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c.told] 수원의 ‘울고 웃고’ 2017 시즌 이야기

기사작성 : 2017-11-20 03:54

- KEB 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전북 2-3 수원
- 수원의 한 시즌 총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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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정재은(전주)]

고생 끝에 낙이 찾아오다. 네 글자로 고진감래(苦盡甘來 )라고 한다. 힘든 시기를 겪으면 반드시 좋은 일을 맞이한다는 인생사가 담겨있다. K리그에 이 사자성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팀이 있다. 수원삼성이다.

늘 선발과 거리가 멀었던 산토스가 마지막 경기(전북현대)에서 두 골을 넣었다. 눈물을 쏟았다. 어색한 공격수 위치에 서서 장기인 왼발을 마음껏 뽐내지 못했던 염기훈도 마지막엔 가장 선호하는 포지션 왼쪽 측면에 섰다. 왼발 프리킥 골까지 넣었다. 주전 3인 김민우, 매튜, 구자룡이 없어 승리가 힘들어 보였던 수원이 끊임없이 버티고 덤볐다. 전북을 상대로 시즌 첫 승을 거뒀다. “기쁘다”라고 말하는 서정원 감독의 눈시울은 붉었다.

19일 수원이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보여준 모습이다. 선제골을 넣었고, 역전을 당했고, 다시 두 골을 넣었다. 3-2 승리를 거뒀다. 2017 시즌 내내 울고 웃기를 반복한 수원은 가장 마지막에 활짝 웃었다. <포포투>가 수원의 2017 시즌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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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그, ACL, FA컵… ‘한 끗 차이’

수원은 리그 3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FA컵은 4강에서 짐을 쌌고, AFC 챔피언스리그(ACL)는 조별리그 3위에 그쳤다. 더 나은 성적을 내지 못한 건 ‘한 끗 차이’ 때문이었다.

ACL은 마지막 경기에서 G조의 16강 진출팀이 가려졌다. 광저우 에버그란데 원정이었다. 이 경기서 반드시 승리를 거뒀어야 했다. 광저우와의 1차전, 홈경기서 막판 실점으로 무승부를 거둔 게 뼈아픈 순간이었다. 수원은 염기훈의 선제골로 앞섰으나 결국 1-2로 뒤집혔다. 35분 김종우의 동점골 이후 더는 골이 나오지 않았다. 고군분투하던 수원은 결국 한 골이 모자라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FA컵 4강 역시 힘든 싸움이었다. 부산아이파크 원정이었다. 후반전이 되어서야 염기훈이 골을 넣었다. 이대로 끝나기만 해도 수원은 결승에 진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12분 후 이정협의 동점골이 터졌다. 작년 FA컵 8강과 결승전에서 모두 승부차기까지 갔던 수원은, 이번에도 역시 힘든 싸움을 이어나갔다. 연장전에 터진 조나탄의 골은 김건희의 파울이 인정돼 취소가 됐다. 승부차기에선 전역자 김은선과 조성진이 나란히 실축했다. 결승 티켓은 부산이 가져갔다.

서정원 감독은 리그 3위 역시 만족스럽지 않다. 그가 밝힌 아쉬운 부분은 이렇다. “취약한 포지션에 2, 3명의 좋은 선수가 있었더라면 2, 3경기 정도는 더 이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 우승권 싸움까지 가능했을 텐데… 이런 아쉬움이 남는다.”

전북전에서 여실히 드러난 취약 포지션은 우측 윙백이었다. 고승범은 수원의 공격 템포를 살리지 못했다. 특히 조나탄을 향해 올린 크로스는 부정확했다. 조나탄은 측면에서 크로스가 올라오면 공의 낙하 지점을 찾아 움직인다. 하지만 고승범은 조나탄이 움직이기 직전에 있는 위치로 크로스를 올렸다. 공은 계속 조나탄의 두 발짝 뒤에 떨어졌고, 전북이 가볍게 걷어냈다. 조나탄은 결국 불만의 제스쳐를 보였다. 5분 후 고승범은 교체 아웃됐다. 김민우 없는 좌측 윙백은 공석이었다. 서 감독이 이날 백포(back four)라인을 세운 결정적 이유다. 박기동은 9번 공격수 역할을 못 했다. 25경기서 3골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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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실점 13G… 신화용의 존재감

