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18.told] 동티모르와 ‘특별한’ 만남, 이번엔 웃었다

기사작성 : 2017-11-07 01:56

- AFC U-19 챔피언십 예선 3차전 동티모르 4-0
- 7월 동티모르와 비겼던 '안 좋은' 추억을 지웠다
- 그때 뛴 조영욱도 이번엔 두 골 넣고 함박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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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정재은(파주스타디움)]

동티모르의 축구의 연관 검색어는 늘 ‘맨발의 꿈’이었다. 동티모르 유소년 선수들의 성장기를 다룬 영화 제목이다. 지난 7월 이후 연관 검색어가 하나 더 늘었다. ‘0-0 무승부’다. AFC U-23 챔피언십 예선에서 한국 U-22 대표팀이 동티모르를 상대로 무득점 무승부를 거둔 탓이었다. 당시 정정용 감독이 임시 감독직을 맡고 있었다.

6일, 한국 U-18 대표팀이 특별한 손님을 맞이했다. 동티모르다. AFC U-19 챔피언십 예선 3차전 상대 동티모르에 4-0으로 승리했다. F조 1위도 유지했다. 정정용 감독은 비로소 마음속 응어리를 풀었다. U-23 챔피언십 예선 당시 답답한 풀타임을 소화했던 조영욱도 이날 두 골을 터뜨리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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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다로운 동티모르: 잘 싸웠다

4-0 승리를 뒤로 한 정 감독이 기자회견장에 앉았다. “어려운 경기가 될 거라고 예상했다”가 그의 첫 마디였다. 여러 의미가 담겨 있다. 먼저 한국 축구를 상대하는 팀들의 자세다. 1차전부터 3차전까지 한국의 상대팀은 모두 수비 위주의 축구를 구사했다. 객관적 전력에서 한국이 단연 우세하기 때문이다. 라인을 잔뜩 내려 한국의 공격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했다. 다음은 4개월 전의 악연이다. 베트남에서 열린 U-23 챔피언십 예선에서 동티모르와 0-0으로 비긴 날을 정 감독은 생생하게 기억한다.

반대로, 동티모르 역시 ‘형들’이 한국과 비긴 그날을 잊지 못한다. 정신적으로 단단히 무장하기에 좋은 전적이다. 김신환 감독 역시 “(선수들의)멘털이 좋았다”고 말했다. 4골 차 패배이지만 “선수들이 잘 싸워줬다.(중략) 졌어도 크게 아쉽지 않다”고 했다. 이유가 있다. 오랜 시간 발을 맞춰온 한국과 달리, 동티모르는 지난 10월 1일에 처음 소집됐다. 선수들의 실력은 김 감독의 예상보다 더 심각했다. 김 감독은 “모래알”이라 표현했다. 학교에 축구부가 없어 제대로 운동도 하지 못했던 터라 기본 체력도 되지 않았다. 설상가상 팀 에이스인 코넬리스(말라가CF)는 시험기간 때문에 합류하지 못했다. 그렇게 동티모르는 소집 3일 후 한국으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그때부터 체력 훈련과 연습 경기를 병행하며 약 한 달 동안 전력을 가다듬었다.

물론 오랜 시간 발을 맞춰온 한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건 불가능했다. 전력과 체력, 기술적 측면에서 모두 한국에 뒤처졌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잘 무장한 동티모르는 1차전 11-0, 2차전 4-0 승리를 거둔 ‘기세등등’ 한국을 상대로 끈질기게 버텼다. 전반전 전세진의 간접 프리킥 골이 나오기 전까지 그들은 장신 공격수 김찬, 발 빠른 정우영 등을 효과적으로 막아내며 0-0 균형을 잃지 않았다. 오프사이드에 걸려 골로 인정되지는 않았으나, 한국의 골망을 흔들기도 했다. 0-1에서 0-4가 되는 흐름 속에서도 동티모르는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조영욱의 슈팅을 막아내거나 김찬의 공을 쏙 빼내며 박수를 치고 기뻐하는 모습도 보였다. 오히려 한국의 기가 눌리는 듯한 광경이었다. 지난 7월 동티모르를 만났던 조영욱은 이번에도 역시 “까다로운 상대”였다고 했다. “전반전을 지켜보며 U-23 챔피언십 예선에서 뛰었던 애들이 그대로 뛰나 싶을 정도로 경기가 안 풀리더라. 3-0, 4-0이 되어도 웃으면서 뛰는 모습을 보고 참 까다로운 상대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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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제골 전세진: 다행이다

다행히(?) 한국이 이겼다. 한 시름 놓은 정 감독은 “동티모르…”라 읊조리며 장난스레 이를 꽉 깨물었다. “동티모르의 모든 코칭 스태프가 다 한국 분들이다. 상대가 우리를 너무 잘 알았다. 그래서 쉽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내가 판단하기에 우리 선수들이 기술적, 전술적, 체력적인 것보다 정신적으로만 뒤처지지 않으면 전혀 문제없다. 왜냐? 상대보다 우리가 나으니까. 결국 마무리가 잘 되었고, 결과가 잘 나온 것 같다.”

