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interview] 권창훈과 디종에서 오렌지 티를

기사작성 : 2018-03-24 02:34

- 유럽 첫 풀타임 시즌을 보내는 디종 미드필더
- 언어, 음식, 날씨, 플레이 스타일 등 모든 것에 적응하는 중
- 올 6월 러시아월드컵도 꿈꾸고 있다

본문


[포포투=정재은]

꼴롱비에르 공원에 안개가 자욱이 껴있다. 조용히 내리던 비는 차츰 그쳐간다. 긴 머리를 질끈 묶은 여자가 공원을 향해 가볍게 달린다. 흐린 일요일 오후, 고요함이 낮게 깔린 이곳은 프랑스 디종이다.

권창훈이 휴일을 보내는 방법은 소박하다. 늦잠을 실컷 자고, 아침 겸 점심을 먹고 꼴롱비에르 공원 부근 조용한 단골 카페로 간다. 따듯한 차를 마시며 고요한 디종을 즐긴다. 오늘 권창훈이 고른 차에선 오렌지 향이 났다. <포포투>가 그의 휴일을 잠시 공유하기로 했다.

(편집자 주: 본 인터뷰는 2월초 프랑스 디종 현지에서 이루어졌으며 <포포투> 3월호 기사 중 주요 내용을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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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종에서 보낸 1년이 참 빨리 흐른 것 같다.
시간이 정말 ‘훅’ 갔다. 작년 1월 디종에 왔다. 오자마자 별로 뛰지도 않았는데 시즌이 끝났다. 곧바로 전지훈련을 시작하고 이렇게 또 6개월이 흘렀다. 무언가 한 것 같지도 않은데 말이다.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1년 동안 유럽 축구를 좀 배운 것 같다. 계속 더 찾아가고 배워가는 중이다.

뛰어보니 유럽 축구의 어떤 점이 그렇게 다르던가?
환경, 선수 개개인의 역량, 프랑스 특유의 스타일 등등이 다 다르다. 처음에는 그런 것 아예 모르는 상태에서 뛰다 보니까 어려움이 많이 있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부딪혔다. 훈련하고, 동료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조금씩 알아가고, 유럽 축구의 차이점이 보였다. 경기를 출전하며 프랑스는 어떤 축구를 구사하고, 선수에게 어떤 점을 요구하는지 알아갔다. 피지컬도 다르고, 조금 더 프로페셔널한 것 같다.

이번 시즌은 전지훈련부터 함께했는데.
감독님께서 팀이 보여야 할 플레이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해주셨다. 그때부턴 내가 팀에서 경기를 뛰기 위해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지에 관해 많이 생각했다. 우리는 다 같이 움직이는 축구를 한다. 그게 핵심이다. 그러다 보니 상대가 쉽게 공격을 하지 못한다. 우리 팀은 워낙 많이 뛴다. 다른 팀에 비해 훨씬 더 많이 뛴다. 모든 선수가 공격과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해야만 팀이 힘을 받는다. 그렇게 단단해진다.

그 안에서 권창훈은 잘 해나가고 있는 것 같나?
감독님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직 만족할 단계는 아니다. 팀에 더 많은 도움이 되어야 한다. 보여줄 게 많다. 무엇보다 선발로 출전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물론 선발로 출전한다고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건 아니다. 다만 매 경기 나의 역할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뛰어야 한다.

원초적 질문. 감독의 말을 알아듣는 것부터 어렵지 않나?
하하, 맞다. 지금도 완벽하게 알아듣는 건 아니지만 처음엔 정말 어려웠다. 눈치로 알아들었다. 지금 얘네가 어떤 걸 하려고 하는구나 하고 생각하고 따라갔다. 못 알아들어도 ‘아, 나 몰랐다’고 하면 웃으면서 다시 처음부터 시작했다. 감독님이나 코치님이 간단한 영어로 설명해주실 때도 있었다. 그렇게 버텨왔다. 언어가 제일 중요하다.(웃음) 이 나라 언어를 할 수 있고, 없고의 차이가 크다. 디테일에서 차이가 나니까.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유럽에서 버티는 게 보통이 아니라고들 한다. 유럽에서 적응하기가 왜 힘들다고 하는 걸까?
일단 한국과 멀다. 그게 제일 크다. 문화도 다르고, 음식도 다르고, 날씨도 다르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마인드 자체가 다르다. 여기선 한국식으로 사고하고 생활할 수 없다. 내가 변해야 한다. 그래야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하고 살아남을 수 있다. 오히려 축구보다 그 외적인 어려움이 많다. 그래서 유럽에서 오래 뛴 선수들이 대단하다. 형들이 ‘너도 유럽가면 느낄 거다’라고 말했는데 그 말이 이해가 간다. 내가 직접 뛰어보며 몸소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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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에서 뛸 때보다 체격이 좋아졌다.
처음에 왔을 때 피지컬 운동을 많이 했다. 아무래도 차이가 좀 있으니까. 지금은 많이 하진 않는다. 경기를 뛰면 많이 할 수 없다. 몸이 힘들다. 그래서 비시즌에 많이 하고 나머지는 유지하는 식이다. 팀 훈련 자체가 밀도가 높다. 많이 할 때는 두 시간씩 한다.

