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sian.road] 드라마틱한 반전, 희망을 쏘다

기사작성 : 2017-11-11 03:09

-콜롬비아전 승리, 실화냐?
-무엇이 대표팀을 바꾸었나?
-이제부턴 이 분위기 유지하자

본문


[포포투=정다워]

기대 이상의 승부였다.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의 준말)’ 정도만 해도 만족할 수 있는 경기에서 내용과 결과를 모두 챙겼다. 불과 경기 하루 전까지 감돌았던 불안한 분위기가 한 순간에 달라졌다. 불신은 신뢰로, 비판은 칭찬으로 바뀌었다. 콜롬비아전은 반전 그 자체였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10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아와의 친선경기에서 2-1로 이겼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3위의 콜롬비아를 상대로 경기력에서 밀리지 않았다. 전술의 완성도가 어느 때보다 높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었다. 출전한 모든 선수들이 제 몫을 했다. 대표팀만 오면 침묵하던 손흥민이 2골을 넣으며 활약한 것도 의미 있는 성과다.

대표팀은 지난 10월 유럽 원정에서 참패를 경험했다. 최근 A매치 6경기에서 3무 3패로 8개월 가까이 승리하지 못했다. 경기력은 바닥을 쳤다. 거스 히딩크 감독을 모셔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게 조성됐다. 11월 A매치와 동아시안컵을 지나면 신 감독의 입지가 더 줄어들 것처럼 보였다. 예상은 빗나갔다. 대표팀과 신 감독은 콜롬비아전 승리를 통해 국면 전환에 성공했다. 드라마틱한 변화가 분위기를 180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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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마음가짐, 의지가 만든 변화

최근 대표팀은 투지, 정신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번 소집부터 함께하는 토니 그란데 코치도 대표팀 첫인상을 묻는 질문에 “너무 얌전하다”라고 답했을 만큼 투쟁심 없는 경기를 했다. 특히 10월 열린 두 경기에서는 수비가 허무하게 무너졌다. 그란데 코치뿐 아니라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약점이었다.

이번엔 달랐다. 경기 전 날 기자회견에서 “선수들 눈빛이 달라졌다”라고 말한 신 감독의 자신감은 허세가 아니었다. 한국 선수들은 콜롬비아를 상대로 강하게 나갔다. 전방에서부터 손흥민과 이근호가 부지런히 압박했다. 1대1 상황이 나오지 않도록 한 발자국 더 뛰며 협력 수비를 철저하게 했다. 후반에는 수 차례 선수들이 충돌했다. 경기 전 날까지만 해도 밝은 표정으로 장난을 치던 콜롬비아 에이스 하메스 로드리게스는 투지 넘치는 한국 선수들의 플레이에 짜증을 냈다. 믹스트존에서 인터뷰를 거부할 정도로 심기가 불편했다. 손흥민과 함께 토트넘홋스퍼에서 뛰는 수비수 다빈손 산체스는 “생각보다 한국이 훨씬 강했다”라고 평가했다.

선수들이 꼽은 가장 큰 변화도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정신적인 면에 있었다. 최철순은 "분위기가 정말 다르다. 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해졌다. 경기에 많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진수는 “투지가 가장 달라진 점이다. 이번에는 다들 '머리 박고' 뛰었다”는 말로 콜롬비아전에 임한 선수들의 마음가짐을 설명했다. 투지가 실종됐다는 지적이 무색할 정도의 변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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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예로 싸우고, 컨셉은 확실하게

지난 10월 유럽 원정에서 대표팀은 K리거 없이 싸웠다. 국내파의 비중은 적지 않다. 콜롬비아전 베스트XI에 이근호와 이재성, 고요한, 김진수, 최철순 등 총 5명이 포함됐다. 필드 플레이어 절반에 해당한다. 교체로 출전한 이정협과 염기훈, 이창민까지 포함하면 15명 중 8명이 K리거다. 신 감독이 이번 소집에서 “최정예로 모였다”라고 말한 배경이다.

