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울산] 상주 마이웨이, 김도훈 모험 가로막다

기사작성 : 2018-03-11 08:15

- 상주, '우승 도전' 울산 잡다
- 김도훈의 모험, 실패라고 단정하기 이르다
- K리그1 2라운드 울산 0-2 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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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배진경(울산)]

감독들은 흔히 이렇게 말한다. “상대에 신경쓰기 보다 우리팀이 잘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수만 가지 변수가 존재하는 승부의 세계에서 금언처럼 여겨지는 말이다. 자신에 집중하면 실패 확률이 줄어든다. 상대보다 자신을 통제하는 쪽이 훨씬 쉽기 때문이다. 상주상무가 ‘호랑이굴’에서 울산현대를 잡는 방식이 그랬다.

10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울산과 상주의 K리그1 2라운드 경기가 열렸다. 경기장으로 들어가는 길에 박주호와 마주쳤다. 유니폼이 아닌 편한 복장으로 분주한 걸음이었다. 특별한 결장 사유가 없는 그를 보고 의문을 가졌던 것도 잠시. 경기 전 공개된 선발 출전 명단을 보고 이해했다.

김도훈 울산 감독은 파격적인 엔트리를 준비했다. 지난 7일 AFC챔피언스리그(ACL) 상하이 상강전과 비교해 10명의 선수들이 바뀐 상태였다. 전북과의 리그 개막전 명단에서도 자그마치 6명의 선수가 달라졌다. 박주호를 비롯해 정재용, 리차드, 토요다, 김인성, 이명재 등은 아예 엔트리에서 빠졌고 오르샤, 김승준, 이영재, 한승규가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대신 장성재, 김건웅, 이지훈 등 어린 선수들과 조영철, 임종은 등 백업 자원들이 출전 기회를 잡았다. 경기 전 인터뷰에서는 선수의 포지션과 활용도를 묻는 질문이 더 많았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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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 감독은 홈 개막전이 “모험”이라고 인정했다. “ACL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선택의 여지가 많았다”는 설명이다. 기대감도 존재했다. 로테이션에 성공하면 시즌 운영의 폭이 넓어질 수 있었다. 승부를 포기한 것도 아니었다. “미드필드 싸움이 관건”이라며 “체력적으로 많이 움직여줄 수 있는 선수들을 세웠다. 이겨야 하는 상황을 고려해 교체 명단도 공격적인 선수들로 채웠다. 후반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명단을 받아 든 상주 김태완 감독은 “너무 ACL에 신경을 쓴 게 아닌가 싶다”며 “그래도 홈 개막전인데..”라며 알 듯 말 듯한 표정을 지었다. 또 “우리로선 고맙지만 김도훈 감독에게 ‘신의 한 수’가 될 수도 있다. 결국 우리가 잘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킥오프 후 둘의 기대는 엇갈렸다. 체력 싸움과 패기에 승부를 걸었던 울산은 무력했다. 반면 상주는 중원 싸움과 역습으로 선제골에 성공했다. 전반 27분 상주 골키퍼 유상훈의 골킥이 울산의 공격으로 연결되려던 찰나, 홍철이 볼을 가로채 그대로 울산 진영으로 드리블했다. 페널티 왼쪽까지 달려온 그는 강민수 뒤로 빠지는 침투패스를 보내면서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었다. 볼은 반대편에서 빠져들어간 김호남의 발끝에 걸렸고, 김호남은 김용대와 맞선 상황에서 오차 없이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김도훈 감독은 전반 34분 미드필더 장성재 대신 이영재를 투입하며 자신의 선택이 어긋나고 있음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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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제골 이후 홈 구장 분위기는 맥이 빠졌다. 울산은 손발이 맞지 않았다. 조급함까지 겹쳤다. 상주는 리드를 지키기 위해 서둘지 않았다. 느슨해지는 분위기에 관중들의 한숨이 짙어졌다. 김도훈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오르샤를 투입해 변주를 시도했다. 오르샤가 들어간 이후 울산 공격에도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한 골을 넣은 상주는 무리하지 않았다. 이른바 ‘버스 두 줄’을 세워 울산의 공격을 차단했다. 공간이 나지 않은 상주 진영에서 볼과 선수들만 엉켰다. 오히려 상주의 반격이 매서웠다. 결정적으로 역습의 속도와 템포 조율에서 차이가 났다. 후반 26분 상주가 세트피스로 골을 추가하면서 사실상 승부는 끝났다. 홍철의 프리킥이 바운드 된 뒤 주민규의 머리에 맞고 골망을 흔들었다.

김도훈 감독은 “결국 경험의 차이”라고 패인을 짚었다. 알다시피 상주의 스쿼드는 알차다. 주민규, 김호남, 최진호 같은 알짜 공격수에 윤영선, 홍철, 김태환 등 대표급 수비 자원이 있다. 선발 명단만 놓고 보면 경험에서 울산보다 우위에 있었다. 다만 ‘틈’이 있긴 했다. 상주는 지난 겨울을 효과적으로 보내지 못했다. 전지훈련지에서의 추문으로 축구보다 제식훈련으로 보낸 시간이 더 많았다. 김민우, 윤빛가람 등 신병들도 팀에 합류한지 얼마 되지 않아 컨디션이 온전치 않았다. 개막전에서는 승격팀 경남에 1-3으로 혼쭐나기도 했다. 이런 배경에 울산의 마음이 다소 느슨해졌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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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상주는 울산의 변화에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홍철은 “상대가 서너 명 바뀐다고 해서 그 팀이 무너지는 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지는 말이 핵심에 가깝다. “(상대를 의식한 게 아니라) 우리가 준비를 더 잘했기 때문에 이길 수 있었다.” 김태완 감독도 ”차분히 준비해 나가다 보면 나중에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상주 특유의 저력을 강조했다.

울산의 시도는 그 자체로 흥미로웠다. 로테이션 가능성을 점검하거나 공격에 초점을 맞춘 교체 타이밍 혹은 자원을 활용하는 모습 모두 김도훈 감독 체제에서는 생소한 변화들이다. 수정과 회복의 여지가 있는 시즌 초반이라 가능했던 모험이다. 공격에 신경을 쓰다 보니 수비에서의 균형이 깨지는 딜레마에 직면했지만, 그 의도는 납득할 만했다. 리그보다 ACL에 초점을 맞춘 감독의 선택도 현실적이다. 울산은 13일 상하이상강과의 홈경기에서 승리하면 F조 1위로 올라선다. 16강에 한층 가까워진다. 장기레이스로 이어지는 리그보다 바짝 집중해야 하는 ACL에 총력을 쏟기로 했다. 상강전에서도 결과를 챙기지 못하면 모험의 의도마저 퇴색한다. 홈 개막전을 담보로 준비한 경기이기 때문이다. 변화만큼 결과가 중요해진 이유다.


사진=FAphotos
writer

by 배진경

녹색 온도, 녹색 아닌 풍경 @joy2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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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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