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sian.road] 보스니아전에서 확인한 사실 세 가지

기사작성 : 2018-06-02 05:21

- 브라질 멤버들이 분노한 이유는?
- 필승해법은 끝내 확인하지 못했다
- 어두울 때 뜬 샛별, 이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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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배진경(전주)]

신태용호는 바빴다. 선수 점검과 전술 실험이 계속됐다. 주장의 100번째 경기도 챙겨야 했다. 월드컵 대장정에 오르기 전 출정식까지 가졌다.

1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를 상대로 시끌벅적 벌인 판은 축제로 마무리 되지 못했다. 1-3으로 패했다. 이재성이 골을 넣었지만 에딘 비스카에게 해트트릭을 허용하고 말았다. ‘축구수도’ 전주의 응원은 뜨거웠지만, 경기 후 만난 선수들 표정은 밝지 않았다. 보스니아전을 통해 확인한 사실 네 가지를 정리했다.

#1. ‘브라질 트라우마’가 전한 교훈
알고 나면 더 무서운 세상이 있다. 한국 선수들에게는 월드컵이 그런 곳이다. 약육강식 정글의 법칙이 존재하는 무대다. 한국은 대체로 약자였고, 지금도 약자로 평가받는다. 한국의 FIFA랭킹은 61위다. ‘디펜딩챔피언’ 독일(1위)은 말할 것도 없고 멕시코(15위), 스웨덴(23위) 등 F조에 속한 상대국들보다 낮다. 실력으로 맞불을 놓기엔 격차가 있다. 모자란 실력을 정신력과 투지로 채워야 한다. 보스니아전에서는 이런 분위기가 읽히지 않았다. 4년 전 브라질에서 좌절을 경험한 이들이 분노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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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스트존에서 입을 연 손흥민의 목소리는 평소와 달랐다. 화를 참지 못해 톤이 올라갔다. “4년 전 상황을 반복한 것 같다”며 스스로를 포함해 동료들을 채찍질했다. “이대로 가면 2014년만큼, 아니 더한 참패를 당할 수밖에 없다.” 수비수 이용도 “지난 월드컵 때도 출정식에서 패했는데, 되풀이하는 것 같아 걱정이 많다”고 언급했다. 본선에 임하기 전부터 산만해진 분위기로는 월드컵에서 좋은 경기력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자성이다.

2014년 브라질을 경험한 이들에게는 일종의 트라우마가 있다. 한국 축구에 쏟아진 불신과 조롱의 시간을 경험했다. 출정식부터 불안했던 당시의 기억이 각성을 일으켰다. 보스니아전이 끝난 뒤 주장 기성용은 라커룸에서 팀토크를 가졌다. 선수들에게 “좀 더 진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2014년 같은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 책임감을 주문했다.

#2.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그라운드에서의 불협화음은 사실 어느 정도 예견됐다. 신태용 감독은 애초 국내 두 차례 평가전을 ‘점검’과 ‘실험’의 장으로 활용하겠다고 예고했다. 보스니아전에서는 백스리(3) 전술을 들고 나왔다. 미드필더 기성용을 센터백으로 내려 오반석, 윤영선과 수비라인을 구성하는 형태였다. 기성용을 ‘포어 리베로’로 활용해 전진 압박과 빌드업을 맡기려는 의도였다. 미드필드에는 정우영과 구자철이 짝을 이뤄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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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가 심했던 만큼 위험 요소도 다분했다. 백스리의 안정성이 떨어졌다. 좌우 윙백이 공격에 가담하면서 뒷공간에 대한 부담도 커졌다. 중앙 미드필더 구자철은 측면을 오가며 커버하느라 체력 소모가 커졌다. 부상에서 막 회복한 그의 몸상태는 아직 완전하지 않았다. 이런 틈을 상대가 파고 들었다. 보스니아에 내준 세 골 모두 비슷한 패턴이었다. 측면에서 반대편으로 크게 넘어오는 패스는 정확하게 한국 수비진 사이 ‘공간’에 떨어졌다. 비스카의 마무리 슈팅이 오차 없이 한국 골망을 흔들었다. 구자철은 “전체적으로 조금 더 내려 서 전형을 갖춘 상태에서 공격수들을 상대해야 할 것 같다”고 돌아봤다.

사실 실험이라는 틀에서 보면 납득할 수 없는 운영은 아니다. 센터백으로 변신한 기성용은 “선수 호흡, 라인 간격 등 완벽하지 않았다”고 인정하면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장현수가 수비라인에 복귀하면 기성용을 센터백으로 고집할 이유가 없다. 신태용 감독은 “오스트리아에서 개선하고 준비하면 러시아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자신했다. 또 “세트피스는 하나도 보여주지 못했다”면서 “(상대국에)노출을 피하려다 보니 패착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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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실제로 신태용호에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손흥민의 말대로 “오스트리아에서 시차 적응하고 두 경기 치르면 진짜 월드컵이 온다”. 전술 훈련에 집중하기에도 시간이 빠듯하다. 두 경기 동안 전략 노출을 염려해 정작 ‘필승 해법’은 확인하지도 못했다. 다양한 카드를 놓고 고민하기보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해 보인다.

#3. 이승우라는 샛별
한국 축구가 위기일 땐 새로운 스타가 등장했다. 1998월드컵 네덜란드전 참패(0-5)를 위로해 준 건 이동국과 고종수의 등장이었다. 겁없이 뛰고 슈팅하는 모습만으로도 청량감을 안겼다. 2010년 남아공에서 아르헨티나에 1-4로 패했을 때는 이청용이 있었다. 메시와 테베스, 아구에로, 디 마리아 등이 포진한 상대였지만 주눅들지 않았다. 이청용은 ‘기술의 팀’을 상대로 기술과 창의적인 움직임으로 균열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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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평가전을 통해 스타덤에 오른 선수는 이승우다. A대표팀에 처음 선발돼 강렬한 데뷔전까지 치렀다. 온두라스전에 선발 출전해 손흥민의 골을 도왔다. 단번에 기대감을 갖게 하는 선수가 됐다. 보스니아전에서 고스란히 반응이 돌아왔다. 기성용, 손흥민, 이재성 다음으로 큰 함성을 모은 이름이었다. 후반 중반까지 1-2로 끌려가는 상황이 이어지자 관중석에서는 “이승우 내보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실제로 교체 출전하던 순간에는 또 한번 큰 박수가 쏟아졌다. 경기장은 그를 연호하는 이름으로 들썩였다.

이승우는 “본선에 갈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른다”면서도 “가게 된다면 잘 준비해서 형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팬들은 샛별에 대한 심판을 유보한다.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새로운 얼굴의 등장이 반갑다. 두 차례 평가전에서 신태용호가 거둔 기대 이상의 수확이었다.

사진=FAphotos
writer

by 배진경

녹색 온도, 녹색 아닌 풍경 @joy2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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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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