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interview] 피터 크라우치가 말하는 ‘그때 그 시절’

기사작성 : 2018-03-02 16:24

- 원온원 인터뷰: 피터 크라우치
- 잠잘 때 발이 침대 밖으로 나온다고?
- 로봇댄스 말고도 할 말이 정말 많다!

본문


[포포투=James Maw]

2017-18시즌은 피터 크라우치에게 특별한 시간이다. 서른일곱 살의 나이에 스토크 시티에서 주전 자리를 경쟁하고 있고, 프리미어리그 개인 통산 100호골도 달성했다(102골). 단명했지만 자기 이름을 내건 라디오쇼도 진행했다. 어린 팬들은 그를 사랑한다.

그에게도 안티팬이 많았던 시절이 있다. 자신을 둘러싼 오해와 편견을 씻기 위해 묵묵히 버티는 시간이 없었다면, 이번 시즌 같은 만족감은 누리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포포투>가 크라우치를 만났다. 팬들이 보내온 질문 꾸러미를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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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에 관한 질문이 이제 짜증 날 것 같은데?

“(웃음)음, 그렇긴 하다. 살면서 계속 그 질문이다.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을 출력해서 붙인 카드를 갖고 있다. ‘위쪽 날씨는 어떻냐?’, ‘왜 농구를 하지 않았느냐?’ 등이다. 모범 답변은 ‘오늘 대화 나눠서 좋았어요’, ‘그 질문만 하루에 세 번 받죠’다.”


포츠머스에서 프로시네츠키와 함께 뛰었다. 그 선수가 하루에 담배 한 갑 피운다는 게 사실인가?

“함께 뛰어서 너무 좋았다. 성격이 정말 좋았고 실력도 뛰어났다. 그 시즌 내가 19골 정도 넣었던 것 같은데 그 친구가 다 만들어준 골들이었다. 말수도 적지만 모든 걸 이해하고 있는 캐릭터였다. 영어도 완벽하게 구사하고. 담배는 경기 전, 하프타임, 샤워 끝나고 피웠다. 말보로 레드. 정말 독한 담배인데.”


애스턴 빌라에서 좋은 장면을 만들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성공적이진 못했다. 팬들 탓이었는가?

“빌라 팬들이 나를 싫어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첫 시즌에 힘들었다. 토니 아담스, 솔 캠벨 같은 선수들은 키가 나와 비슷한데 덩치는 훨씬 컸다. 그때 나는 몸무게가 지금보다 훨씬 가벼웠다. 뉴캐슬전에서 데뷔했는데 멀리서 봐도 앨런 시어러는 나와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다. 그때 나는 1부에서 뛸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나를 믿어준 그레이엄 테일러 감독이 떠나고 들어온 데이비드 오리어리 감독은 나를 영 마땅치 않게 생각했다. 노리치로 임대 갔다가 자신감이 붙어서 돌아왔는데 선발로 뛰지 못했다. 그 탓에 나는 떠나야 했다.”


2004년 사우샘프턴이 강등되었지만 당신 혼자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 인생의 전환점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때 잘하지 못했다면 인생이 달라졌을 것 같다. 나를 영입한 폴 스터록 감독이 금방 경질되었다. 스티브 위글리 감독도 나를 자주 기용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해리 레드냅 감독이 왔다. 제임스 비티를 팔자 갑자기 케빈 필립스와 내가 투톱으로 뛰게 되었다. 레드냅 감독이 내게 자신감을 준 덕분에 하반기에만 13골이나 넣을 수 있었다. 내가 프리미어리그에서 뛴다는 느낌을 처음 받았고, 그해 여름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에 소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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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이적료 700만 파운드에 옮긴 리버풀에서 첫 18경기 무득점이었다. 힘들지 않았는지? 라파엘 베니테스 감독은 뭐라고 하던가?

“슬럼프를 겪었다. 솔직히 너무 오래 못 넣긴 했다.(웃음) 하루라도 빨리 사우샘프턴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감독의 조언 덕에 견딜 수 있었다. 사우샘프턴 시절과 약간 다른 플레이를 내게 주문했다. 더 아래쪽에 내려와서 뛰라는 지시를 성실하게 이행했다. 하지만 직접 골을 넣어야 한다는 생각에 전방으로도 적극적으로 나갔다. 다행히 몇 골 넣었으니까 팬들이 응원해줬다. 감독은 반대로 나를 뺐고! 불평한 적은 있어도 헐뜯거나 그러진 않았다. 베니테스 감독은 톱클래스 지도자다.”


2006년 FA컵 우승 멤버다. 웨스트햄에 0-2로 뒤질 때도 우승을 믿었는가?