골과 필드 플레이어에 아쉬움이 남지만, 골키퍼는 얘기가 다르다. 지난 시즌 노동건과 양형모가 번갈아 지켰던 골대 앞에 올해는 신화용이 섰다. 든든함이 배가 됐다. 올 시즌 클린시트 13경기를 기록했다. 단연 리그 1위다. 지난 시즌 59실점을 기록했던 수원은 올해 41실점을 기록했다. 득실차 역시 -3에서 22로 껑충 뛰었다. 염기훈은 “지난 시즌보다 실점이 확 줄었다”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시즌 초 5경기 무승에서 허덕였던 수원에 첫 승을 안겨준 주인공 역시 신화용이다. 4월 24일 강원FC전이었다. 수원이 2-1로 앞선 상황에서 후반전 추가 시간 4분이 주어졌다. 조원희가 공을 걷어내는 과정에서 강원이 페널티 킥 찬스를 얻었다. 디에고가 자신 있게 왼쪽 구석으로 찼다. 그리고 신화용이 막아냈다. 수원은 리그 첫 승을 거뒀다. 그는 “왼쪽으로 차도록 유도했다. 진짜 거기로 차더라. 빨리 반응해서 막을 수 있었다”고 당시 소감을 전했다.

전북전 승리에도 신화용의 노고가 있었다. 전북은 경기 종료 막판까지 수원을 살벌하게 밀어붙였다. 후반 42분 로페즈의 강력한 슈팅을 신화용이 막았다. 3분 후 정혁이 완벽한 득점 찬스를 얻었다. 골 에어리어 내에서 자신있게 슈팅했으나 각을 좁힌 신화용이 선방했다. 그렇게 팀의 3-2 승리를 지켜냈다.

# 에이스 조나탄, 득점왕 되다

득점왕이 수원에서 탄생했다. 조나탄이다. 리그 22골로 독보적인 득점력을 뽐냈다. 4경기 연속 골을 두 차례나 맛봤다. 한 골이 아니었다. 인천유나이티드와 포항스틸러스를 연달아 만나 멀티골을 차례로 터뜨리더니, 전남드래곤즈에 3골을 넣었다. 다음에 만난 상주상무에 또 멀티골을 넣었다. 그야말로 독보적인 행보였다. 당시 4경기 내내 조나탄이 MVP에 올랐다.

서정원 감독은 함박 웃음을 지었다. “이런 페이스라면 리그 30골도 가능하다”라고 했다. 그러나 조나탄이 부상을 입으며 기회가 무산됐다. 6경기를 결장했다. 33라운드에서 교체로 투입되며 복귀를 신고했다. 스플릿 라운드 5경기에 모두 출전했다. 컨디션이 100%가 아닌 탓에 부상 전 페이스를 끌어올리지는 못했다. 조나탄은 “통증을 계속 안고 있다”고 했다. 3경기에서 골맛을 보며 팀을 위한 최선을 다했다. “나의 득점왕 타이틀보다 팀의 ACL 진출권이 더 간절하다”던 조나탄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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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기훈의 희생

올 시즌 수원의 전술 핵심 키워드는 백스리(back three)였다. 지난 시즌 후반기부터 서 감독이 고수하는 중이다. 백스리가 자리잡을 수 있던 데에는 리더의 희생을 빼놓을 수 없다.

염기훈은 3-5-2 포메이션에서 최전방 투톱에 배치됐다. 그가 가장 익숙한 포지션인 윙어와 거리가 멀었다. 측면 크로스에 자신 있는 염기훈은 페널티 박스 주위를 맴도는 시간이 많아졌다. 당연히 어색했다. 염기훈은 “나의 장점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았다. 워낙 사이드에 익숙해서 포워드 움직임에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도움 개수가 많이 줄었다. 아쉬움이 남는다”고 털어놓았다.

결국 3년 연속 도움왕 타이틀을 얻지 못했다. 11도움에 그쳤다. 염기훈은 그래서 “개인적으로 아쉬운 시즌”이라 했다. “좀 속상하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자리에서 처음부터 뛰었는데 못 받은 거면 속이라도 시원할 텐데… 속상하다”고 했다. 리더의 희생은 팀에 플러스 요인이 됐다. 백스리 포메이션이 자리를 잘 잡았고, 수비 실점도 줄었다. 염기훈은 “팀이 좋아졌단 점에선 긍정적”이라고 개인적인 아쉬움을 삼켰다. 동료가 그의 희생을 모를 리 없다. 조나탄은 “기훈의 손해(?)로 팀이 이 자리까지 와있는 것 같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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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전북전에서 수원은 4-3-3 포메이션을 썼다. 염기훈이 오랜만에 제 자리를 찾았다. 그는 신나게 측면을 질주하며 조나탄에게 크로스를 올렸다. 조나탄은 엄지를 세우며 그를 격려했다. 그의 종횡무진에 전북은 수차례 애를 먹었다. 그만큼 신이 났던 염기훈은 왼발 프리킥 골까지 넣었다. 황병근이 옴짝달싹도 못 할 정도로 날카로웠다. 염기훈은 “너무 좋았다. 마지막 경기에서 내 자리에서 뛸 수 있어 기뻤다. 할 수 있는 플레이를 모두 펼쳤다”며 기분 좋게 말했다. 믹스트존에서 인터뷰하는 염기훈을 발견한 최철순은 “이 형이 오늘 전북 경기를 망쳤다!”며 장난스레 웃었다.

