.
“전북은 언제든 다득점할 수 있는 팀이다. 우리가 자칫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을 때 옆에서 우승 세리머니를 지켜볼 수도 있다는 게 걱정이다. 전북이 두 번이나 우리 홈에서 세리머니를 해서…(싫다). 반복해서 제물이 될 생각은 없다.”

FFT: 제주가 늘 중위권으로 분류돼 안타깝다고 했다. 올해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2015년보다는 2016년, 2016년보다는 올해가 나아졌다. 그만큼 기대치도 높아졌다. 부담감도 생겼다. 아마 올해 제주가 3위 정도로 마무리한다고 해도 잘했다는 평가를 못들을 거다. 지금은 목표 이상을 해내야 하는 분위기다. 쉽지 않은 일인데 당연시하는 분위기가 됐다(웃음). 그런 기대가 조금 힘들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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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T: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AFC챔피언스리그 16강전 2차전에서 패한 이후였을까?
“우라와전 패배 후유증이 제일 오래 갔다. 사실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전북한테 패했을 때도 아팠다. 전북을 잡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생각지 못했던 부분에서 실점하고 패하니까 박탈감이 있었다. 그날 찬스에서 골을 못넣은 (류)승우, (이)은범이도, 나도 모두 잠을 못잤다. 그래도 우라와전 때와 달리 분위기가 빨리 회복됐다. 스플릿 들어서 연승하면서 선수들 사기도 높아졌다.”

#2. 조성환의 선수 활용론
FFT: 잠 못 든 선수들이 감독에게 장문의 문자를 보냈다고 하던데.
“전북전(10월8일)에서도 그랬고 울산전(10월22일)에서도 그랬다. 사실 경기력이 불만스러운 선수에 대해 확 한 마디 하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런데 내가 말을 하지 않아도 선수들이 스스로 알더라. 선수들이 먼저 자책하고 반성한다. 본인도 잘하고 싶고 이기고 싶었을 거다. 그런데 부진하니까 속상하고 힘든 거다. 나도 딱 한 호흡만 참으면 이해할 수 있다. 인내하면서 배운다. 선수들과 사이에서 서로의 의도만 이해하면 신뢰가 잘 깨지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있다.”

FFT: 선수층이 꽤 두꺼워서 라인업을 짤 때마다 고민이 많을 거 같다. 좋은 흐름을 보이는 선수를 빼기도 쉽지 않고, 기다리는 선수를 마냥 놀릴 수도 없고.
“1차적으로는 코칭스태프끼리 의견을 주고받는다. 판단은 마지막에 한다. 어떤 경우에는 이성적으로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고 어떤 경우에는 감성적으로 스킨십해야 할 때도 있다. 정말 열심히 하고 기회를 기다리는 선수라면 적절하게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이성적으로 구상했을 때 늘 이기기만 하는 것도 아니다. 사실 적절하게 조절한다는 게 상당히 힘들다. 우리는 상대에 맞추기보다 내부적으로 최적의 조합을 구성한 뒤 상대를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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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T: 이성적 판단을 내렸을 때 잘 맞던 경우, 또 감성적으로 필요하다 생각해서 넣었는데 잘 맞았던 경우는 언제인가?
“이은범 같은 경우 2군에서 열심히 하는 선수였다. 눈 여겨 보다가 U-23 출전 규정이 있어서 선발 멤버로 한 번 넣어봤다. 그런데 골도 넣고 전북전에서 2-1 승리를 이끄는 활약도 했다. 선수와 팀에 모두 좋았던 경우다. 반면 김현욱은 좀 안타깝게 됐다. 기술이 정말 좋은 선수인데 키(160cm)가 작은 편이다. 시즌 초부터 ‘진짜 열심히 하면 데뷔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키가 작아도 기술로 통할 수 있다는 걸 보일 기회를 주고 싶었다. 사실 중학교 때부터 지켜봤던 선수다. 결정적인 패스도 할 줄 안다. 그 기회를 스플릿 들어가기 전에 주고 싶었다. 광주전(10월1일)이 아니면 스플릿 전에 여유가 없을 거 같았다. 그런데 멤버를 확정하고 제출한 후부터 비가 왔다. 전반전 시작할 때부터 빗줄기가 세지더니 전반전이 끝날 즈음에는 폭우로 그라운드에 물이 고일 정도였다. 그런 날씨에서는 피지컬이 강한 선수들 위주로 킥 앤 러시의 운영을 했어야 했다. 본인도 나도 아쉬운 상황이 됐다. 늘 이렇게 이성과 감성의 기로에서 고민을 한다. 판단이 100% 맞아떨어지지 않을 때도 있고.”