자신이 원하는 선수를 모두 선발한 신 감독은 원하는 축구의 컨셉을 확실하게 잡았다. 4-4-2 포메이션을 기본으로 하는 템포 빠른 축구다. 최후방부터 최전방의 간격을 좁히고, 수비를 탄탄하게 만든다. 강한 압박과 협력 수비를 통해 공을 빼앗으면 빠르게 전진해 공격한다. 점유율에 집착하지 않는 대신 확실하게 마무리한다. 신 감독이 콜롬비아전에서 구사한 축구의 흐름이다.

'MOM'을 꼽기 어려울 만큼 모든 선수들이 제 몫을 했다. 손흥민은 위치 이동을 통해 결정력을 과시했다. 이근호는 손흥민의 숨은 조력자 역할을 하며 공간을 창출했다. 원래 중앙 미드필더인 이재성과 권창훈은 측면에서 가운데로 움직이는 플레이로 콜롬비아 수비를 흔들었다. 좌우 풀백 김진수, 최철순은 적극적인 플레이로 공수에 걸쳐 맹활약했다. 고요한은 하메스를 봉쇄했고, 기성용은 경기를 조율했다. 장현수, 권경원은 안정적인 호흡을 과시했다. 신 감독의 요구를 100% 수행한 모든 선수들이 승리의 공신이었다.

최정예가 모인 상황에서 경험이 풍부한 그란데 코치의 합류도 힘이 됐다. 최철순은 “확실히 디테일한 면에서 많은 걸 알려주셨다. 세계적인 지도자라 도움이 많이 된다”라고 말했다. 김진수는 "아침에 스페인어를 들을 수 있어 좋다”라는 농담과 함께 ”스페인 대표팀에서 쌓은 경험에서 나오는 노하우를 전수해주시는 게 좋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유럽축구연맹(UEFA) P급 자격증을 보유한 피지컬 코치 하비에르 미냐노의 합류도 힘이 됐다. 특히 장거리 이동을 하는 유럽파가 미냐노 코치의 존재를 환영했다는 후문이다. 지금까지 컨디션 관리에 애를 먹었던 것과 달리 이번부터는 섬세한 관리를 받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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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전술과 분위기로 밀고 나가야 한다

신 감독은 이번에 모인 선수들을 중심으로 월드컵을 준비하겠다고 공언했다. 향후 소집 명단에 큰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라인업의 윤곽이 잡힌 만큼 월드컵에서 활용한 전술도 결정해야 한다. 월드컵이 7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금 시점에서는 여러가지 작전을 준비하는 것보다 확실한 카드 하나를 쥐는 게 낫다. 콜롬비아전은 그 계기가 될 수 있다. 세계적인 강호를 상대로 통한 전술이라면 주무기로 삼는 것도 괜찮은 판단이다. 지금부터 월드컵 전까지 완성도를 높이면 본선에서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승리에 취하는 건 경계해야 한다. 콜롬비아는 1.5군으로 경기에 임했다. 시차와 환경 등에 적응할 시간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호세 페케르만 감독은 황희찬이 이번에 소집되지 않은 것도 몰랐다. 우리와 달리 비장한 각오로 경기에 임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번 승리를 평가절하할 수는 없다. 하메스와 산체스 등 주요 선수들이 출전했고, 경기 시간이 지날수록 콜롬비아 선수들도 진지하고 격정적으로 싸웠다. 한국의 승리는 분명 큰 성과다. 손흥민은 “우리 선수들이 자신감을 되찾고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기회를 잡았다”라고 말했다.

당장 다음 주 열리는 세르비아전까지 흐름을 유지해야 한다. 세르비아는 같은 날 중국에서 경기를 치렀다. 콜롬비아와 달리 아시아에 적응한 상태로 한국에 온다. 2-0으로 이겼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오히려 콜롬비아보다 어려울 수 있다. 신태용호가 세르비아를 상대로도 좋은 경기를 한다면 자신감은 배가된다. 2연전을 승리로 장식하면 12월 동아시안컵에서는 상대적으로 여유롭게 국내, 아시아에서 뛰는 선수들을 점검할 수 있다. 쫓기듯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조직력, 경기력 향상에 집중할 수 있다. 분위기를 내년까지 끌고 갈 수 있는 것 월드컵 준비에 큰 도움이 된다. 콜롬비아전 승리가 남긴 선물이다.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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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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