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수원] 블루윙즈의 경기장 안팎은 ‘블루’했다

기사작성 : 2018-03-08 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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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홍재민(수원)]

영어 단어 ‘블루(blue)’는 우울한 심리상태를 뜻하기도 한다. 아이폰 이모티콘에서도 우울하거나 아픈 표정은 파란색이나 보라색이다. 수원삼성블루윙즈의 상하이선화는 둘 다 파란색을 팀컬러로 사용한다. 둘의 맞대결은 그야말로 ‘블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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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저녁 수원월드컵경기장 주차장에서 미디어게이트로 가는 길목에서 함성을 들었다. 처음 듣는 구호였다. ‘새 시즌용’이라고 여겼다. 경기장 안에 들어서자 착각이었음을 알았다. 함성은 북측이 아니라 남측 스탠드에서 나오고 있었다. 수원 관계자는 아시아축구연맹(AFC)의 킥오프 시간 조정을 원망했다. 30분 앞당긴 저녁 7시에 시작하는 바람에 지각 팬들이 많다고 했다. 상황을 인지해도 결국 눈에 보이는 것은 원정 팬이 더 많은 수원월드컵경기장이었다. 빈 좌석이 대부분인 동측 스탠드도 황량했다. 낯설었고 우울했다.

전반 45분 동안 수원은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상하이의 수문장 리슈하이는 바로 뒤에서 터지는 응원과 박수로부터 보이지 않는 힘을 얻은 사람처럼 보였다. 데얀과 염기훈의 날카로운 슛을 그는 몸을 날려 막아냈다. 수원은 운을 원망하지 못했다. 리슈하이의 선방만큼 결정력 부족도 단단한 벽이었기 때문이다. 데얀은 일대일 기회를 놓쳤고, 염기훈은 좋은 슛 기회를 허공으로 날렸다. 염기훈은 잔디에 머리를 박고 아쉬움을 몸 안으로 우겨 넣었다.

후반 1분 만에 수원은 정신을 차리는 듯했다. 리슈하이가 펀칭한 볼이 흐르자 이기제가 강하게 왼발을 휘둘렀다. ‘라인드라이브’가 혼전을 뚫고 상하이 골네트를 시원하게 갈랐다. 올 시즌 5경기에서 이기제는 데얀과 함께 팀 내 최다인 3골을 기록 중이다. 데얀, 바그닝요, 임상협을 새로 영입한 팀에서 레프트백이 초반 5경기 3골이라는 공헌을 반겨야 할지 어색하게 여겨야 할지 분간하기 어렵다.

수원은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후반 13분 김종우의 백패스 실수로 상하의 구아린에게 일대일 기회를 내줬다. 노동건이 필사적으로 뻗은 왼손에 걸린 덕분에 수원은 위기를 넘겼다. 아쉽게도 반성이나 각성은 없었다. 1분 뒤 크리스토밤이 페널티킥을 허용했다. 상대 미드필더 지오의 완벽한 페널티킥이 상하이 원정 팬들을 열광하게 했다. 올 시즌 홈에서 치른 4경기에서 수원이 허용한 여섯 번째 실점이었다. 누가 봐도 너무 많다. 특히 활기찬 영입으로 기대를 키웠던 상태에서는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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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의 저조한 경기력과 느슨한 결정력, 부족한 집중력은 보는 이에게 실망감을 안기기 충분했다. 불행히 이날 경기의 실망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1-1 동점이 되자 상하이선화 선수들이 하나씩 쓰러지기 시작했다. 응급처치를 위해 들어가는 상하이선화의 메디컬스태프의 이동 속도는 재활 환자의 조깅만큼 느렸다. 전반전 내내 슛을 향해 몸을 날렸던 리슈하이(GK)는 시간 지연을 위해 몸을 불살랐다. 오랜만에 목격하는 ‘안티풋볼’이었다. 경기 후, 우징위 감독은 “기자들도 이런 상황을 이해하리라 생각한다”라고 대답했다.

수원과 상하이선화의 90분은 여러모로 ‘블루’했다. 수원의 실망스러운 득점력이 암울했다. 원정 팬이 더 많은 수원월드컵경기장의 풍경도 쓸쓸했고, 부끄럼 없이 쓰러지는 상하이의 마음가짐이 무안했다. 염기훈은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실망스러웠다”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대형 전광판에 찍힌 ‘3,904명’이란 관중 수는 그 자체로 좌절이었다. 원정 서포터즈의 숫자를 빼면, 수원 팬 숫자는 2천 명대였을 것이다. 뻥 뚫린 관중석은 마치 ‘왕년의 인기팀’이라고 선언하는 것 같았다. 경기장 안과 밖이 모두 ‘블루’했던 90분이었다.

사족: 서정원 감독 재임 시절, 수원은 시즌 초반 5경기에서 3승 이상 기록한 적이 없다. 연속 승리는 올 시즌이 처음이다. 기분은 ‘블루’할지 몰라도 기록은 그리 우울하지 않다는 뜻이다.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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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재민_편집장

축구는 재미있어야 합니다. 하든 보든 쓰든 읽든 뭐든 @jaemin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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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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