“내 골이 오프사이드로 무효 처리되었다. 온사이드였다. 그러니까 0-2로 뒤진 적은 없다는 점을 밝히고 싶다!(웃음) 웨스트햄의 앨런 파듀 감독은 이길 때 종종 춤을 췄다. 하프타임에 우리끼리 모여서 그런 꼴을 절대 볼 수 없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제라드 혼자서 경기를 연장전으로 끌고 갔다. 지금도 우승 메달을 보면서 ‘이거 스티비한테 줘야 하는데’라고 생각한다!”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에 소집되었을 때 당신을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팬들이 많았다. 왜 그랬을까? A매치 22골로 멋지게 응답한 기분은 어떤가?

“그렇게 말해주니 기분이 좋아진다. 평생 가슴에 남을 만한 경험이었다. 대표팀 경기에 처음 출전했을 때 팬들은 나를 보며 ‘저렇게 생겨서 뭔 축구를 하겠다는 거야?’라는 식이었다.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렸던 폴란드전(2005년 10월)에서 내가 들어갈 때 팬들의 야유가 들렸다. 견디기 힘들었다. 내가 들어가면 롱볼 축구를 하게 될 거라는 편견이 컸다. 하지만 나는 내 가치를 입증했다. 내가 뛰는 걸 보기도 전에 나를 싫어하는 팬들이 있었다. 데이비드 오리어리 감독도 마찬가지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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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직전에 로봇댄스를 선보였다. 무슨 노래에 맞춰서 만든 세리머니였는가? 가장 최근에 췄던 기억은?

“요즘도 불쑥불쑥 튀어나온다!(웃음) 어떤 노래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TV 프로그램인가에서 내가 그 춤을 추자 동료들이 ‘야, 그거 골 세리머니로 써먹어야 해!’라고 부추겼다.”


2006년 월드컵 트리니다드&토바고전에서 상대의 머리를 잡아당기고 헤딩골을 넣었다. 당신이 키도 훨씬 컸는데?

“무의식으로 나왔다. 나중에 그 장면이 찍힌 사진을 보고서야 나도 깨달았다. 공중볼을 다툴 때는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다. 내가 그렇게 했다는 걸 깨닫지 못했다가 나중에 사진을 보니까 정말 나쁜 행동이었다. 경기 후 그도 별말이 없었는데, 케나인 존스가 트리니다드에서 내 인기가 별로 없다고 말해줬다. 그래서 그쪽으로는 휴가를 가보지 못했다.”


잠잘 때 발이 정말 침대 밖으로 튀어나오는가? 사실이라면 잘 때 양말이라도 신어야 하는 것 아닌가?

“호텔 침대에서는 정말 발이 침대 밖으로 나간다. 집에 있는 침대는 2.4m 짜리다. 하지만 살면서 자주 그런 일을 겪은 덕분에 익숙하다. 지금도 자다 보면 이불을 끌어당기는 탓에 발이 밖으로 나온다. 집에서 잘 때도 그렇고. 습관이 무섭다.”


2007년 UEFA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좀 더 일찍 투입되어야 했던 것 아닐까? 들어가자마자 골을 넣을 뻔도 했는데.

“아테네 결승전에서 선발 출전하지 못했던 것이 내 축구 인생 최대 아쉬움이다. 내가 당연히 선발 출전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크레이그 벨라미와 나란히 벤치에 앉아야 했다. 밀란 쪽을 보니까 2005년과 거의 비슷했다. 공격적으로 나갔으면 좋았을 텐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 시즌 나는 챔피언스리그 경기에 전부 출전하면서 골도 많이 넣었다. 선발로 나서지 못하다니 정말 실망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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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르크 카윗이 <포포투> 인터뷰에서 당신이 카트로 자기를 밀어버릴 뻔했다고 폭로했다. 당신의 변을 듣고 싶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직전에 있었던 일이다.(웃음) 포르투갈 트레이닝 캠프에서 선수들끼리 카트 트랙에 놀러 갔다. 내가 탄 카트의 브레이크가 고장 난 게 아닌가! 앞에 서 있는 사비 알론소와 디르크 카윗이 보였다. 순간적으로 ‘누가 더 중요하지?’라고 생각하고는 카트를 카윗 쪽으로 몰았다. 다행히 그 친구가 잽싸게 피했다. 카트가 트랙을 벗어난 뒤에 나도 뛰어내렸다. 결국 그 카트는 벽에 충돌해 불이 붙었다. 그것 때문에 베니테스 감독이 나를 결승전 선발에서 뺐을지도…”


UEFA나 국가대표팀 경기의 심판들이 당신에게 너무 엄했다고 생각하는가? 볼이 당신 근처에만 가면 휘슬을 불던데?

