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수원] K리그 인기, 수원에서 고이 잠들다

기사작성 : 2018-04-09 04:00

-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5R: 수원 0-0 서울
- 시즌 첫 슈퍼매치는 최악 경기력만 남긴 채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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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홍재민]

확인사살. 글의 첫 단어가 살벌해서 죄송하다. 그런데 2018시즌 첫 슈퍼매치가 딱 그랬다. K리그의 인기, 흥행, 매력, 경쟁력 모두 죽었다. 4월 8일 1만3천 명이 수원에 모여서 그 사실을 확인했고, 명복을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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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난주 금요일 늦게까지 글을 썼다가 버렸다. 토요일 아침에 내려고 한 슈퍼매치 기사였다. 이번 경기의 흥행이 K리그의 상태를 알려줄 바로미터라는 것이 주제였다. 실컷 쓰고 보니까 K리그 인기 하락의 근본적 원인만 쭉 열거하고 있었다. 읽을수록 마음이 불편해졌다. 마치 몹쓸 병에 걸린 나 자신의 진단서를 누군가가 필요 이상으로 조목조목 풀어쓴 글 같았다.

8일 오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수원월드컵경기장으로 갔다. 킥오프 한 시간 반 전의 현장 분위기가 썰렁했다. 홈팀 서포터즈석을 제외하고는 관중석이 많이 비어 있었다. 양 구단 관계자의 표정, 양 감독의 사전 인터뷰, 통로에서 지나치는 사람들까지 왠지 우울해 보였다. 기분 탓이라고 믿었다. 수원월드컵경기장의 기자석 같다고 생각했다. 늘 먼지가 쌓여있고, 늘 물티슈가 준비되어 있으며, 쓱쓱 닦으면 늘 깨끗해진다. 2018시즌 첫 슈퍼매치를 앞둔 분위기도 일단 킥오프 휘슬만 울리면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데얀이라는 대형 호재가 있었다. 수원삼성블루윙즈는 홈 첫 승이 간절했다. 개막 4라운드까지 승리가 없는 FC서울도 급했다. 양쪽 모두 이겨야 할 이유가 명백했다. 슈퍼매치 승리는 분위기를 단번에 바꿀 절호의 카드다. 그런 상황에서 경기가 시작되었다.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양 팀 모두 자기 진영에서 볼을 돌렸다. 서로 달려들지 않았다. 경기 후 황선홍 감독은 “탐색전이 너무 길어진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아니다. 양 팀 모두 전반전을 그냥 버린 것이다. 한번 넘어진 선수들은 유난히 늦게 일어났다. 프리킥 하나 처리하는 데에도 1분씩 날아갔다. 슈퍼매치가 침대와 수비로 채워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후반전도 실망을 희망으로 바꾸지 못했다. 후반 23분 서울의 세트피스 상황에서 골이 들어갔다. 골인을 확인한 서울의 정현철이 두 손을 번쩍 들어 환호했다. 수원 선수들이 핸드볼이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미심쩍은 상황을 인지한 김동진 주심이 VAR 판독으로 반칙을 선언했다. 핸드볼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정현철이 골을 주장했다는 사실에 기와 코가 다 막혔다. 재미와 감동이 사라져 우울한 마당에 슈퍼매치는 스포츠맨십까지 바닥에 내팽개쳤다. 3분 뒤, 수원의 최성근이 정현철의 발목을 밟아 퇴장당했다. 점점 엉망진창이다.

경기 막판, 장내 아나운서가 유료관중 수를 발표했다. 역대 최저인 13,122명이었다. K리그의 암울한 현실이 표시하는 숫자였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야유가 나왔다. 원정팀 서포터즈는 “황새 아웃”을 외쳤다. 홈팀 서포터즈 쪽에서는 ‘빈 박수’만 나왔다. 경기 후, 양 감독은 상대의 수비적 운영을 원망했고, 예전에 비해 양 팀이 퇴색해간다는 의견도 나왔다. 애써 슈퍼매치를 좋게 포장해왔던 기자 동료들의 자판 소리가 요란했다. 기사 제목에는 ‘역대 최저’, ‘졸전’, ‘헛심’, ’사라졌다’ 등의 단어들이 빼곡했다. 댓글에는 조롱이 넘쳤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써봤자 ‘또’ 불편한 글이 될 것 같아서 일찍 자리를 떴다.

주차장으로 걸어가면서 자조했다. 관중이 줄어도 K리그의 감독과 코칭스태프, 선수들의 살림살이는 유지된다. 원래부터 시장이 아니라 주인(모기업과 지방자치단체)의 돈으로 짜인 프레임이라서 그게 가능하다. 팬들은 ‘팬 없는 K리그는 없다’라고 믿는다. 큰 착각이다. K리그는 이미 팬 없이 돌아가고 있다. 손님 없이 리그가 두 개로 늘었고, 구단과 선수 숫자도 크게 늘었다. 축구인에게 흥행은 생계 변수가 아니다. 앞으로 관중이 더 떨어진들 K리그는 계속 볼을 찬다. 돈이 모자라면 ‘투자해야 한다’고 외칠 것이다. 없어도 아무 상관 없는 우리만 없어질 뿐이다.

2018시즌 첫 슈퍼매치가 똑똑히 말했다. 주위에서 아무리 기대해봤자 그라운드 안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고. 보는 이는 뒷전이다. 수비만 하고 시간만 끌고 항의만 하고 몸싸움만 벌인다. 그들에게 선제골은 넣는 것이 아니라 먹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90분은 뛰는 것이 아니라 버티는 것이고, 승부는 이기는 것이 아니라 지지 않는 것이다. 역대 최저 관중과 선수들의 출전수당 사이에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평균관중과 선수 연봉도 별개 문제다. 미국 빌보드 차트와 당신 월급의 관계, 딱 그 정도 상관이다.

슈퍼매치와 K리그는 앞으로도 이렇게 계속 간다. 빈자리가 늘어도 그들은 상관하지 않는다. 순진하게 따라다니는 사람의 마음과 두 다리만 피곤할 뿐이다. 현실에 눈을 뜬 팬들은 이미 떠났다. 이제 당신이 결정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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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슈퍼매치가 있었던 8일 저녁 10시경 대형 포털사이트의 ‘많이 본 스포츠 뉴스’ 10건에 국내 축구 기사가 없다. 대중은 이미 K리그 소식에 무관심하다.

사진=FAphotos, <네이버> 모바일 뉴스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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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재민_편집장

축구는 재미있어야 합니다. 하든 보든 쓰든 읽든 뭐든 @jaemin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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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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