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전주] 세 골 받고, 여섯 골 더

기사작성 : 2018-03-07 04:49

- AFC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3경기: 전북 6-3 텐진
- 리드에 만족하지 않는다...한 골이라도 더 넣는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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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홍재민(전주)]

모든 감독은 “공격 축구를 추구한다”라고 말한다. 하위팀마저 “올 시즌은 공격 축구”란다. 거짓말이냐고? 아니다. 그들은 정말 공격을 좋아한다. 공격하고 싶어 한다. 단지 실천하지 못할 뿐이다. “공격하고 싶다”와 “공격하다”는 전혀 다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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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저녁 전북현대는 중국의 텐진 취안젠을 6-3으로 대파했다. 김신욱이 해트트릭을 작성했고, 한교원, 로페즈, 최보경이 한 골씩 기록했다. 3골이나 내주고도 대승, 완승이라고 할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올 시즌 AFC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전북은 3전 전승, 15득점을 기록했다. 유럽에서 파리생제르맹이 게임에서나 나올 법한 득점력을 보여주더니 그 기세를 아시아에서는 전북이 이어받기라도 한 모양이다.

전북은 공격했다. 경기를 시작했을 때부터, 전반 9분 선제를 당했던 순간부터, 동점으로 따라붙을 때부터, 스코어를 뒤집었을 때부터도 공격했다. 한국, 더 나아가 아시아권에서 이렇게 공격을 실천할 수 있는 팀은 매우 드물다. 말은 쉬워도 실행은 어려운 그 일을 90분 내내 해냈다. 선제 실점을 내주고도 전반전을 기어이 2-1로 뒤집고 나서야 끝마쳤다. TV 중계진이 항상 하는 말처럼 말이다. 전반전을 이러이러한 상태로 마쳐야 한다고 하는 논평.

후반 10분, 최강희 감독이 왼쪽에 있던 박충균 코치에게 눈짓했다. 박충균 코치는 골라인을 따라 몸을 풀고 있던 선수들을 향해 손가락으로 신호를 보냈다. 불혹의 골잡이가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교체 투입을 준비했다. 대상자는 로페즈였다. 이동국이 두터운 트레이닝복을 갈아입는 동안, 로페즈는 팀의 세 번째 골을 넣고 환호했다. 골을 넣기 전에 나갈 수 없다는 항거처럼 보였다. 전주 홈 팬들의 박수 속에서 로페즈와 이동국은 자리를 바꿨다.

후반 14분과 19분에 김신욱이 두 골을 연달아 넣으면서 해트트릭을 작성했다. 기록을 뒤졌다. 김신욱의 전북 득점은 지난해 8월 19일 광주전이 끝이었다. 198일째 이어진 무득점에 분풀이라도 하듯이 김신욱은 199일째 되던 날, 한꺼번에 세 골을 몰아쳤다. 김신욱의 해트트릭으로 스코어가 5-1로 벌어진 시점에서 1분 뒤에 전북 벤치에서 두 번째 교체 선수가 투입되었다. 누구였을까? 2년 전, 한국에서 47경기에 출전해 35골을 넣었던 아드리아노였다.

모든 감독이 “공격 축구!”를 외치면서 시작하고, “위험해!”라고 소리치며 수비에 치중한 다음에, “역습!”이라며 ‘한 방’을 독려하는 모습이 우리에게는 훨씬 친근하다. 네 골을 앞선 팀이 ‘괴물급’ 골잡이를 투입하는 선택은 분명히 이질적이다. 하지만 전북과 최강희 감독은 그렇게 했다. 다섯 골을 넣은 상태에서 여섯 번째 골을 넣기 위한 교체 카드를 쓴 것이다. 이 정도면 됐다는 우리의 관념과 아드리아노를 집어넣는 최강희 감독의 선택, 둘 중 하나가 이상하다.

공교롭게 아드리아노가 들어오자마자 이용이 악셀 비첼과 엉켜 넘어졌다. 탈장에서 돌아와 2018시즌을 시작한 이용이 좀처럼 일어나지 못했다. 결국 들것에 실려 나왔고, 국가대표 최철순이 들어갔다. 이용의 부상을 걱정하면서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이용이 다치지 않았다면, 전북의 세 번째 교체 카드는 티아고나 손준호에게 돌아가지 않았을까? 두 선수 모두 공격 본능으로 똘똘 뭉친 스타일이다.

이 시점부터 경기 종료까지 전북은 센터백 최보경이 한 골을 넣었고, 상대에게 두 골을 내줬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전북의 전방은 필사적이었다. 이동국, 아드리아노, 한교원, 이재성, 이승기의 표정과 플레이에서 골을 넣고 싶다는 간절함이 기자석까지 전달되었다. 그들은 골을 넣고 싶어 했다. 불현듯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떠올랐다. 아무리 크게 앞서고 있어도 호날두는 한 골이라도 더 넣으려고 기를 쓴다. 골을 넣으면 “씨(Si)~~”를 외치며 포효한다. 골을 넣기 위해 경기장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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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 현장에서 영국 축구를 봤다. 4-0으로 앞선 팀이 다섯 번째 골을 넣어 스코어가 5-0이 되었다. 홈 팬들이 갑자기 구호를 외쳤다. “We Want Six, We Want Six”였다. 머리가 띵 했다. 상대방에 대한 무례처럼 들렸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그게 맞았다. 입장권을 유료 판매하는 프로축구는 언제 어디서나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 정도면 이길 수 있으니까 마무리하자는 마인드는 세계 평화를 먼저 생각하는 아마추어에게 더 어울린다. 기회가 올 때마다 골을 넣어야 한다. 그게 프로다.

이기기 위해 뛴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기려면 골을 넣어야 한다. 기준점을 조금 앞으로 끌어당기면 ‘골을 넣기 위해 볼을 찬다’가 된다. 경기 후 최강희 감독에게 “6득점의 만족과 3실점의 불만, 어느 쪽이 더 큰가?”라고 물었다. “홈 팬들에게 이기는 모습, 즐거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 여섯 골을 넣어도 계속 그런 욕심을 내야 한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2018년 3월 6일 전주에서처럼 ’이기기 위해서’보다 ‘골을 넣기 위해서’를 먼저 실천하는 경기가 많아지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

사진=FAphotos
writer

by 홍재민_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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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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