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told] 콘테와 펩: 우승은 나중에 먹어야 낫다

기사작성 : 2018-05-14 17:09

- 프리미어리그를 제패한 두 감독의 다른 오늘
- 우승 순서만 바뀌었을 뿐인데...

본문


[포포투=홍재민]

가정해보자. 당신은 프리미어리그 감독이다. 2018-19시즌과 2019-20시즌 둘 중 한 번 우승할 운명을 타고 났다. 언제 우승하고 싶은가? 펩 과르디올라와 안토니오 콘테 감독에게 물어보면 정답을 알려줄지 모른다.

Responsive image

지금 펩 과르디올라는 상종가다.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 팬들에게는 영웅, 중립 팬들에게는 전술 천재로 추앙받는다. 디펜딩챔피언 첼시의 안토니오 콘테 감독은 반대다. 팀 내에서 권위를 잃은 리더, 혼란을 수습하지 못하는 관리자다. 최소한 ‘곧 쫓겨날 감독’이라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올 시즌 성과를 보면 당연하다. 그런데 평가 기준 시기를 2년으로 늘리면 콘테 감독은 ‘세상불공평’이란 해시태그를 달고 있을 것 같다.

두 사람은 2016-17시즌 프리미어리그에 데뷔했다. 두 시즌 승점 합계에서 과르디올라 감독이 178점, 콘테 감독이 163점으로 15점 차이가 난다. 경기 수로 따지면 5경기 차이다. 시즌 평균으로 계산하면 과르디올라 감독이 89점, 콘테 감독이 81.5점이다. 평균 7.5점, 2.5경기 차이다. 하지만 축구는 승자독식의 세계다. 실제 성과의 격차가 크지 않아도 두 감독을 바라보는 시선의 온도는 한여름과 한겨울처럼 다르다.

2017년 여름으로 돌아가보자. 콘테 감독은 천하제일 명장이었다. 프리미어리그에 들어오자마자 우승을 차지했다. 그렇게 ‘스페셜’하다는 조제 모리뉴 전 감독이 망가졌던 스쿼드를 물려받아 단번에 챔피언이 되었다. 리그 역대 최다 승리 수(30)와 최다 연승(13)라는 신기록을 작성했다. 유벤투스의 독점적 지위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세간 평가를 깨끗이 잠재웠다. 완벽한 ‘캄피오네’였다.

과르디올라 감독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의구심이 가득했다. 바르셀로나와 바이에른 뮌헨에서 남긴 영광은 과거지사였다. 2016-17시즌 맨시티는 토트넘에도 밀려 리그 3위로 마감했다. FA컵 4강, 리그컵 16강, UEFA챔피언스리그 16강을 각각 기록하며 천재 감독은 첫 시즌을 무관으로 마감했다. 그리곤 2017년 이적시장의 주인공 자리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 빼앗겼다. 과르디올라 감독 절박한 상황에서 2017-18시즌을 시작했다.

Responsive image

두 사람의 운명은 1년 만에 뒤집어졌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승점 100점 고지를 밟으며 챔피언이 되었다. 리오넬 메시 덕분에 성공했다던 감독은 역사적 강팀을 만들어내며 세상의 의심을 향해 멋진 카운터펀치를 날렸다. 콘테 감독은 작아질 뿐이었다. 우승 실패는 물론 최종전에서 UEFA챔피언스리그 출전의 희망이 완전히 꺼지는 현장을 목도해야 했다. 두 팀의 승점 차이는 정확히 30점, 10경기였다.

2년 동안 과르디올라와 콘테 감독의 성과는 거의 비슷하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했고, 맨시티는 지난 시즌 리그컵을 따냈다. 첼시는 지금 FA컵 결승전에 올라있다. 유럽에서 둘 다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지 못했으므로 유의미한 평가 기준은 프리미어리그인데, 여기서 비겼다. 만약 첼시가 맨유를 꺾고 FA컵을 차지하면 타이틀 경중에서는 콘테 감독이 오히려 앞선다.

FA컵 우승에 실패한다고 해도 콘테 감독을 폄하하기 어렵다. 2년 동안 두 팀이 이적시장에서 지출한 금액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 최근 두 시즌의 이적 거래 규모를 비교해보자. 맨시티는 총 4억7790만 파운드를 썼고, 첼시는 3억5154만 파운드를 지출했다. 맨시티가 약 36% 많다. 그러나 실제로 쓴 비용은 양쪽 차이가 굉장히 커진다.

2년 동안 비용 지출에서 이적 수입액(1억1786만 파운드)을 뺀 맨시티의 ‘순지출’은 3억6004만 파운드였다. 첼시는 오스카와 디에고 코스타 두 명을 판 돈만 1억 파운드가 넘었다. 2년 동안 선수를 팔아 번 수입 총액 2억7810만 파운드를 비용에서 빼면 첼시의 순지출은 7344만 파운드에 불과하다. 맨시티 순지출의 약 20%밖에 되지 않는다. 두 감독의 성과를 2년에 걸쳐 따지면 콘테 감독이 앞선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Responsive image

아쉽게도 축구의 세계관에는 평균이란 개념은 희박하다. 오직 현재만 존재한다. 지금 콘테 감독은 실패자다. 지난 주말 리그 최종전을 마친 콘테 감독에게 영국 <스카이스포츠> 리포터는 “오늘이 당신의 첼시 마지막 리그 경기인가?”라고 물었다. 1년 전, 과르디올라 감독과 동일한 성과를 거뒀던 지도자에게 날아가는 질문치고 너무 잔인하다. 콘테 감독과 첼시의 결별은 기정사실처럼 다뤄진다. 콘테 감독의 이글거렸던 ‘호랑이 눈’에서는 자신감을 찾기 어렵다.

순서만 바뀐 성과를 거둔 과르디올라 감독은 ‘당연히’ 내년 시즌에도 맨시티를 이끌 예정이다. 잉글랜드 축구 역사에 남을 만큼 매력 만점인 팀을 완성한 이상, 이제 눈높이를 유럽 엘리트 무대에 맞춰야 한다. 현금 화수분의 지원이 멈출 일도 별로 없어 보이므로 내년에도 맨시티의 강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어제 성과를 남긴 콘테 감독은 떠나고, 똑같은 결과를 오늘 남긴 과르디올라 감독은 존경을 독차지한다. 역시 매는 먼저 맞아야 낫다. 어르신 말씀은 항상 옳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데이터=트랜스퍼마르크트닷컴
writer

by 홍재민_편집장

Responsive image

2018년 12월호


[WORLD EXCLUSIVE]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인터뷰
[FEATURE] 2018 한국축구 결산: 월드컵, 신태용, 손흥민, 이승우, 전북현대 등
[FEATURE] 코멘테이터의 세계: 영국 vs 한국
[FEATURE] 하이브리드 잔디구장, 새 미래다?
[FEATURE] 영국 감독들이 라리가 점령하던 시절
[INTERVIEWS] 저메인 페넌트, 프레드, 레온 베일리, 브루스 그로벨라 등

[브로마이드(40X57cm)] 손흥민, 이승우, 델레 알리, 은골로 캉테
주식회사 볕
03175 서울시 종로구 새문안로3길 7 한글회관 302호
구독문의 : 02-302-1442    카톡 : fourfourtwokr
대표이사 홍재민,임진성 사업자등록번호 : 758-88-00295 통신판매신고번호 : 제2017-서울종로-0716호
Copyright © BYUTT.COM All rights reserved.
포포투코리아 웹사이트 제작 디자인 lo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