# 수원vs전북, K리그 볼거리 추가

지난 10월, <포포투>는 조나탄과 염기훈에게 ‘이심전심 인터뷰’를 진행했다. 전북과 FC서울 중 더 이기고 싶은 상대를 고르라고 하자, 둘 다 고민하지 않고 전북을 외쳤다. 그만큼 전북전 승리가 간절했다. 신화용 역시 전북에 꼭 승리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다.

유난히 많은 논란을 낳았던 매치업이다. 지난 32라운드 맞대결이 절정이었다. 판정에 불만 가득했던 서 감독은 라커룸으로 향하며 “너무한 거 아니야!”라며 소리를 질렀고, 관중석에서 “매수”를 외치는 소리를 들은 최강희 감독은 양복 재킷을 벗어 던졌다. 선수들도 격앙된 건 마찬가지였다. 이동국이 PK를 얻은 과정에서 매튜가 손가락 두 개를 맞대며 돈을 세는 듯한 제스쳐를 보였다. 경기 후 이동국은 “매튜가 얼마 냈냐고 하더라. 그냥 ‘꺼지라’고 했다”고 말했다. 매튜는 자신의 제스쳐를 쉽게 인정하지 않았다. 경기는 무승부였다.

수원은 더 약이 올랐다. 올 시즌 내내 전북에 이긴 적이 없다. 원정 성적은 더욱 안 좋다. 2013년 3월 30일 이후 전주성에서 승리를 거둔 적이 없다. 이번 최종전은 팀의 자존심이 걸린 대결이었다. 그래서 더욱 뜨거웠다. 전북전 승리를 갈망하던 조나탄은 자기 앞을 막는 최보경에 분노했다. 넘어진 최보경을 잡아 일으키려 했다. 최철순이 그와 신경전을 벌였다. 총 경기 시간 97분 내내 그라운드 위 열기는 가라앉지 않았다.

그렇게 약 3년 만에 전북 원정에서 승리를 거뒀다. 수원은 ACL보다 자존심을 지켰다는 것에 더 만족스러워했다. 경기 소감을 묻자 염기훈은 단번에 “정말 이기고 싶었는데…어웨이 와서 이긴 게 너무 오랜만이라 기분이 더 좋다”고 했다. 서 감독 역시 “자존심을 찾아보자고 했는데, 서로의 뜻이 잘 맞았다”며 웃었다. 전북전을 두고 이런 코멘트도 덧붙였다.

“전북과의 스토리가 생겼다. 나는 우리 K리그에 이런 스토리 있는 경기가 좀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팬들도 즐겁게 경기를 볼 수 있다. 그렇게 문화를 만들어가고 다져야 한다. 수원과 전북, 수원과 서울 외에도 또 다른 팀들의 라이벌전이 만들어져서 팬들이 더 많이 와서 재미를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좋은 콘텐츠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염기훈 역시 “늘 슈퍼매치에 포커스가 많이 맞춰졌는데 요새는 전북전에 신경 쓰는 분들도 많이 생겼다. 이런 스토리가 생겨 선수들은 부담스럽지만(웃음) 보시는 분들 입장에선 당연히 필요하다”라며 서 감독의 말에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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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한 골잡이와 골키퍼의 중요성, ‘한 끗’이 부족해 아쉬움을 삼켰던 결과들, 팀을 위한 리더의 희생, 새로운 라이벌 매치의 등장까지. 수원의 2017년은 ‘득실’이 공존하는 한 해였다. 굴곡진 시즌을 보냈다. 그리고,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내고 만세삼창으로 한 시즌을 마무리 지었다. ‘실’보다 ‘득’이 더 많아질 2018시즌을 고대하며.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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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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