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wiki] 알렉스 퍼거슨도 월드컵 감독이라는 사실

기사작성 : 2018-05-16 14:33

- 1986년은 디에고 마라도나의 월드컵으로 기억된다
- 그런데 혹시 그때 스코틀랜드 감독이 누구였는지 기억하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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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Steve Morgan]

종종 잊어버리고는 ‘그런 일이 실제로 있었나요?’라는 논쟁으로 소환되는 이야기. 애버딘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레알 마드리드를 완파한 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강력한 제국을 창조하기 위해 국경을 넘는다. 그 사이에 스코틀랜드를 이끌고 1986년 월드컵 본선에도 참가한 ‘역사’가 있다. 그렇다. 퍼거슨 감독은 FIFA월드컵에 참가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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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여름의 시작과 끝을 장식한 것은 당연히 디에고 마라도나와 ‘신의 손’이다. 그러나 잉글랜드 축구 팬들에게 멕시코월드컵은 퍼거슨이 처음 조명받은 곳이기도 하다. 그 전까지 퍼거슨은 무명이었다. 1985년 FA컵 결승전(맨유vs에버턴)에 스타플레이어 고든 스트라칸의 초청을 받아 갔던 자리에서 “스타라칸의 부친이냐?”라는 질문을 받았을 정도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퍼거슨의 스코틀랜드 대표팀 지도 수완을 의심하지 않았다. 우루과이와 격전 끝에 스코틀랜드가 탈락한 후, 퍼거슨이 보인 허세는 미래의 흥미로운 장면에 대한 암시였다.

1986년 월드컵에서 스코틀랜드는 서독과 코파아메리카 우승팀 우루과이, 다크호스 덴마크와 ‘죽음의 조’에 속했다. 스코틀랜드의 멕시코행을 둘러싼 비극적 사건들을 떠올리면 정말 아이러니했다. 대표팀을 이끌었던 조크 스타인이 웨일스와 플레이오프에서 1-1로 비긴 뒤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비상근 코치였던 퍼거슨에게 기회가 열렸다.

아치 녹스와 애버딘 공동 감독을 겸하면서 퍼거슨은 스코틀랜드를 이끌고 플레이오프에서 호주를 2-0으로 꺾었다. 선수들은 본선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난관을 겪었다. 리버풀 수비수 알란 한센이 탈락했다. 평가전 결장이 잦았고, 스타인이 지휘했던 당시 웨일스전에서 마지막 순간에 빠지면서 헌신성에 의문을 남겼기 때문이다. 퍼거슨의 애버딘 ‘최애 콤비’인 윌리 밀러와 알렉스 매클리시가 한센의 자리를 대체했다. 대표팀에서 세 번째 옵션이 된 한센을 제외시키기에 충분했다. 케니 달글리시도 35세에 무릎 수술을 받아야 했다.

최종 명단에 포함된 선수들은 자긍심을 느꼈다. 주장 그레엄 수네스는 최종 명단을 두고 월드컵에 나서는 스코틀랜드 대표팀 중에서 “가장 잘 준비된” 팀이라고 말했다. 명단을 보라. 스트라칸, 찰리 니콜라스, 리차드 거프, 스티브 아치볼드, 그리고 프랭크 매커비니까지, 퍼거슨의 팀은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여기에 앤디 록스버그, 크레이그 브라운, 월터 스미스와 녹스가 코칭스태프로 합류했다. 이들 중 3명이 나중에 스코틀랜드 대표팀 감독이 된다. 선수들은 퍼거슨 숙소의 화장실 변기에 접착테이프를 붙이는 장난을 칠 정도로 팀 분위기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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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조 예선 첫 경기에서 스코틀랜드는 덴마크에 0-1로 패했다. 프레벤 엘카예르의 슛을 윌리 밀러가 처리하지 못한 사이 볼이 골대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서독전에서는 스트라칸이 선제골을 넣었지만, 루디 펠러가 금세 동점골을 만들었다. 또 한 번 1-2로 패했다.

두 번의 패배에도 스코틀랜드에는 조별리그 통과 기회가 있었다. 우루과이만 잡으면 가능했다. 서독과 덴마크는 죽음의 조를 통과했다. 우루과이는 지나치게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1-1로 비긴 서독전에서 몇 장의 경고만으로 ‘행운의 탈출’에 성공했다. FIFA로부터 엄중 경고를 받은 우루과이는 10명으로 싸운 덴마크전에서 1-6으로 대패했다.

