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울산] 손흥민이 뛰자 모두가 일어났다

기사작성 : 2017-11-15 04:14

- A매치 평가전: 대한민국 1-1 세르비아
- 콜롬비아전에서 얻은 자신감이 그대로 이어졌던 90분
- 드리블 질주 하나만으로 함성을 이끌어낸 손흥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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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홍재민(울산)]

골을 넣지 못했다. 도움도 없었다. 그가 한 것이라고는 싸우고 달리고 슛을 때리고 애꿎은 잔디에 퍼부은 화풀이였다. 하지만 우리는 ‘에이스의 부활’이라며 환호했다. 축구는 참 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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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A매치 두 경기를 앞두고 한국 축구계에는 걱정이 태산이었다. 팀 분위기가 깨졌고 선수들의 자신감은 곤두박질쳤다. 여론 반응은 여전히 시베리아 벌판이었다. 이런 판국에 콜롬비아와 세르비아처럼 센 팀을 데려오는 대한축구협회의 수완이 원망스러울 정도였다. 10일 콜롬비아전에서 대반전이 이루어졌다. 국가대표팀에 없던 희망이 생겼고, 엉망이었던 경기력이 살아났다. 반갑고, 다행스럽고, 어리둥절했다.

14일 늦은 오후에 도착한 울산 날씨도 그랬다. 울산역사를 나서자마자 오리털 파커의 지퍼를 풀고 목도리를 백팩에 집어넣었다. 저녁 8시 울산문수축구경기장은 분명히 추워진다는 확신은 세르비아전 킥오프 휘슬과 함께 깨졌다. 그대로였던 것도 있다. 한국의 경기력이다. 콜롬비아전 승리의 약효는 정말 끝내줬다. 나흘 전처럼 한국의 터치는 깔끔했고, 대형은 촘촘하게 유지되었을 뿐 아니라 빌드업에도 자신감이 묻어있었다. 이 정도면 ‘콜롬비아뽕’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경기력 유지만큼 세르비아의 투쟁적 자세도 반가웠다. 주축 멤버가 떠나고 남은 젊은 선수들이 A매치 기회를 잡겠다는 의욕을 드러낸 덕분이었다. 한국에도 그런 선수가 있었다. 전반 26분 상대의 강력한 프리킥을 완벽하게 막은 A매치 데뷔자 조현우였다. 그동안 대표팀에서 보기 어려웠던 굶주림이 대구FC 골키퍼에게는 아주 가득했다. 한국의 자신감과 세르비아의 힘이 맞붙어 팽팽했던 전반전이 득점 없이 끝났다.

‘인생은 마흔부터’라는 말처럼 세르비아전도 후반전부터 불똥이 튀었다. 후반 13분 기성용이 전진하다가 끊긴 볼이 세르비아의 효율적인 연결을 거쳐 아뎀 랴이치의 앞까지 배달되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부터 선택과 버림을 동시에 받았던 ‘왕년의 신동’ 랴이치가 간결한 마무리로 선제골을 터트렸다. 3분 뒤, 중국 주심은 한국에 페널티킥을 선물했다. 구자철이 행운의 동점골을 성공시켜 두 팀은 다시 균형을 이뤘다.

팽팽함을 깨트린 주인공은 이근호였다. 이날 경기의 득점은 분명히 이전에 기록되었는데 이근호가 뛴 막판 20분 전체가 세르비아전 하이라이트가 되었다. 이근호는 트램폴린 같았다. 손흥민은 그 위에서 방방 뛰면서 좋아하는 어린아이 같았고. 손흥민이 세르비아 골대를 마구 두들겼다. 경기장 분위기가 덩달차 뜨거워졌다. 손흥민이 뛰어들어갈 때마다 함성이 터졌다. “때려!”라는 말에 손흥민은 시원하게 때렸다. 그의 도전이 막힐 때마다 손흥민과 모든 관중이 탄식을 합창했다.

영국 축구에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게 하는 선수”라는 표현이 있다. 볼을 잡을 때마다 대단한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라는 뜻이다. 질주만으로 관중을 흥분시키는 선수도 흔하지 않다. 가까운 기억은 올해 있었던 FIFA U-20월드컵에 출전했던 이승우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15년 아시안컵의 차두리가 있다. 아주 먼 곳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시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드리블 돌파도 있었다. 실력과 명성의 차이는 있지만, 볼을 달고 질주하는 것만으로 사람들을 자리에서 벌떡 일으켜 세우는 점은 쏙 닮았다.

‘또 무슨 일을 벌이겠지’라는 기대감을 주는 선수가 세르비아전에서는 손흥민이었다. 자신감을 땔감으로 태워 힘차게 전진하는 폭주기관차 같았다. 후반 45분 손흥민은 왼쪽에서 대각선 방향으로 골대를 향해 돌진했다. 별다른 페인팅이나 트릭도 없이 손흥민은 그대로 밀고 들어갔다. 기세가 압도적이어서 상대와 부딪혀도 볼이 도망가지 않는 돌파의 전형이었다. 그 끝에 골이 있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드리블 돌파 하나만으로도 손흥민은 충분히 ‘에이스’ 역할을 다했다.

영웅은 난세에 나타난다. 너무 거창한가?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2017년 11월 우리 눈앞에서 ‘신태용호’는 믿기 어려운 반전을 만들었다. 기성용의 클래스, 이근호와 고요한의 헌신, 조현우의 슈퍼세이브도 오랫동안 이어졌던 대표팀의 부진과 너무 안 어울린다. 특히 손흥민은 짧은 체류 기간 안에서 너무 많은 것을 보여줬다. 2골과 포옹, 눈물, 드리블 돌파와 화끈한 슈팅을 앞세워 가시가 돋힌 팬심을 깨끗이 무장해제시켜버렸다.

“안주해선 안 된다. 콜롬비아전 잘했다고 우리가 잘하는 팀이 아니라고, 전부 우리보다 잘하는 팀이고, 한 발, 두 발 더 뛰어야 이길 확률이 있다고 항상 형들에게 말하려고 노력한다. 두 경기 잘했다고 팬들이 잘한다, 한국 축구가 볼만하다고 얘기하는데, 이게 끝이 아니다. 저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두 경기에서 자신감을 되찾았다. 앞으로 계속 투지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경기 후 손흥민이 했던 말이다. 내용과 결과가 따라오니 이제 같은 말도 더 멋있게 들린다. 얼마 전까지 어딘지 못 미더웠는데. 묘하다.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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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재민_편집장

축구는 재미있어야 합니다. 하든 보든 쓰든 읽든 뭐든 @jaemin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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