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told] 에메리가 모예스처럼 되지 않으려면

기사작성 : 2018-05-24 01:12

- 아스널 지휘봉 잡은 에메리
- 퍼거슨의 뒤를 이은 모예스처럼 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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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박찬기]

22년 만에 아스널에 신임 감독이 들어온다. 미켈 아르테타, 패트릭 비에이라, 티에리 앙리 등 레전드 후보들을 제치고 UEFA유로파리그 3연패 명장 우나이 에메리가 성배의 주인이 되었다. 아스널 이사회가 카리스마보다 경험을 우선시한 판단의 결과였다.

궁극적 질문은 한 가지다. 에메리가 잘 할까? 위대한 선임자의 그림자가 얼마나 무거운지를 맨체스터의 붉은 라이벌이 5년째 ‘숙달된 시범’을 보여주는 중이다. 에메리는 벵거가 남긴 레거시를 지우거나 혹은 발전시켜야 한다. ‘독이 든 성배’라는 표현조차 부족한 아스널의 벵거 후임자가 해야 할 일을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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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 똑바로 차리기

‘멘털’은 선수보다 감독에게 더 필요한 요소다. 전임이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라면 더 그렇다. 에메리 감독의 모든 언행은 전임자와 비교당할 수밖에 없다. 벵거는 영국 축구를 개혁한 선구자로 손꼽힌다. 에메리 감독은 꽤 오랫동안 ‘에메리’보다 ‘벵거의 후임’이란 꼬리표를 달고 살아야 한다. 불가피한 운명이다.

‘준비된 자’로 보였던 데이비드 모예스가 반면교사다. 알렉스 퍼거슨에 이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지휘봉을 잡은 모예스는 에버턴 시절과 차원이 다른 관심을 받았다. 물론 ‘퍼거슨의 후계자’라는 수식어가 항상 뒤따랐고, 취재진은 금방 레전드 전임자를 들먹이며 모예스의 일거수일투족에 시비를 걸었다. 성적까지 곤두박질친 끝에 모예스는 한 시즌도 채우지 못하고 쫓겨났다. 6년 계약이란 파격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지난해 영국 일간지 <미러> 인터뷰에서 모예스는 “퍼거슨 이후 맨유는 누가 지휘봉을 잡더라도 성공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맨유에서 겪은 고충을 전했다. 루이스 판할도 마찬가지였다. 멘털 관리 실패로 많은 이와 대립각을 세웠다. 추락하는 성적과 실언을 일삼는 판할의 모습에 팬들은 퇴진의 목소리를 높였다. 맨유에서 벌어진 일들은 에메리와 아스널에 귀중한 오답노트가 될 수 있다. 물론 쉽지 않다. 수많은 오답노트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서울대학교에 들어가지 못한 것처럼 말이다. (들어갔다면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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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 분위기 파악하기

프리미어리그는 치열하다. 하위권이 상위권을 꺾는 일이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타 리그에서 성공한 감독들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다. 주제프 과르디올라도 그랬다. 라리가와 분데스리가를 부임 첫해에 정복했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서는 3위에 머물렀다. 이번 시즌 왕좌에 오르고 나서 “UEFA챔피언스리그보다 프리미어리그 우승이 어려웠다”고 말한 이유는 따로 있지 않다. (물론 유럽에서도 성공했다면 말이 바뀔지도 모르지만)

전술가적 면모가 필요하다. 다양한 전술로 19개 클럽을 공략해야 하기 때문이다. 체력 관리도 빼놓을 수 없다. 에메리가 경험한 리그들과 달리 프리미어리그는 휴식기가 없다. 시즌 막판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적절한 로테이션도 구사해야 한다. 준비 시간은 충분하다. 2018-19시즌 개막까지 3개월여 남았다. <르 파리지앵> 저널리스트 줄리앙 로렌스는 “에메리가 아스널을 훨씬 조직적으로 만들 것이다”면서 “그의 철학이 아스널에 녹아들면 트로피도 차지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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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 휘어잡기 (또는 친하게 지내기)

파리 생활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선수 네이마르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에메리는 인터뷰에서 “파리 생제르맹의 실질적인 권력은 네이마르에게 있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선수단 장악력 부족은 에메리의 단점으로 꼽힌다. 특히 스타플레이어를 휘어잡지 못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파리 생제르맹에 비교해 위압감은 덜하지만, 아스널에도 스스로 스타로 자부하는 선수가 즐비하다. (윌셔라든가…웁스)

벵거의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온화함으로 팀을 이끈 벵거는 선수들에게 인간적인 지지는 얻었으나 외부 관계자에게는 지나친 자유로 기강을 무너뜨렸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첼시 레전드 프랭크 램퍼드는 “아스널은 라커룸에서 효율적이지 않다. 선수단을 장악하지 못해서 그렇다”고 설명했다. 일간지 <타임스>의 헨리 윈터 기자도 “아스널에 강인한 리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파리 생제르맹 시절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에메리는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휘어잡거나 친하게 지내거나 둘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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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 어르신 잘 꼬시기

아스널 팬들의 최대 불만은 벵거 시대에 굳어진 ‘효율 경영 정책’이다. 계기는 에미레이트 스타디움 건설비 상환이었지만, 캐시플로우가 호전된 이후까지 아스널의 지갑은 열리지 않았다. 마치 적게 쓰고 UEFA챔피언스리그에 나가는 성과를 더 짜릿하게 느끼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이반 가지디스 사장은 “에메리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립서비스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구단의 체질이 하루 아침에 바뀌긴 쉽지 않다.

에메리는 선수들만큼 구단 고위층과 정치에도 수완을 발휘해야 한다. 쉽게 말해 돈을 써야 한다는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 무턱대고 돈만 달라는 신임 감독에게 거액을 쾌척할 이사회는 어디에도 없다. 22년 묵은 틀을 깨기 위해서 일정 기간 ‘쩐의 전쟁’ 참전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구단 내에서 설파해야 한다.

세비야 시절, 에메리는 제한된 자원으로 위대한 성과를 냈던 경력이 있다. 2013-14시즌을 기점으로 유럽 5대 리그에서 가장 많은 우승(8회)을 경험했다. 과르디올라,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로랑 블랑과 어깨를 나란히 한 기록이다. 하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서 돈을 쓰지 않고 우승했던 팀은 레스터 시티뿐이었다. 알다시피 그들의 동화는 재현될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

해야 할 일은 네 가지로 정리하고 보니, 역시 쉽지 않아 보인다. 에메리의 건투를 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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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찬기

인생은 언제나 쉽지 않다. @ran.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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