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l.told] 울산이 ‘아시아 깡패’로 돌아온 날

기사작성 : 2018-04-05 07:07

- 울산현대, ACL 16강 진출 성공
- 조별리그 5차전 울산 6-2 멜버른
- 아시아 깡패가 돌아왔다

본문


Responsive image
[포포투=배진경(울산)]

눈을 뗄 수 없는 90분이었다. 속도감이 떨어지지 않는 경기 운영과 화끈한 골잔치가 이어졌다. 울산의 밀도 높은 압박에 멜버른은 무기력했다. 최종 스코어 6-2 울산 승. 주니오와 오르샤가 2골씩 터트렸고, 임종은과 김승준이 각각 한 골을 보탰다. 아시아 무대에만 서면 인정사정 없는 예의 폭발력을 회복했다. AFC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도 확정했다. 울산이 ‘아시아 깡패’로 돌아왔다.

지난 한달 동안 울산은 승리에 굶주렸다. 3월에 치른 AFC챔피언스리그와 K리그 6경기에서 1무5패를 기록했다. 4일 멜버른전 대승으로 분위기가 달라졌다. 단번에 부진을 씻을 만큼 인상적인 경기력이었다. 김도훈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2실점이 아쉽다”는 말을 가장 먼저 꺼냈다. 평소에는 습관적으로 선수들에게 감사와 격려를 먼저 전한다. 그보다 아쉬움이 앞섰다는 건, 그만큼 ‘완벽’에 욕심이 나는 경기였다는 의미다. 실제로 실점 장면을 제외하곤 완벽에 가까운 90분이었다.

Responsive image
# 전술 변화보다 중요했던 공격 의지
경기 전부터 전술적인 변화에 관심이 쏠렸다. 김도훈 감독이 즐겨 쓰던 4-1-4-1 포메이션 대신 4-4-2 로 멜버른을 맞았다. 징계로 결장하는 미드필더 정재용 대신 리차드가 허리로 올라섰다. 최전방에도 변화가 있었다. 주니오와 황일수가 투톱으로 나섰다. 전방에서 공격수 홀로 고립되는 장면이 잦았던 원톱 전술보다 자유로운 스위칭과 공간 활용이 돋보이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갑작스러운 변화는 아니었다. 지난 주말 K리그 포항전에서도 후반전에 꺼내든 카드였다. 결과적으로 패하긴 했지만, 포항에 끌려다니다 한 골을 만회하며 따라붙는 성과가 있었다. 사실 동계훈련 때부터 준비한 전술이었다. 확신을 갖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김도훈 감독은 최근 포포투와 인터뷰에서 “공격수들을 영입하면서 변화가 많아졌다. 여기에 전술까지 바꾸면 선수들이 혼란을 겪을 수 있다. 일단 4-1-4-1로 안정감을 유지하면서 신입 선수들의 적응이 끝나면 공격적으로 바꿀 생각”이라고 밝혔다.

멜버른전에서 변화를 준 배경도 단순하다. “공격적으로 나가기 위해서”였다. 사실상 벼랑 끝 승부였기 때문이다. 이기면 16강행을 확정하지만 자칫 패하면 조별리그 통과를 장담할 수 없었다. 골과 승리가 필요했다. 공격 의지가 대승을 만들었다. 이날 승리로 보다 유연한 변화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김도훈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갖고 있는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는 전술”이라며 기대감을 보였다.

Responsive image
# 대승 물꼬 튼 선제골
전술 변화가 공격 의지를 드러냈다면, 이른 시간 선제골은 대승의 물꼬를 텄다. 울산은 전반 11분 만에 득점에 성공했다. 주니오의 전방 압박이 상대 골키퍼의 실책을 유도했다. 골키퍼가 차내려던 볼은 주니오의 왼발에 맞고 떨어진 뒤 골라인을 통과했다. 시작에 불과했다. 8분 뒤 두 번째 골이 터졌다. 주인공은 수비수 임종은이었다. 황일수가 오른쪽 측면으로 빠지면서 중앙으로 올린 크로스에 골지역에서 대기하고 있던 임종은이 반응했다. 깔끔하고 정교한 슈팅이 골망을 흔들었다. 전반 37분에는 오르샤까지 득점에 동참했다. 리차드의 인터셉트부터 오르샤와 주니오의 2대1패스, 리바운드볼을 잡은 오르샤의 마무리까지 완벽한 호흡이었다.

