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뮌헨] 그곳에는 데어클라시커가 없었다

기사작성 : 2018-04-01 09:45

- 분데스리가 28라운드 바이에른 6-0 도르트문트
- 계속 라이벌로 봐도 될까?
- 데어클라시커 실제로 독일에서도 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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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정재은(뮌헨/독일)]

2013년 5월, 웸블리 스타디움에 독일의 두 팀이 등장했다.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치르기 위해서였다. 바이에른 뮌헨과 도르트문트다. 각각 4강에서 바르셀로나와 레알마드리드를 꺾고 올라가 더욱 주목을 받았다. '엘 클라시코'를 기대했던 이들은 뜻밖의(?) 맞대결에 새로운 이름을 붙였다. 독일의 엘클라시코, '데어클라시커(der Klassiker)'다. 데어클라시커 '타이틀'의 역사는 그렇게 시작됐다.

이후로 두 팀은 분데스리가에서 가장 '핫한' 라이벌 관계로 떠올랐다. 타이틀에 걸맞게 맞대결은 늘 치열했다. 약 5년이 흐른 지금은 어떨까? 31일(현지시간) 오후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만난 바이에른과 도르트문트는 더는 동등한 관계로 보이지 않았다. 2017-18 분데스리가 28라운드, 바이에른이 6-0으로 '라이벌'을 꺾었다.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는 해트트릭을 터뜨렸다. 이곳에 데어클라시커는 없었다. 강한 바이에른과 약한 도르트문트만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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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VB; 라이벌에게 참교육을 당하다

"우리는 졌다. 크게 졌다. 그게 다다." 경기 후 마르셀 슈멜처가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마치 쫓고 쫓기는 고양이와 쥐 같았다"고 비유했다. 율리안 바이글은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선수들조차 결과를 받아들이기 힘든 모습이었다. 도르트문트가 6골 이상 차이로 바이에른에 패한 건 1971년 11월 27일 (1-11패)이후 처음이다. 최근 성적 부진, 감독 교체 등 시끄러운 시즌을 보내는 중이지만 그래도 바이에른에는 늘 까다로운 상대로 손꼽혔다. 3골을 허용하든, 5실점을 하든 한 골은 반드시 만회하는 뒷심을 갖고 있었다.

이날은 완벽하게 무너졌다. 공격부터 수비까지 바이에른에 모두 밀렸다. 기대를 모았던 미치 바추아이의 발끝도 이날은 잠잠했다. 바추아이는 첼시에서 임대 이적 후 8경기 6골을 넣은 도르트문트의 새로운 복덩이다. 그의 첫 바이에른전은 악몽으로 끝났다. 경기 내내 다비드 알라바, 제롬 보아텡, 마츠 훔멜스의 수비에 좀처럼 공을 건드리지 못했다. 억울하다는 듯 두 어깨를 들썩이며 벤치에 호소했다. 그의 호소에 동정을 보낼 이는 없었다. '바이에른 첫경험' 마누엘 아칸지도 마찬가지다. 4분 만에 레반도프스키를 놓쳐 골을 내주고, 9분 후에는 레반도프스키를 쫓다가 하메스 로드리게스에게 당했다. 무릎을 꿇고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레반도프스키와 토마스 뮐러가 공을 주고받을 때는 갈팡질팡하며 위치 선정에 어려움을 겪었다. 센터백이 흔들리니 팀이 안정적일 리 없었다.

안드레 쉬얼레는 보아텡에게 꽁꽁 묶였고, 로만 뷔어키는 사방에서 돌진하는 바이에른 공격진에 '결정 장애'를 겪었다. 하메스의 움직임에 속아 뮐러의 골을 허용하고, 키미히에 속아 팀의 6번째 실점을 기록했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 등장한 뷔어키는 취재진의 눈을 피한 채 빠르게 빠져나갔다. 유일하게 인터뷰에 응한 바이글은 "바이에른은 모든 면에서 우리보다 빨랐다. 우리는 너무 쉽게 압도당했다. 오늘 경기를 통해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 FCB; 라이벌을 상대로 다음 경기를 준비하다

유프 하인케스 감독은 걱정했다. 도르트문트전을 앞두고 열린 3월 A매치, 바이에른에서 무려 13명 선수가 국가대표로 차출됐다.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기우였다. 한국전 전반전을 소화한 레반도프스키는 이날 해트트릭을 터뜨렸다. 프랑스 파리에 다녀온 하메스 역시 1골 2도움을 기록했다. 전반 13분 만에 두 골을 넣은 바이에른은 공격에 박차를 가했다. 하인케스 감독의 주문에 따라 하메스가 라인을 내렸다. 훔멜스, 보아텡과 합을 맞추며 공을 빠르게 전방으로 운반하는 데 집중했다. 그렇게 바이에른은 '전원 공격' 전략을 펼쳤다.