퍼거슨은 우루과이전에 수네스를 기용하지 않기로 했다. 33세의 주장은 나이와 체중 감소를 걱정했다. 볼을 차기도 전에 더위와 습도에 땀을 흘려댔다. 문제가 될 수도 있었다. 수네스는 벤치에도 앉지 않았다. 경기는 접전으로 시작됐다. 48초 만에 스트라칸이 나뒹굴었다. 조세 바티스타가 뒤에서 의도적인 파울을 가했기 때문이다. 프랑스인 조엘 퀴뉴 주심은 지체없이 레드카드를 빼 들었다. 킥오프 56초는 지금까지 월드컵 최단 시간 퇴장 기록이다. 스트라칸은 “그 선수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면서 “그날 경기에서 그의 얼굴을 본 적도 없다. 내가 있을 때는 이미 그가 퇴장당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우루과이는 냉정하고도 교묘한 기술로 경기를 운영했다. 골키퍼 짐 레이턴은 “코너에 당신이 서 있었다면 머리카락을 잡아당겼을 것이다. 그들은 은밀한 곳을 잡아채거나 침을 뱉었다”라고 회고했다. 스코틀랜드는 숨이 차도록 뛰었지만 승기를 잡지 못했다. 오히려 레이턴이 윌마르 카브레라의 결정적 헤더를 걷어내 패배를 모면했다. 0-0 무승부는 곧 스코틀랜드의 탈락을 의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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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퍼거슨은 분노를 억누를 수 없었다. 애초 스타인이 떠나던 날 밤에 관한 소견을 밝히려고 했다. 화가 치민 퍼거슨에게는 그럴 여유가 없어졌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퍼거슨은 독설의 포문을 열었다. 퍼거슨은 “엉망진창”이라며 “이건 단순한 축구의 일부가 아니라 유혈이 낭자한 민족성을 보여준 것이다.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존중이 없었다. 그들이 한 짓은 수치스럽다. 경기를 완전히 코미디로 만들었다”라며 격노했다. 이어 “FIFA의 반칙 단속에 관한 무성한 소문이 있는 월드컵 같은 대회에서 한 팀이 전체 판을 압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고 성토했다.

퍼거슨은 멈추지 않았다. 스타인의 사망과 85년 헤이젤 비극에는 고개만 끄덕였고, 자신의 주제에는 열변을 토했다. “오늘 일어났던 일을 계기로 지난해 세계 축구계에서 일어난 충격에 대해 말하겠다. 집에 돌아가게 돼 기쁘다. 진심이다. 우루과이전은 몇 년 동안 우리가 받아들여야 했던 일처럼 축구의 일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더는 내 문제가 아니다. 이젠 FIFA의 문제다. 월요일엔 아르헨티나의 문제가 될 것이다.”

FIFA는 우루과이에 2만5000 스위스 프랑의 벌금을 부과했다. 아르헨티나와 16강전에서는 오마르 보라스 감독을 관중석으로 퇴장시켰다. 보라스는 주심 퀴뉴를 향해 “살인마”라고 퍼부었다.

물론 스코틀랜드의 공격력도 문제였다. 3경기에서 유효 슈팅 7개와 1골에 그쳤다. 빈공과 우루과이의 더티플레이 사이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영국 대기자 브라이언 글랜빌은 스코틀랜드 대표팀을 “미심쩍게 재구성하고 기술적으로는 투박하고 전술적으로는 비교 불가하다”라고 평가했다. 당시 대표팀 에이스였던 스트라칸(2013~2017 국가대표팀 감독 역임)은 “우리는 그저 만족스럽지 않았을 뿐이다. 모든 이들이 해답을 찾으려고 하지만, 때때로 자신이 바로 그 답일 수도 있다”라고 덤덤히 평가했다.

그로부터 30여 년이 지났다. 뒤돌아보면 1986 멕시코월드컵이 남긴 역사적 사실 중 하나는 퍼거슨이 더 넓은 세계에 발을 들였다는 것이다. 첫 메이저 무대에 선 감독이 상대를 먼저 때려 비난의 화살을 돌릴 수 있었던 상황에 대한 최초의 목격담이기도 했다. 퍼거슨은 확고한 자기 신념으로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냈고 잔혹한 독설을 쏘아댔다. 현실을 직시하자. 그의 열정과 명석함이 지속되면서 영국 축구를 변화시켰다.

스코틀랜드는 멕시코에서 파장을 일으키지 못했다. 하지만 상황은 금방 알렉스 퍼거슨의 편이 되었다. 월드컵을 마치고 새 시즌이 시작되었던 1986년 11월 퍼거슨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감독이 되었다. 이후 역사는 우리가 잘 아는 바와 같다.

사진=포포투,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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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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