후반에도 득점 릴레이였다. 김승준(후반 9분), 주니오(후반 27분), 오르샤(후반 30분)가 ‘골 폭풍’을 이어갔다. 현장에서 만난 박찬하 JTBC해설위원은 “울산에는 득점력 있는 선수들이 많다. 확실히 공간이 생기니까 좋은 경기력이 나온다”고 평가했다. 결과적으로 선제골에 주도권이 걸린 셈이었다. 멜버른의 케빈 머스캣 감독은 “(울산의)전술 변화보다 이른 시간으로 경기가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Responsive image
# 수비 만능키 리차드
득점 상황마다 두드러지는 특징은 압박이었다. 상대보다 한 발 더 뛰고 더 빨리 전환했다. 멜버른의 느린 발은 울산의 템포를 쫓아가지 못했다. 그 중심에 리차드의 변신이 있었다. 미드필더로 출전한 리차드는 박주호와 함께 중원에 안정감을 가져왔다. 상대의 볼을 뺏어 패스나 역습으로 이어가는 장면에선 어김없이 리차드가 관여했다.

기록으로 드러난다. 이날 리차드는 8차례 태클을 시도해 5번 성공했다. 모두 역습의 시발점이 되는 위치였다. 패스에서는 55차례 시도해 81.8%의 정확성을 보였다. 박주호는 “수비력이 있고 많이 뛰는 선수”라며 “수비라인에 있을 때도 빌드업을 좋아하던 선수라 오늘 긍정적인 장면이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김도훈 감독도 “굉장한 활동량으로 박주호와 함께 좋은 호흡을 보였다”고 리차드를 칭찬했다. 정재용, 박용우, 이영재 등 중원 조합에 따라 박주호의 활용도가 달라진다. 여기에 리차드까지 가세했다. 김 감독은 “미드필드에서 더 경쟁력이 생길 것 같다”며 새로운 카드를 반겼다.

Responsive image
# 골 갈증 해결, K리그까지?
박주호는 K리그 4연패와 멜버른전 대승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리그에서는 승리가 없어서 부담감이 쌓였다. 찬스는 있는데 골이 안들어가는 상황이 계속됐다. 공격수는 공격수대로, 수비수는 수비수대로 팀 전체에 스트레스가 있었다. 오늘 골도 터졌고, 2실점을 했지만 수비도 견고한 편이었다. 앞으로 경기를 더 잘 준비할 수 있게 됐다.”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던 만큼 ‘한번 터지면 쭉 좋은 흐름으로 이어질 것’이라던 팀 내부의 기대와 같은 말이다.

멜버른전의 또다른 소득이라면 근성이 살아났다는 점이다. 6-2로 크게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도 울산은 경계를 풀지 않았다. 악착같이 볼을 뺏고, 추가골을 노렸다. 종료 휘슬이 울리기 직전까지 슈팅을 시도했던 김인성의 모습은 이날 선수들의 마음가짐과 집중력을 대변한다. 이제 K리그에서도 승리를 챙겨야 한다. 주니오는 “ACL에서의 승리는 잊고 다시 K리그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김도훈 감독도 “K리그는 또 다른 자세로 준비해야 한다”며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멜버른전 유일한 흠은 텅 빈 관중석이었다. 4만여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문수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1000명이 채 안됐다. 아시아 최고 수준의 경기력을 감상할 수 있는 무대라기에는 을씨년스러운 풍경이었다. 골이 펑펑 터질 때마다 ‘목격자’가 거의 없다는 자각이 환상을 잠재웠다. 집 나간 팬심을 돌려놓는 것도 울산의 숙제다.


사진=FAphotos
writer

by 배진경

녹색 온도, 녹색 아닌 풍경 @joy2bae
Responsive image

2018년 09월호


[FEATURE] 2018-19 프리미어리그 시즌프리뷰 - 20개 팀
[FEATURE] 2018-19 프리미어리그 신입생 철저 분석
[INTERVIEWS] 제임스 밀너, 제시 린가드, 피르미누, 크리스티안 에릭센
[READ] 드디어 잉글랜드에...마르셀로 비엘사
[SCIENCE] 수면의 과학...잘 자야 잘 뛴다

[브로마이드(40X57cm)] 손흥민, 조현우, 김민재, 이승우
주식회사 볕
03175 서울시 종로구 새문안로3길 7 한글회관 302호
구독문의 : 02-302-1442    카톡 : fourfourtwokr
대표이사 홍재민,임진성 사업자등록번호 : 758-88-00295 통신판매신고번호 : 제2017-서울종로-0716호
Copyright © BYUTT.COM All rights reserved.
포포투코리아 웹사이트 제작 디자인 lo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