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수원] 집중력과 투지가 집으로 돌아왔다

기사작성 : 2017-11-11 03:49

- 평가전: 대한민국 2-1 콜롬비아
- 집 떠났던 집중력과 투지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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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홍재민(수원)]

“선수들의 눈빛이 살아있다.”

9일 콜롬비아전 D-1 기자회견에서 신태용 감독이 했던 말이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저러다 또 지면 어쩌려고’라는 걱정이 들었다. 하루가 지나고 걱정은 사라졌다. 그의 말이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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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부터 10월 유럽 원정 2연전까지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은 바닥에서 허우적거렸다. 대한축구협회는 러시아월드컵이란 궁극적 목표 달성을 부여잡았다. 팬심은 화를 풀지 못했다. 많은 불만을 촉매한 것은 대표팀의 엉망진창 경기력이었다. 나쁜 결과만큼 모래알 집중력과 느슨한 몸싸움이 우리의 기대를 번번이 배신했다. 그들은 정신력, 투지, 승부욕, 멘털 같은 요소들을 발밑에 내려놓았다. 최소한 그렇게 보였다.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아 평가전이 시작되기 직전까지만 해도 딱히 나아질 기미가 없었다. 프리미어리그와 전혀 다른 손흥민, 이제 막 풀타임을 소화하기 시작한 기성용, 매 경기 바뀌는 중앙 허리와 최후 수비진이 그대로였다. 토니 그란데와 하비에르 미냐노 코치의 합류 효과도 3~4일 만에 나타나리라고는 기대하기 어려웠다. 경기장 가는 길 위에서 차가운 바람에 떨어진 낙엽이 발밑에서 질척였다. 콜롬비아전 결과도 이렇게 되면 안 될 텐데.

킥오프 휘슬과 동시에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은 완전히 다른 팀이 되어 있었다. 간결한 패스, 깔끔한 터치, 공간을 향하는 침투와 적절한 패스 공급까지 한국은 이미 한국이 아니었다. 적절한 표현을 찾다가 ‘각성’이란 단어에 정착했다. 전반 11분 만에 손흥민이 선제골을 터트렸다. 장내 분위기가 들끓었다. 하메스 로드리게스가 미모로 탄성을 자아내는 동안, 한국 선수들은 자신감 넘치는 트릭과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수원월드컵경기장을 시끄럽게 만들었다.

후반 16분에도 한국은 적극적인 압박으로 상대 진영에서 볼을 빼앗았다. ‘일꾼’ 최철순이 전진해 앞에 있는 손흥민에게 패스를 보냈다. 손흥민의 과감한 오른발 슛이 콜롬비아 골키퍼의 민망한 캐칭 실수 아래로 빠졌다. 골인이라는 운명을 시연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볼은 천천히 굴러 콜롬비아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며 두들겨 맞은 손흥민이 이날 하루에만 두 골을 넣었다. 세상의 비아냥을 향해 날리는 카운터펀치 같았다. 한국이 남미 강호 콜롬비아를 2-1로 꺾었다.

평가전 종료 휘슬이 울린 뒤에 이렇게 큰 함성이 일어났던 적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2만9천여 팬들은 기뻐했다. 무엇보다 대표팀이 잃어버렸던 투지와 집중력을 되찾았다는 사실이 팬들에게 포만감을 선사했다. 경기 초반부터 평가전이라는 타이틀은 그라운드에서 지워졌다. 거칠게 부딪히고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그런 모습들이 반가웠다. 축구는 신체 접촉 종목이다. 기본 중 기본이 대표팀 경기에서 너무 오랫동안 망각되어왔다. 고요한의 태클, 기성용의 몸싸움, 권창훈의 억척스러움, 권경원과 장현수의 대인방어까지 그 모든 ‘부딪힘’이 너무 반가웠다.

개인적으로 이날 최고의 장면은 전반 41분 손흥민의 플레이였다. 상대 골라인으로 나가려는 볼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따라갔다. 기어이 몸을 날려 볼을 살려냈다. 관성에 못 이겨 볼을 빼앗겼지만, 관중은 손흥민에게 큰 박수를 보냈다. 그동안 우리가 간절하게 기대했지만, 볼 수가 없어서 분통을 터트렸던 그런 플레이였다. 아웃오브플레이 선언과 함께 발을 멈추던 모습도 사라졌다. 러시아월드컵 본선 티켓이 걸렸던 경기에서도 볼 수 없었던 집중력이 온갖 위기와 수모를 넘긴 후에야 평가전에서 나오다니 야속하기도 했다.

가출 신고가 접수되었던 집중력과 투지, 열정, 승부욕이 왜 갑자기 집으로 돌아왔을까? 팬들의 비난 세례가 각성 스위치를 켰을까? 최철순이 밝힌 “비디오 미팅에서 그란데 코치가 디테일하게 설명을 잘 해준 덕분”일까? 신태용 감독은 마지막 미팅에서 “아시아 예선 9, 10차전은 월드컵 진출이 목표, 유럽 원정은 K리그와 상생을 위한 선수 소집이었으니 콜롬비아전부터 모든 것을 새롭게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라고 말했다. 어느 카드가 주효했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확실한 사실은 세 가지다. 첫째, 대한민국 대표팀은 원래 이렇게 경기를 풀 능력을 지닌 팀이라는 사실이다. 제 실력을 보이지 못해 꾸중을 들어야 했다. 둘째, 몸을 사리거나 부딪히기 꺼리는 선수는 국가대표 경기에 출전할 자격이 없다는 점, 마지막으로 콜롬비아전 경기력이 일상이 되어야지만 돌아선 팬심을 달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추운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우리는 오랜만에 웃었다. 잊고 있었던 사실을 깨달았고, 잃어버렸던 국가대표의 자세를 되찾았다.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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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재민_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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