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전주] A매치의 그림자가 전북 위로 드리우다

기사작성 : 2018-04-01 00:50

-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4라운드
- 전북현대 1-0 상주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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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홍재민(전주)]

수서역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피아노 소리가 들렸다. 축구 유니폼 차림 학생이 연주하고 있었다. 대부분 경쾌한 선곡이었다. 맨발에 걸린 슬리퍼가 열심히 페달을 밟았다. 발 옆에 묵직한 스포츠백이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놓여 있었다. 축구 소년의 근사한 배웅을 받으며 전주행 기차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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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전, 전주월드컵경기장 홈팀 라커룸 앞에 작은 방. 최강희 감독의 한숨 소리가 가득했다. 3월 A매치가 남긴 상처가 아프기 때문이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유럽 원정 2연전에 전북은 7명을 보냈다. 김신욱, 최철순, 홍정호, 김진수는 상주상무전 출전 명단에서 빠졌다. 김진수는 내측인대 부상으로 6주 진단을 받았다. 관계자는 “무릎보다 마음이 더 아파 보이더라”고 귀띔했다.

이재성은 벤치에 앉았다. 시차 적응과 컨디션을 생각하면 당연한 상황이었다. 이용과 김민재는 선발 11인에 들었다. 이용은 나흘 뒤 일본에서 열리는 AFC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경기에 경고누적으로 출전할 수가 없다. 힘들더라도 상주전을 뛰어야 하는 고육지책이었다. 김민재의 선발 출전은 ‘빅뉴스’였다. 최강희 감독은 “통증이 없어졌다”라고 선발 기용 이유를 밝혔다. 유도 선수인 아버지와 육상 선수인 어머니께서 아들 김민재에게 주신 선물은 정말 경이로운 것 같다.

최강희 감독은 “김판곤 위원장에게 한 포지션에서 두 명을 모두 데려가는 것은 좀 너무하다는 말만 했다”라면서도 “국가대표팀 차출 문제는 세상 어디서나 마찬가지”라며 에둘렀다. 신태용호는 라이트백 포지션에 전북 2명(이용, 최철순)을 뽑아 유럽에 데려갔다. 4월에만 8경기를 치러야 하는 전북으로서는 입이 나올 만한 봉사다. 하지만 최 감독의 말대로 국가대표팀 선발과 클럽의 선수단 운영은 상충할 수밖에 없다. 문득 최 감독을 만나러 가는 길에 지나쳤던 김판곤 위원장이 생각났다.

홈팀의 테마곡과 불꽃의 파열음 속에서 전북과 상주의 K리그1 4라운드 경기가 시작되었다. 전반 9분 아드리아노가 선제골을 넣을 때만 해도 ‘닥공’ 본능을 기대하게 했다. 순진한 낙관이었다. 전북은 이내 컨디션 저하라는 높은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선수들의 몸이 무거워 보였다. 경기를 주도하면서도 전반전이 끝날 때까지 유효슈팅을 기록하지 못했다. 원정팀 상주는 전반 30분 김민우를 투입해 공격적으로 전환을 꾀했으나 효과는 없었다.

후반 45분은 진공에 가까웠다. 상주의 반격은 뭉뚝했다. 볼을 점유할 뿐 슛을 때리지 못했다. 김태완 감독은 “페널티박스 밖에서 너무 에너지를 쓰는 바람에 정작 박스 안에 숫자가 부족했다”라고 자평했다. 홈팀의 45분도 나른했다. 후반 초반 한교원이 쇄골을 다쳐 실려 나왔다. 최강희 감독은 이동국, 로페즈, 이재성를 연거푸 넣으면서 교체 카드를 공격수로만 소진했다.

경기 종료 1분 전, 로페즈의 패스가 이재성의 앞으로 완벽한 밥상을 차렸다. 꾸벅꾸벅 졸던 모든 이가 눈을 번쩍 떴다. 높이 뜬 슛이 관중석으로 날아갔다. 득점 기회 무산을 아쉬워해야 할지, 졸음을 날려준 기회 창출에 만족해야 할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후반 추가시간 송범근의 선방이 전북의 1-0 승리를 지켜냈다. 지난 시즌 말부터 이어진 2골 이상 경기 기록이 12경기 만에 멈췄다.

전북은 내용을 버리고 결과를 취한 형국이었다. 선수단의 몸 상태가 망가진 상황에서 승점 3점을 모두 얻었다. 아쉬움은 사치다. 3월 1일 울산전 이후 30일 만에 기록한 무실점 경기에서 의미를 찾을 수도 있다. 최근 전북과 대한민국의 수비는 ‘불안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최강희 감독도 “무실점 승리는 분명히 팀에 힘이 된다”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지금 수비진이 계속 바뀌는 이유는 조합 찾기가 아니라 로테이션이다. 팀 완성 시점을 9월에 맞추고 있다”라고 2018시즌 계획을 재차 강조했다.

2주 만에 찾은 K리그1 현장은 아직 잠에서 깨지 못한 것 같았다. 아침 침대에서 나오는 걸음걸이처럼 비틀거렸다. 경기 후, 홈 서포터즈와 전북 선수들이 함께 펼친 ‘오오렐레’ 세리머니도 약간 부자연스러웠다. A매치의 그림자가 전주월드컵경기장을 덮고 있었다. 유난히 짧아진 사병 머리의 상주 선수들도 고요하게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꽃놀이 시즌의 여파로 1만 명을 채우지 못한 관중 동원도 ‘일상으로의 복귀’를 방해했는지 모른다. 생각해보니 수서역에서 들었던 축구 소년의 피아노 연주 중에는 느린 곡도 있었던 것 같다.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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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재민_편집장

축구는 재미있어야 합니다. 하든 보든 쓰든 읽든 뭐든 @jaemin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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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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