FFT: 선수들에게 ‘지켜보고 있다’는 신호를 주는 건 결정적 동기부여 아닌가.
“그 친구들이 열심히 훈련하면서 내 마음을 움직인 거다. (FFT: 이성이 센 편인가, 아니면 직관이 잘 들어맞는 편인가?) 스플릿에서는 이성이냐 감성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고민의 여지가 크지 않다. 감성적인 부분이 개입하면 실패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FFT: 어린 선수들에게도 꾸준히 기회를 주는 편이다. 신념인가?) 열심히 하는 선수들에게 기회를 줘야한다는 게 내 철학이다. 내가 경험하고 혜택을 받았던 부분이기도 하다. 조금의 관심과 기회가 한 선수의 인생을 바꿔놓을 수도 있다.”

FFT: 현역 시절 꾸준함과 성실함이 감독의 트레이드마크였다. 본인과 닮아서 더 정이 가는 선수가 있나?
“누굴 콕 찝어 말하긴 그렇다(웃음). 인내를 통해 배운 점은 있다. 현역 때 경험을 들어 선수를 판단하면 안된다는 거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훈련도 실전처럼 100% 쏟아부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선수마다 체력과 회복속도라는 게 다르다. 예를 들어 반석이 같은 경우 처음엔 오해했다. 과거의 나처럼 열심히 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런데 경기장에 들어가면 100% 때로는 120%의 몫을 해냈다. 자기만의 회복 속도가 있는 거였다. 기본적인 실력이 있고 어느 정도 경험을 갖춘 선수라면 내가 고치려고 안달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깨달았다. (권)순형이도 자기관리를 잘한다. 롱런할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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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T: 어느 팀이나 감독의 통제가 필요한 선수도 있다.
“일단 프로팀에서 통제를 가할 수 있는 건 내부 규정에 따른 벌금이다. 밖에서 볼 때는 순탄한 것 같아도 내부적으로는 크고 작은 갈등이 있다. 그걸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하느냐가 중요하다. 얼마 전에도 선수들에게 정신적인 부분을 강조하면서 한 얘기가 있다. 나는 감독 생활하면서 내 눈 밖에 났다고 혹은 실점했다고 해서, 속된 말로 선수를 ‘다이’시킨 적이 한번도 없다. 의도적으로 다른 팀 보내려고 한 적도 없다. 그렇지만 우리 선수들이 좀 더 강해졌으면 좋겠다. 지는 것보다 긴장 때문에 위축이 되거나 자기 플레이를 제대로 못하는 게 속상하다. ‘나 때문에 실점하면 어떡하나’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3. 대세는 백스리? 우리한테 잘 맞는 걸 하고 있을 뿐
FFT: 감독 3년차다. 전술적인 토대는 무엇이고, 수정은 어떻게 이뤄졌나?
“종종 에이전트들이 선수를 추천하면서 ‘감독님이 좋아할 스타일’이라고 한다. 그럼 나도 물어본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뭐냐고. 대부분 ‘정말 열심히 뛰고 투지도 있습니다’라는 답이 돌아온다. 아니다! 나도 공 이쁘게 차는 윤빛가람 같은 선수 좋아한다(웃음). 다만 요소요소의 조화 문제다. 윤빛가람이 있고 없고에 따라 다르고, 순형이가 있고 없고에 따라 다르다. 수비에서도 반석이가 뛸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차이가 있다. 나는 요소마다 포진한 선수들의 조화를 중요하게 본다. 박경훈 감독님이 제주에 패스 축구의 뿌리를 내리셨고, 선수들도 좋아한다. 덕분에 내가 한결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우리 선수들이 갖고 있었던 걸 조금 더 살려준 셈이다. (FFT: 전임 감독의 공을 부인하지 않는 게 흥미롭다) 부인 안한다. 박 감독님이 다진 토대에서 내가 타겟맨을 놓고 하는 축구를 하겠다고 했다면, 선수들이 따라오지 못할 수도 있고 반감을 가질 수도 있다. 연장선상에서 지향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모든 게 잘 맞았던 거 같다.”

