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전주] 이번 월드컵 가는 길은 유난히 복잡하다

기사작성 : 2018-06-02 03:26

- 대한민국 1-3 보스니아 @전주월드컵경기장
- 완패와 출정식의 어긋난 만남

본문


[포포투=홍재민(전주)]

2018 러시아월드컵 출정식을 치렀다. 신태용호의 선전을 기원하는 자리였다. 4만 관중이 힘을 모았다. 그런 자리에서 1-3으로 완패했다. 1995년 발표된 R.ef(알이에프)의 히트곡 ‘이별공식’이 떠올랐다. ‘햇빛 눈이 부신 날에 이별해봤니 / 비 오는 날보다 더 심해 / 작은 표정까지 숨길 수가 없잖아.’ 이번 월드컵 준비는 정말 다사다난하고 구불구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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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 전 대구에서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은 환하게 웃었다. 에이스 손흥민이 퀄리티를 증명했고, 엄청난 함성을 받은 이승우가 A매치 데뷔전에서 활약했으며 데뷔 동기인 문선민은 골을 터트렸다. 온두라스전 2-0 승리가 절대적 희망이 되어줄 순 없었지만,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국내 마지막 평가전에서 준수한 유럽팀(FIFA랭킹 41위)인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를 꺾는다면 희망을 품은 출항이 가능했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한국은 1-3으로 완패했다. 에딘 비슈차(32, 바샥세히르)에게 선제 실점을 허용한 직후 이재성이 동점골을 터트려 전주 홈 팬들을 열광시켰다. 하지만 전반 종료 직전 두 번째 실점을 허용했고, 후반에도 한 골 더 내줘 비슈차에게 해트트릭을 선물하고 말았다. “훈련한 지 이틀밖에 되지 않은”(기성용) 백3 조직력은 모든 면에서 기대 이하였다. 월드컵을 준비하는 한국의 수비는 시차 적응도 되지 않은 보스니아의 간결한 돌파에 속수무책으로 뚫렸다.

완패 직후 신태용호는 성대한 출정식을 소화해야 했다. 우환을 안은 채 무대 위에서 열연해야 하는 희극단 같았다. 선수단은 대형 태극기를 들고 그라운드를 돌며 팬들에게 인사를 보냈다. 미리 준비한 팬서비스도 소화했다. 많은 팬이 늦게까지 남아 신태용호의 앞길을 축복했다. 하지만 선수들의 표정은 왠지 무안해 보였다. 선수단의 손에 들린 대형 태극기의 가운데 부분은 아래로 처져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았지만, 국가대표의 책임감이나 보스니아전 완패의 실망감이 그 위에 얹힌 것 같았다.

이날 A매치 100경기에 도달한 주장 기성용의 운명은 더 기구했다. 전반전이 1-2로 종료되자 기성용은 화가 난 듯한 제스처를 보였다. 하지만 곧바로 하프타임 준비된 A매치 100경기 출전 기념식에 참석해 웃어야 했다. 45분 뒤, 1-3 완패가 확정된 후에도 기성용은 가장 먼저 마이크를 들고 감사 인사를 해야 했다. 그런 자리에서 기성용은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라고 사과해야 했다. 기분 좋게 인사 하고 싶다는 마음이 누구보다 컸을 텐데 현실은 온통 뒤죽박죽이었다.

공동취재구역에서 기성용의 복잡한 속내를 엿볼 수 있었다. 기성용은 “선수들이 좀 더 진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2014년 같은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라고 직설했다. “월드컵에서 그런 실수가 나오기 시작하면 감당할 수 없다. 남자답게 그라운드에 들어갔으면 그런 실수가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라고도 덧붙였다. ‘성토’라고 해도 좋을 법한 내용과 덤덤한 목소리 톤이 부조화를 이뤘다. 기성용은 신태용호가 성공과 실패의 “경계선에 서 있다”라고 정의했다.

손흥민의 반응은 더 뜨거웠다. 평소 보이지 않던 몸짓까지 쓰면서 “월드컵은 무서운 무대”라면서 “선수들도 그걸 좀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할 때”라고 꼬집었다. 기자회견실에서 신태용 감독은 개선과 반전을 약속했지만, 손흥민은“오스트리아 가서 시차 적응하고 두 경기 하면 진짜 월드컵이 온다. 진짜 바쁘게 준비해야 한다. 나부터 반성할 부분이 상당히 많다”라며 선수단 전체를 향해 다급한 경고음을 울렸다. 보스니아전을 두고 손흥민은 분명히 화가 나 있었다.

사실 기성용과 손흥민의 반응은 반가웠다. 4년 전, 브라질월드컵의 수모를 피해야 한다는 간절함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월드컵 무대에서 당하는 망신이 얼마나 아픈지는 두 사람이 가장 잘 안다. 그래서 그들의 메시지가 “정신 차려야 한다”로 모였을 것이다. 인터뷰 때마다 둘의 문장에서 “책임감”과 “간절함”이 빠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포포투> 인터뷰에서 손흥민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나오는 경기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스니아전이 바로 그랬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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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월드컵 본선에 가는 과정에서 부침이 이렇게 심했던 적은 없었다. 최상의 출발을 끊었지만, 최종예선에서 사령탑이 교체되는 화를 당했다. 마지막 두 경기를 겨우 넘어 9회 연속 본선 진출을 확정한 바로 다음 날 거스 히딩크 폭탄이 터졌다. 총체적 난국 속에서 치른 콜롬비아전과 세르비아전에서 전세 역전에 성공했다. 그러나 해를 넘겨 나섰던 유럽 원정에서 지뢰를 밟았다. 본격적인 월드컵 준비작업에서도 온두라스전 승리와 보스니아전 패배, 그리고 무안한 출정식이 무질서하게 섞였다.

2일 신태용호는 최종 엔트리 23인을 결정한다. 3일 인천국제공항에 모여, 드디어, 러시아월드컵으로 떠난다. 이제 되돌릴 수 없다. 촉박한 일정 안에서 ‘통쾌한 반란’의 준비를 마무리해야 한다. 롤러코스터 팔자를 빨리 고치기가 어렵다면, 18일 스웨덴전이 ‘올라갈 차례’이기를 간절히 바라야 할 것 같다.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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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재민_편집장

축구는 재미있어야 합니다. 하든 보든 쓰든 읽든 뭐든 @jaemin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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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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