‘좋은 마무리’의 시작은 전세진의 발끝이었다. 하마터면 0-0으로 끝날 뻔한 전반전을 전세진이 바꿔놓았다. 동티모르의 골키퍼가 백패스를 손으로 잡아 한국이 간접 프리킥을 얻었다. 이규혁이 왼쪽으로 짧게 패스했다. 이때 공 앞에 서 있던 정우영이 속임 동작을 펼쳤고, 동티모르 선수들의 시선이 정우영에게 향한 틈을 타 전세진이 공을 잡아 곧장 슈팅을 때렸다. 골이었다.

정정용호의 강점 중 하나는 약속된 플레이다. 그러나 전세진의 간접 프리킥은 사전에 준비한 적이 없었다. 전세진은 “이런 간접 프리킥 상황은 경기장에서 자주 나오지 않는다. 그러니 준비한 적이 없었다. 또, 내가 넣은 골 패턴은 상대가 예측하기 쉽다. 그래도 내가 자신 있다고 동료들에게 말했다. 그래서 우영이가 속임 동작을 해주고 내가 때렸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정 감독은 “어려운 경기일수록 세트피스에 집중하라고 했는데 마침 그렇게 골이 들어가 경기가 잘 풀리기 시작했다”며 승리의 공을 선제골에 돌렸다. 전세진도 자신의 골에 흡족(?)해했다. “내 골이 안 들어갔으면 더 힘들었을 것 같은데 좋은 기회를 잡아 집중력을 잃지 않고 마무리해서 정말 다행이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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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체 투입 이강인+조영욱: 잘했다

득점의 물꼬를 전세진이 텄다면, 마무리는 이강인과 조영욱이었다. 후반 12분 동시에 교체 출격한 둘은 체력 떨어진 동티모르 수비진의 혼을 쏙 빼놓았다. 좀처럼 나오지 않던 시원시원한 중거리 슈팅이 이강인의 발끝에서 나왔고, 조영욱은 단단한 피지컬을 이용해 파괴력 있는 돌파를 선보였다.

35분이 되어서야 교체 카드가 빛을 봤다. 조영욱이 김찬과 페널티 박스 내에서 원터치 패스를 주고 받았다. 순식간에 수비 라인을 깼고, 조영욱이 골을 넣었다. 조영욱은 “나와 (김)찬이가 투톱으로 섰을 때 하기로 한 약속된 플레이였다. 감독님께서 주문하셨다”고 골을 설명했다. 그의 두 번째 골이 터지기까지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이강인이 센스 있게 찔러준 ‘노룩 패스’를 조영욱이 받아 돌파했다. 슈팅의 ‘각’도 제대로 안 나온 상황이었으나 그는 침착하게 슈팅해 골을 만들어냈다.

경기 종료 후 그의 골은 단연 화제였다. ‘의도된 슛이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는 웃으면서 “당연하다. 내가 아구에로 플레이 모니터링을 자주 하는데, 꾸준히 봤던 장면이 오늘에서야 나왔다. 평소에 잘 안 나왔는데 오늘 나오더라”고 답했다. 무엇보다 7월에 맺혔던 ‘한’을 풀어 한층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U-23 챔피언십 예선 결과 때문에 나도, 감독님도 상당히 오늘 경기에 부담감이 있었다. 잘 마무리하고 개인적으로 좋은 활약을 보일 수 있어 다행이다.” 이강인이 만들어낸 팀의 네 번째 골은 ‘보너스’ 였다. 추가 시간 3분에 그가 만들어낸 프리킥을 직접 찼다. 그가 찬 공이 골망을 세차게 가르며 한국은 4-0 승리를 만들어냈다. 교체로 투입된 이강인은 그렇게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해 보였다. 김신환 감독은 “한 단계 위에 있다”는 말로 이강인을 정의했다.

교체 카드 적중에 정정용 감독은 흐뭇하다. 선수들이 자신과 한 약속을 지켰기 때문이다. “후반전 교체로 들어가면 나오는 선수보다 잘 뛰어야 한다고 늘 선수들한테 말한다. 그래야 선수와 지도자 간에 신뢰가 쌓인다. 들어간 선수들이 뭘 해야할 지 알고 있었고, 그걸 해냈다. 고맙다. 당연히 누구든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이렇게 약 4개월 만에 동티모르에 대한 탁한 기억을 환기했다. 정 감독은 “이런 경험을 통해 좋은 팀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오늘 경기장에서 발전하는 모습을 봤다”며 어린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특별한 손님’ 동티모르와의 두 번째 만남에서 웃으며 경기장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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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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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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