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뮌헨] 창끼리 맞붙자 ‘레알 방패’가 이기더라

기사작성 : 2018-04-26 12:04

- UCL 4강 1차전 바이에른 vs 레알
- 레알이 2-1로 역전승했다
- 바이에른이 지배하고, 레알이 이긴 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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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정재은(뮌헨/독일)]

프뢰트마닝 역으로 향하는 지하철 안.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가득했다. 벌써 얼큰하게 취한 그들은 박수를 치고 노래를 부르며 경기장 가는 길을 만끽했다. 프랑크 리베리, 하메스 로드리게스 등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의 이름을 우스꽝스럽게 부르고 조롱했다. 옆 칸에 홀로 앉아있던 바이에른 팬이 맥주를 마시며 그들을 짜증이 섞인 눈빛으로 바라봤다. 경기 시작 세 시간 전부터 보이지 않는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26일 새벽 3시 45분(한국 시간)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바이에른과 레알이 UEFA 챔피언스리그(UCL) 4강 1차전을 치렀다. 전반 32분 요슈아 킴미히의 골로 홈 관중이 후끈 달아올랐다. 그러다 마르셀루와 마르코 아센시오의 연이은 골에 축 가라앉았다. 홈 팬들은 3층 원정석에서 환호하는 원정 팬들을 다시 한번 짜증 섞인 눈빛으로 지켜봤다.

짜증이 날 만도 하다. 슈팅 개수(13:7)부터 점유율(59:41)까지 바이에른이 레알에 모두 앞섰다. 그런데도 레알이 2-1로 승리했다. 지네딘 지단 감독도 "우리가 이겼다. 우리가 (승리를)누려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우리가 이겼다"며 머쓱해 했다. 과연 그들은 어떻게 승리한 걸까? 알리안츠 아레나 현장에서 <포포투>가 이유를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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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주전 2인이 모두 부상으로 나갔다

최근 바이에른의 공격력은 절정을 달렸다. 3경기 14골을 뽑아냈다. 레알전에서도 같은 페이스를 유지하고자 했다. 경기 한 시간 전 공개된 바이에른의 선발 라인업은 탄탄했다. 경험과 기량이 모두 풍부한 공격진이 모두 출격했다.

그중 한 명이 전반 5분 만에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아르연 로번이다. 페널티박스 내 오른쪽 부근에서 왼쪽 발목을 부여잡으며 주저앉았다. 카세미루와 충돌이 있었다. 로번은 좀처럼 일어나지 못했고 낯빛은 점점 어두워졌다. 곧 의료진이 투입됐고 로번은 그대로 그라운드를 떠나야 했다. 그렇게 바이에른은 전반 10분도 채 되지 않아 첫 번째 교체카드를 소진했다.

로번의 이른 교체는 팀의 공격력에 활기를 떨어트렸다. 토마스 뮐러가 오른쪽 측면으로 이동했으나 로번 특유의 스피드와 일대일 돌파를 따라가긴 어려웠다. 로번 대신 투입된 티아고도 연달아 패스를 실수하며 공격 기회를 번번이 놓쳤다. 경기 후 요슈아 킴미히가 아쉬움을 전했다. "아르연이 너무 빨리 교체됐다. 우리에겐 좋지 않은 일이었다. 특히 아르연은 나와 호흡이 가장 잘 맞는다. 그와 나는 볼을 주고받으며 늘 공간과 기회를 만들어낸다. 토마스가 잘하지 못했다는 뜻이 아니다. 단지 아르연이 너무 빨리 교체 아웃된 게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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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수비다. 바이에른 센터백 듀오 제롬 보아텡과 마츠 훔멜스 라인이 34분만에 깨졌다. 보아텡이 부상으로 교체되었다. 수비 지역에서 중앙까지 공을 몰고 달리던 그는 오른발을 잘못 디뎌 근육이 뒤틀렸다. 결국 다리를 감싸 쥐고 주저앉았다. 그를 대신해 니클라스 쥘레가 투입됐다. 유프 하인케스 감독은 "보아텡의 부상 기간은 길어질 것 같다"며 고개를 저었다.

바이에른의 한쪽 날개가 꺾이고, 수비의 탄탄함도 줄었다. 체력 안배도 엉망이 되었다. 후반전이 흐를수록 바이에른은 지쳐갔다. 평소 좀처럼 지치지 않던 리베리가 이날은 허리를 한껏 숙이고 크게 숨을 내뱉으며 힘들어했다. 바이에른은 조급해졌다. 슈팅 13개를 때리고도 두 번째 골을 만들어내지 못한 이유다. 덕분에 레알은 한층 편안하게 경기할 수 있었다. 보아텡의 2차전 출전도 불투명하니 레알로선 환영할만한 소식이다.

# 2. 하피냐의 결정적 실수가 있었다

팀이 흔들리자 집중력도 떨어졌다. 마르셀루의 동점골로 팽팽하게 전개되던 경기 흐름이 한순간에 뒤바뀌었다. 후반 11분 하피냐가 볼을 동료가 아닌 아센시오에게 패스했다. 그는 바스케츠와 함께 전방으로 달렸고, 패스를 주고받으며 바이에른의 수비를 피했다. 그리고 왼발로 공을 힘껏 때렸다. 볼은 스벤 울라이히의 손끝을 스쳐 바이에른 골망을 흔들었다. 이 경기를 결정지은 장면이었다.

하인케스 감독은 "나는 누구도 비난하고 싶지 않다. 다만 수비진의 처리 능력은 정말, 정말 안 좋았다. (중략) 그들은 마치 꽁꽁 얼어붙은 듯이 경기를 했다"라고 전했다.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그의 말에는 하피냐의 실수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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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레알의 수비 집중력이 좋았다

경기 후 토마스 뮐러는 "레알은 거의 수비 진영에 있었다. 우리의 득점 기회가 많았다"고 했다. 니클라스 쥘레는 "후반전이 흐를수록 레알은 슈팅 기회를 거의 못 잡았다. 우리는 득점 기회를 많이 가졌다. 5-2가 나와도 이상할 게 없는 경기였다"고 평가했다. 경기를 지배하고도 패한 데서 나오는 아쉬움이었다.

그들의 말을 반대로 해석하면, 레알의 수비력이 탄탄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오른쪽에서 로번이 사라지니 수비가 수월해졌다. 카르바할과 카세미루는 함께 리베리를 꽁꽁 묶는 데 집중했다. 볼을 가지러 라인을 내린 레반도프스키는 좀처럼 최전방으로 나올 수 없었다. 레알의 센터백들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이에른의 코너킥 상황에서도 레알이 볼의 낙하지점을 먼저 캐치했다. 중원에선 모드리치가 버티며 언제든 공격을 치고 올라갈 준비를 했다.

레알의 주장 세르히오 라모스는 경기 후 이렇게 말했다. "우린 두 골을 넣었다. 그리고 수비력이 정말 좋았다. 호흡이 잘 맞았다. (중략) 우리가 보여준 오늘의 수비력은 모드리치에게 공을 돌리고 싶다. 그는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인 리베리를 정면으로 상대했고, 잘 해냈다." 결정적인 승리 요인으로는 "역습"을 꼽았다.

공동취재구역에서 라모스는 약 13분간 머물렀다. 양 팀 통틀어 가장 오랫동안 취재진을 상대했다. 이날 활약상을 대변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하지만 '수비력'이 주목을 받는 건 레알이 원하는 모습이 아니다. 토니 크로스는 "2차전에선 더 나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더 나은 공격력을 다짐했다. 그 모습은 2일 새벽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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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정재은,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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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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