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상암] 전자레인지 안이 궁금하다

기사작성 : 2018-03-12 13:05

- 2018 K리그1 2RL: FC서울 1-2 강원FC
- 결정한 황선홍, 답답한 팬들, 결과는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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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홍재민(서울월드컵경기장)]

전자레인지에 관한 상식을 하나 안다. 작동 중에는 안을 들여다보지 말라는 것이다. 전자파가 눈 건강에 나쁘단다. 그런데 그게 어디 쉬운가? 전자파는 눈에 보이지 않고, 음식이 잘되는지는 너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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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이다. 상대는 1라운드에서 승리한 강원FC다. 따뜻한 날씨가 경기장 주변을 기분 좋게 감쌌다. 오프시즌 구단의 전력 보강 작업이 홈팀의 흥행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궁금했다. 현장에 가보니 다행히 가족 단위 팬이 많았다. 공식 집계 유료관중 수가 14,893명이었으니 나쁘지 않다. 2018시즌용 새 유니폼을 입은 팬들도 많이 보였다.

경기 전, 양 구단 감독을 만났다. 원정팀 송경섭 감독은 긴장한 것 같았다. 2년 전 코치로 일했던 친정에 감독이 되어 돌아왔으니 당연하다. 송 감독은 "1라운드 제주전에서 부진했으니 홈 개막전에서는 서울이 초반부터 강하게 나올 것"이라고 경계했다. 전반에 버티고 후반에 좋은 공격 자원을 활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인터뷰에 통달하진 않아도 할 말은 다 하는 모습이었다.

황선홍 감독은 여유가 있었다. 워낙 스타 출신인 데다 서울을 맡은 지도 3시즌째에 접어들었다. '프로 초짜' 송경섭 감독에 비해서는 소위 '감독 선배'으로서 풍모가 흘렀다. K리그 미디어데이에서 황 감독은 "왜 우리가 전력이 약해졌다고 하지?"라고 웃으며 반문했다. 여론과 상관없이 그는 자신감 혹은 확신을 품은 사람처럼 보였다. 큰 결정을 내렸으니 밀고 나가야 한다는, 의식의 흐름도 당연하다.

경기는 전반 44분 박주영의 선제골로 잠시 서울 쪽으로 기울었다. 하프타임에 송경섭 감독은 "상황판단력을 가르치는 중"이라고 말했던 김경중을 베테랑 정조국으로 교체했다. 후반전 승부수 계획을 이근호가 실천했다. 후반 들어 이근호가 전진하면서 강원이 활기를 띠었다. 그렇게 한 지 딱 5분 만에 동점골을 뽑았고, 8분이 지나 교체 투입된 정조국이 역전골을 터트렸다. 이럴 때 축구 감독은 정말 짜릿하다.

서울은 급해졌다. 이상호와 에반드로, 조영욱까지 들어갔다. 하지만 강원의 수비는 탄탄했다. 황선홍 감독의 말대로 "공격 작업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양한빈의 선방이 아니었더라면 서울은 큰 망신을 당했을지도 모른다. 지난해 <포포투> 촬영에서 양한빈의 얼굴에 반창고를 붙였다. 고군분투를 표현하고 싶었다. 해가 바뀌어도 그 반창고를 떼선 안 될 것 같다.

1-2 패배가 확정되자 홈 서포터즈석에서 야유가 나왔다. 온라인에 머물던 불만이 오프라인에서 한꺼번에 터진 셈이다. 개막 두 경기 결과(1무 1패)가 그런 불만에 힘을 실었다. 경기 막판, 기자석 가까운 자리에 있던 꼬마가 "아이~ 졌다~"라고 푸념하는 소리가 들렸다. 다 큰 어른 팬들의 실망은 오죽하랴. 팬들은 이미 황선홍 감독의 선택을 실패로 단정하고 있었다.

서울과 황선홍 감독의 선수단 '정리정돈'은 성공할 수 있을까? 최소한 결정 당사자들은 그렇게 믿고 있다. 포항에서 평범한 스쿼드로 전인미답 시즌더블을 성취했다는 이력이 아직 유효하기 때문이다. 지금 K리그에 있는 감독 22인 중에서 가장 눈부신 실적을 보유한 사람이 바로 황선홍 감독이다. 그런 사람의 선택이라면 분명한 근거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서울로서는 지금 음식이 잘 데워지고 있으니까 걱정 말라고, 한 발짝 뒤로 물러나 안심하고 기다리시라고, 딱 그렇게 부탁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전자레인지의 조급증 유발 기능을 그냥 무시하기도 어렵다. 윙 소리가 나기 시작하면 일단 시간 자체가 느려지는 기분이다. 안에서 음식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혹은 과해서 타버리는 건 아닌지 걱정도 든다. 오프시즌 불안한 행보를 보인 팀을 응원하는 팬의 마음이 꼭 그럴 것 같다. 안에 넣은 음식부터 시간과 온도 옵션까지 내 상식대로 선택되지 않았는데 마음 편히 기다릴 수가 없다. 팬들은 응원하는 팀이 탔다고 쉽게 버릴 수 없는 노릇이다.

가운데서 구단과 팬 양쪽을 바라보고 있자니 전자레인지에서 빨리 땡 소리가 나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음식이 어떤 상태로 나올지 나도 참 궁금하다.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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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재민_편집장

축구는 재미있어야 합니다. 하든 보든 쓰든 읽든 뭐든 @jaemin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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