FFT: 수비전술을 백스리로 바꾸면서 공격과 수비에 균형을 갖춰가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세계축구 트렌드에 영감을 얻기도 하나.
“우리팀과 상대 경기 분석하기도 바쁘다(웃음). 다방면으로 분석하고 챙겨보지 못해 부끄럽긴 하다. 사실 트렌드를 쫓아가는 건 아니고 지도자 생활 초기의 경험에 따른 것이었다. 전북 U-18팀(영생고)에서 처음 감독을 했는데, 1학년 애들을 데리고 수원(매탄고)이랑 FC서울(동북고) 3학년들을 상대했다. 첫 고민이 ‘이 친구들을 데리고 몇 골을 먹어야 하나’였다. 고교 무대에서는 체격이든 경기력이든 한 학년의 갭이 엄청나게 크다. 그런데 데뷔전에서 매탄고를 상대로 2-1로 승리했다. 비결은 백스리였다. 3년 동안 백포보다 백스리를 주로 활용했다.”

FFT: 그 백스리 전술은 상대가 잘하는 걸 못하게 하는 쪽에 초점을 맞췄을 거 같은데.
“처음엔 그랬다. 시간이 갈수록 공격을 배가시키는 전술이 나오더라. 지금 제주 수비도 라인을 어떻게 잡느냐, 측면 윙백들이 얼마나 공격하느냐에 따라 수비적인지 공격적인지 구분된다. 선수들도 처음엔 백포가 낫다고 생각했을 거다. 그런데 우라와전 이후 백포로 바꾸니가 선수들이 다시 백스리로 가자고 하더라. 변화를 가하면서 윙어들을 살릴 수 있는 전술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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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T:공격쪽으로는 어떤 축구를 지향하나?
“기본적으로는 공격적인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수비에서 공격 전환이 조금만 늦어지면 상대의 수비를 깨기 힘들다. 솔로플레이가 출중하지 않을 때 그렇다. 개인플레이에 의존하기 보다 공격지역에서 패턴을 많이 만들려고 한다. 원터치에 의한 삼자 패스 같은 플레이는 상대 입장에서 알면서도 무너지게 되는 패턴이다. 종종 우리 선수들이 내가 보기에도 깜짝 놀랄만한 장면을 만들곤 한다. 이런 장면이 90분 동안 한두 번으로는 안되고 여러 차례 나와야 한다. 패스 잘하는 친구들이 많으니 이런 패턴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FFT: 제주 경기를 찾는 팬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소녀 팬덤도 있던데?
“우리 선수들에게 고종수, 안정환, 이동국이 이끌던 90년대 축구 인기를 얘기하곤 한다. 그때처럼 외부에서 우리 선수들 보러 오는 팬들도 좀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창근, 이찬동, 이창민, 류승우, 내년에 군대 가는 안현범 등이 인기가 많다. 이 친구들은 서른 살 이전에 결혼하지 않았으면 한다(웃음).

FFT: 이번 시즌 마무리에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를 써본다면?
“작년에 3위했으니까 올해는 그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 우승하면 좋겠다.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전북이 주춤해야 우리에게 기회가 오는 거니까 쉽지 않다. 최소한 2위는 지켜야 한다.”

사진=FAphotos
writer

by 배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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