감독이 플레이 스타일에 관해 특별히 지시해준 게 있나?
오른발도 왼발처럼 쓰면 더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연습을 많이 한다기보단 오른발로 차야 할 때 찬다. 의식을 하고 있다. 실수하더라도 계속 시도한다. 그러면서 저절로 사용하게 된다. 사실 지금은 오른발보다 왼발을 더 잘 써야 하는데…(웃음) 왼발 경쟁자가 (대표팀에) 워낙 많으니 말이다. 오른발 신경 쓸 때가 아니다. (웃음)

현지 팬들에게 인기가 상당하던데, 프랑스 팬과 한국 팬의 차이가 궁금하다
팬 마음은 다 비슷한 것 같다. 잘하면 칭찬해 주고 못하면 당연히 질타도 한다. 다만 여기선 공격적으로 하다가 갑자기 백패스를 하면 야유를 보낸다. 공격적으로 역습해야 하는데 안 나가고 옆으로 패스를 줘도 야유한다. 한국도 그런 게 있긴 했는데 프랑스가 더 심하다. 이런 것도 다 열정이다.

프랑스는 빵으로 유명하다. 빵 이야기를 하려니 별명이 떠오른다
나는 별명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하… 이제는 그 별명이 좀 없어질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하필 프랑스라 그 ‘빵훈’이란 별명이 힘을 더 얻었다. 프랑스 빵은 맛있나?
(웃음) 빵은 진짜 맛있다. 바게트 자체가 다르다. 여기는 좋은 밀이 워낙 많다. 빵을 만드는 기술도 좀 다른 것 같다. 어느 동네를 가든지 빵이 다 맛있다. 물론 나는 밥도 좋아한다. 여기 중국 마트가 하나 있다. 거기서 쌀을 판다. 한국이랑 비슷한 음식을 다 만들어 먹을 수 있다. 닭고기, 소고기, 생선 등등 다 판다. 재료가 신선하고 괜찮다. 사실 빵은 살쪄서 많이 먹진 못한다. 여기 선수들은 샌드위치를 식사 대용으로 먹기도 하더라. 달달한 디저트 종류도 많다.

지인으로부터 여기서 굉장히 재미없게 지낸다는 얘기를 들었다
가서 물어보고 싶다. 여기서 재미있게 살 수 있겠냐고. (웃음) 재밌게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래도 오전에 운동하고 오후에는 낮잠 자고, 자유롭게 시내도 돌아다닌다. 알아보는 사람? 아주 가끔? 부모님과 장보러 자주 간다. 다녀오면 좀 피곤하다. 살 것만 사고 올 것 같아도 눈이 이리 돌아가고 저리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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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을 경험하게 될지도 모르는 입장이 됐다. 첫 월드컵이 될 텐데, 기분이 어떤가?
월드컵은 정말… 영광스러운 자리다. 겸손하고 식상한 대답일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월드컵에 나가기까지의 과정을 경험하며 정말 힘든 자리구나 생각했다. 내가 그 월드컵에 나간다면 너무 영광스러울 거 같다. 형들의 경험에 따라야 한다. 월드컵에선 내 생각만 갖고 할 수는 없다. 형들의 이야기를 듣고, 감독님의 전술에 맞게 훈련해야 한다. 그냥 ‘간다’는 단순한 생각만으로는 안 된다.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물론 아직 간다고 결정 난 건 아니지만. (웃음) 일단 디종에서 좋은 모습을 꾸준히 보여야 한다. 부상도 조심해야 하고.

월드컵에 나가기 위해 남은 몇 개월 동안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시간이 많지 않다. 당장 3월 A매치 소집되는 날짜까지 팀에서 계속 경기를 뛰고 몇 분을 뛰든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다 보면 좋은 기회가 오지 않을까? 가장 중요한 건 부상이다. 조심해야 한다. 지금은 구체적인 목표를 세울 때가 아닌 것 같다. 당장 다음 경기, 또 그 다음 경기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월드컵에서의 각오를 말해달라
개인 욕심을 내세울 수 없는 곳이다. 나 혼자 잘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전세계에서 축구 잘한다는 사람이 모두 월드컵에 모인다. 정신적으로 준비를 잘 해야 한다. 절대 쉽게 생각해선 안 된다. 준비 과정에서 집중력을 놓는 상황이 없어야 한다. 팀적으로 더 단단해지는 게 중요하다. 나는 그 안에 잘 융화되어야 한다.

월드컵에서 보여주고 싶은 한국은 단단한 모습이란 뜻인가?
그렇다. 쉽게 골을 먹지 않고, 어떻게든 버티는 팀. 월드컵에서 한국은 그런 축구를 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점유율을 높여 공격을 막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물론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확률적으로 높지 않다. 수비적으로 단단히 해서 역습을 치고 나가는 게 중요하다. 지금 소속팀의 컬러, 내 역할과 비슷해서 다행이다.

1년 전 <포포투>와 만났을 때와 지금,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1년 후에 우리가 만난다면 어떤 주제로 인터뷰를 하고 싶은가?
월드컵 후기! 여기엔 내가 월드컵에 가고 싶다는 의지도 담겨있다. 다녀와서 월드컵이 어땠는지에 관해 얘기하고 싶다. 물론 그 질문에 하고 싶은 대답은 노코멘트.

사진=정재은, 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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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은

축구를 좋아합니다. 축구를 통해 만나는 사람들은 더 좋습니다. @jaeun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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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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