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sian.road] 수비수만 수비하면 되는 게 아니므로

기사작성 : 2018-03-28 07:52

- 폴란드 3-2 대한민국 @호주프
- 최후 수비진이 모든 공격을 다 막을 순 없다

본문


[포포투=홍재민]

“재즈에선 틀린 음이라는 건 없다. 음들이 틀린 곳에 있을 뿐이지. 연주하는 그 음이 틀린 게 아니라 다음에 오는 음이 그게 옳았냐 그르냐를 결정한다.”

마일스 데이비스의 명언이다. 음 자체가 아니라 조화가 결국 중요하다는 말이다. 축구도 비슷하다. 11명이 정해진 동선 없이 동시에 뛰는 종목이다. 자기 자리와 임무가 있다고 해도 유기적 움직임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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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새벽(한국 기준) 열린 폴란드전에서 대한민국은 그런 경기를 하지 못했다. 센터백 3인에 좌우 윙백을 보태 5인 최종 수비진을 구성했다. 강팀을 상대하기 위한 5-4-1 전술이었다. 전반 31분 선제 실점을 허용하는 바람에 노림수가 틀어졌다. '회심 카드'라고 해야 할 5인 수비 카드가 경기 초반 30분밖에 먹히지 않았다는 점은 매우 실망스럽다. 포메이션 전환을 오가면서 제 자리를 찾지 못하는 선수들이 따로 노는 느낌마저 들었다. 4-4-2 전환으로 동점까지 이뤘지만, 유럽 원정 4연패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신태용 감독이 백3 카드를 실험하는 이유는 누구나 안다. 러시아월드컵에서 만날 상대가 모두 우리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수비 강화법은 숫자를 늘리는 것이다. 오직 결과만 있는 월드컵에서 약팀 감독으로서는 필요성을 느낄 수밖에 없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코스타리카가 대표적이었다. 코스타리카는 강력한 5인 수비로 5경기 2실점으로 8강에 올랐다. 약자의 월드컵 맞춤형 전술을 정의한 셈이다.

폴란드전에서 내리 두 골을 내준 원인은 명확했다. 최종 수비를 보호해주지 않았던 탓이다. 앞선 위치에서 상대 공격을 한 번, 두 번 걸러줄 동료가 없으면 최종 수비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맨 뒤에 수비수가 다섯 명이나 있어도 앞에 있는 동료들은 상대를 압박해야 한다. 최후 수비의 좌우 정렬보다 앞뒤 계층이 유기적으로 쌓일 때 수비 조직력이 완성된다. 팀의 수비 책임을 홍정호, 장현수, 김민재에게만 떠넘기는 일은 너무 혹독하다.

선제 실점을 허용하기 전까지 권창훈, 기성용, 정우영, 이재성은 최후 수비를 보호해주지 못했다. 폴란드는 쉽게 크로스를 올렸고, 간단하게 슈팅을 시도할 수 있었다. 앞선 위치에서 좀 더 강하게 압박했더라면 페널티박스를 지키는 동료들을 도와줄 수 있었을 것이다. 가속도가 붙은 상대 공격을 골대 바로 앞에서 온전히 막기가 쉬울 리 없다. 그런 상황에서는 세상 어느 수비진이라도 힘겹다. 경기 막판 폴란드가 내리 2골을 내준 원인도 그랬다.

신태용호는 클로드 마켈레레나 은골로 캉테가 필요하다. 지금 당장 월드클래스 수비형 미드필더를 구하기는 불가능하다. 최선은 그런 움직임을 따라 하거나 최후 수비진과 좀 더 가까이 서는 방법이다. 흩어진 음들을 모아 조합하면 멜로디가 만들어진다. 우리는 최소한 국가대표 자원을 보유한 팀이다. 센터백 앞에서 먼저 막아줄 미드필더, 그 앞에서 압박할 스트라이커가 위아래로 유기적으로 연결할 방법을 찾았으면 한다.

신태용호의 수비수들만 따로 떼어서 ‘틀렸다’라고 하기에 축구는 너무 복잡하다. 1차, 2차 수비가 맨 뒤에 서는 최종 수비 동료들을 ‘옳게’ 만들어줄 수 있다. 어렵게 가게 된 러시아에서 우리도 한 번쯤은 재즈를 멋지게 연주하고 와야 할 것 아닌가.

사진=FAphotos
writer

by 홍재민_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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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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