하인케스의 전략이 제대로 통했다. 공을 잡은 하메스가 달렸고, 최전방 레반도프스키에게 연결했다. 레반도프스키가 공을 잡자 우측에 있던 뮐러가 전방으로 달렸다. 하메스-레반도프스키-뮐러가 동시에 달리자 뷔어키는 방향을 잡지 못했다. 그의 선택은 하메스였다. 그러나 하메스는 슈팅이 아닌 패스를 선택했고, 뮐러가 공을 받아 빈 골대를 향해 가볍게 밀어 넣었다. 이 골로 3-0이 됐고, 전반전 종료 스코어는 5-0이었다.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바이에른은 다음 경기를 의식한 듯 움직였다. 그들은 나흘 후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세비야를 상대한다. 주전 3인이 모두 교체됐다. 요수아 키미히가 투입되고, 알라바가 나왔다. 20분 후 하메스를 대신해 티아고가 들어갔다. 4분이 흐르자 이번엔 프랑크 리베리가 나오고 세바스티안 루디가 투입됐다. 전반전처럼 상대를 압도하는 분위기도 없었다. 공을 점유하며 도르트문트가 기회를 잡지 못하도록 움직였다. 라이벌을 상대로 다음 경기 준비에 들어간 것이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 등장한 뮐러, 훔멜스, 로번, 울라이히 모두 세비야전의 중요성을 말했다. 도르트문트로선 자존심이 상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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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어클라시커? 독일에선 '글쎄'…

도르트문트가 바이에른 관중석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 자존심이 제대로 구겨졌을 것이다. 바이에른의 팬 레니 반지(57)는 '데어클라시커' 명칭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데어클라시커? 들어보긴 했다. 근데 다 4, 5년 전 이야기다. 라이벌이라고 하기에 도르트문트는 너무 약하고, 바이에른은 너무 강하다. 우리는 '데어클라시커' 타이틀을 별로 안 좋아한다"고 말했다.

'들어보긴 했다'는 말에 궁금증이 생긴다. '데어클라시커'라는 타이틀을 실제로 독일에서 흔히 사용하고 있을까? 바이에른을 15년째 취재 중인 의 타우피히 카릴 리포터는 "'데어클라시커'는 잉글랜드에서 붙인 이름이다"라고 말했다. "두 팀은 더는 비슷한 레벨에 있지 않다. 도르트문트가 너무 떨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독일에서 가장 큰 매치업이긴 하다. 역사적으로도 두 팀의 라이벌 관계가 깊다. 10년 전부터 리그, 포칼, 슈퍼컵을 통해 두 팀은 자주 만났다. 유서가 깊다. 그래서 우리는 이 경기를 '도이체 클라시코(der Deutsche Classico)'라 부른다. 데어클라시커라고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쥐트도이체차이퉁>의 베네딕트 밤브룬 기자는 새로운 의견을 보탰다. "데어클라시커라고 하긴 한다. 하지만 두 팀이 어깨를 나란히 한 건 벌써 몇 년 전 일이다. 독일의 '엘 클라시코'라고 하지만, 진짜 전통적인 라이벌 경기라고 보기 힘들다. 이곳에선 데어클라시커 네이밍을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경기 '팔이'를 위한 상업적 수단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얼마든지 '데어클라시커'라고 부를 수는 있지만 스페인의 엘클라시코와 같은 급이라고 봐선 안 된다."

여전히 뜨거운 매치업이긴 하나, 어울리는 타이틀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독일 최대 일간지 <빌트>, 스포츠 매거진 <키커>에서도 이날 경기를 두고 데어클라시커라 부르지 않았다. 이제는 라이벌 관계에도 의문점이 생긴다. 로번의 마지막 답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오늘 경기는 중요했다. 4월을 맞이하는 첫 경기이다. 4월은 챔피언스리그도 있고, 우리가 리그 우승을 확정할 수 있는 시기다. 뭐든지 시작이 중요하다. 이 경기에서 이기고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게 중요했다. 그래서 이 경기에 완벽히 집중했다." 그의 입에서 도르트문트나 라이벌이란 단어는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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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정재은, 바이에른 뮌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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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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