“리버풀 입단해서 챔피언스리그 경기에 출전하자마자 내가 느낀 바였다. 적응하기가 정말 어려웠다. 잉글랜드 심판들이 그냥 넘어가는 플레이에 유럽 심판들은 반칙을 선언했다. 2006년 월드컵 심판들은 미팅에서 ‘피터 크라우치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그 녀석은 팔로 이렇게 저렇게 한다’라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하더라.”


토트넘, 사우샘프턴, 포츠머스에서 해리 레드냅 감독과 함께 있었다. 그가 지금도 프리미어리그에서 통할까?

“사람들은 레드냅 감독을 ‘꼰대’라고 부른다. 그는 단순히 나이가 많을 뿐이다. 세대와 환경에 따라 잘 적응하는 지도자다. 그렇지 않고서야 레드냅 감독처럼 오랫동안 프리미어리그에서 활동할 수가 없다. 선수들의 수준과 능력에 맞춰 전략을 짤 줄 아는 감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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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에 돌아왔을 때 가레스 베일이 슈퍼스타로 성장해 있었다. 그럴 줄 알았는가?

“다들 어느 정도 예상했다. 가레스는 처음 레프트백으로 뛰었다가 점점 전진해서 공격수로 진화했다. 어릴 때부터 재능이 엄청났다. 사람들에게 나는 이렇게 설명한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라이트백으로 기용한다고 가정해보라고. 오버래핑을 잘하겠지만 수비 쪽에서 탈탈 털릴 것이다. 가레스도 그랬다. 풀백의 수비 책임감을 내려놓자 물 만난 고기처럼 자유를 만끽하며 자기 자신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챔피언스리그 우승 메달을 걸었다고 해서 나는 놀랍지 않다.”


토트넘 시절 동료였던 베노이트 아수-에코토는 실제로 어떤 친구였는가?

“(얼굴을 감싸면서)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베노이트라면 다큐멘터리 한 편을 찍을 수 있다. 음, 뭔가 굉장히 다르다. 축구를 정말 잘하면서 축구를 싫어했다. 하루는 경기 시작 한 시간 반 전이었는데 나한테 와서 오늘 상대팀이 누구냐고 물었다. 내가 알려줬더니 “아, 그렇구나”라면서 다시 크루아상과 핫초콜릿을 마시더라. 이상하게 생긴 자동차만 몰고 다녔고 워밍업도 거의 하지 않았다. (포포투: 포르노 배우가 될 거라는 소문도 있었다) 정말? 뭐 어쨌든 정말 많은 얼굴을 지닌 친구였다.(웃음)”


토트넘 유소년에 있던 해리 케인을 기억하는가? 그렇게 훌륭한 골잡이가 되리라고 생각했는지도 궁금하다.

“그 친구가 하는 모든 플레이가 전부 내가 가르쳐준 것이었다. 당연히 잘될 줄도 알았고.(웃음) 농담이다. 그냥 훈련하는 모습을 자주 봤을 뿐이다. 프리미어리그에서 25~30골씩 넣는 스트라이커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매년 발전한다. 리그 최고는 아니더라도 최정상급 골잡이임은 분명하다. 함께 훈련할 때 얼마나 열정에 굶주렸고 배우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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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시간이 힘들지 않았는가? 은퇴 생각도 했을 것 같은데, 어떤 마음가짐으로 경쟁력을 되찾을 수 있었는가?

“스토크에서 그런 역경이 있었다. 구단이 내 대체자를 찾으려고 했다. 영입작업이 실패할 수도 있으니까 나는 항상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감독실을 몇 번 찾아간 적이 있긴 했어도 고성이 오간 적은 없었다. 항상 뛰고 싶은 동시에 팀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으니까. 리버풀 시절 페르난도 토레스가 와서 잘하니까 나는 불만을 표시하지 않았다. 어쨌든 나도 잘할 수 있는데, 자꾸 밀리면 실망스러운 기분은 부정할 수 없다.”


현역 은퇴 후에 지도자가 될 생각이 있는가? 감독을 한다면 어떤 스타일이 될 것 같은가?

지금 A급 자격증 과정에 있는데 되게 재미있다. 감독이 될지 코치가 될지도 모르는 상태다. 어떤 연령대를 지도하게 될지도 모르고. 하지만 감독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훌륭한 감독 아래서 많이 뛰어봤으니까 그들의 장점을 조금씩 배울 수 있었다. 나만의 스타일로 지도하고 싶다.”


사진=포포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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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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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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