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인스부르크] 기성용은 왜 거짓말쟁이가 되었을까

기사작성 : 2018-06-08 07:49

- 대한민국 0-0 볼리비아
- 월드컵 전 마지막 공개 평가전
- 기성용, "이제는 할 말이 없다"

본문


[포포투=정재은(오스트리아/인스부르크)]

"거짓말쟁이가 된 것 같다."

기성용이 멋쩍게 말했다. 8일 오후(현지) 볼리비아 평가전 직후였다. 결과는 0-0 이었다. "항상 똑같은 얘기를 했다. 기대해 달라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어느새 보니 내가 거짓말쟁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많이 힘들었다." 2018 러시아월드컵을 열흘 앞둔 팀의 주장은 슬퍼 보였다.

아쉽지만 그의 누명을 벗겨줄 기회는 없다. 다음 평가전(세네갈)은 비공개여서 한국이 만회할 무대가 없다. 볼리비아전이 마지막이었다. 그리고 그 기회는 허무하게 사라졌다. 결국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주장은 거짓말쟁이가 된 채, 최소한 그렇게 '된 것 같은 기분으로' 러시아로 향한다. 도대체 무엇이 그를 거짓말쟁이로 몰아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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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기고 속이긴 했는데…무엇을?

신태용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한국의 A매치 성적은 6승 6무 5패다. 최근 다섯 경기로 범위를 좁히면 1승 1무 3패다. 자신감과 분위기를 끌어올려야 할 가장 중요한 시기에 둘 다 뚝 떨어졌다. 볼리비아전에서 저점을 찍었다. 무기력하게 0-0으로 비겼다.

볼리비아전을 앞두고 신태용 감독은 전력의 60~70%만 보여주겠다고 공언했다. "숨길 것은 숨겨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볼리비아전 선발 라인업에서 신태용 감독의 뜻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손흥민, 이재성, 구자철 등이 벤치에 앉았다. 황희찬과 김신욱이 첫 투톱을 이뤘고 국가대표 신예 이승우와 문선민이 양측 날개에 섰다. 장현수의 복귀로 김영권과 장현수로 이루어진 백포(back 4)라인을 제외하곤 베스트XI과 거리가 멀었다.

이틀 전 강도 높은 훈련으로 선수들의 체력은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손흥민과 기성용도 "체력 훈련을 한 다음에 경기를 하면 힘든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황희찬의 저돌적인 돌파와 빠른 패스 플레이는 마무리가 아쉬웠고, 김신욱의 헤딩은 상대 골키퍼에게 막히거나 빗나갔다. 문선민은 갈 곳을 잃었다. 월드컵을 위해 준비했다는 세트피스도, 물론, 없었다.

신 감독은 이를 두고 "트릭이라고 할 수 있겠다"라고 했다. 무슨 뜻인 줄 알지만 불안감을 씻기에는 부족했다. 마지막까지 숨기고, 카드 점검을 하다 정작 보여줘야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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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드컵 나가는 팀인데…왜?

이날 상대는 볼리비아였다. 자국 상위권 팀 소속 선수들은 대표팀에 소집되지 않았다. 러시아 월드컵 진출국도 아니다. 동기부여가 다를 수밖에 없다. 경기장을 찾은 볼리비아 팬 파울(20)은 “최근 선수들이 많이 교체됐고 그 약하다는 미국에도 졌다. 한국은 월드컵에 나가는 팀이다. 아마 볼리비아가 이기긴 힘들 거다”고 한국의 승리를 전망했다.

그래서 볼리비아전 결과가 처참해 보인다. 손흥민은 “우리는 월드컵을 준비하는 팀이다. 볼리비아에는 그냥 친선전에 불과하다”라고 했다. 답답한 심정이 느껴졌다. 다니엘 파리아스 감독의 경기 소감은 한국에 굴욕을 안겼다. “우리 대표팀은 세대교체를 이루며 감독도 바뀌었다. 새로운 출발점에 서있는 우리 팀이 월드컵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같은 팀과 좋은 경기를 치러 (선수들에게)고맙다.”

신태용호의 베스트XI를 아무도 모른다는 점도 답답하다. 손흥민도 “딱히 정해졌다고 얘기할 수 없다. 선의의 경쟁 중"이라고 대답해야 했다. “축구는 11명이 하지만 우리는 23명 모두 경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경기를 통해 자기 능력을 보여주고 경쟁 구도가 생긴다. 그렇게 더 좋은 모습 보여주려 하다 보면 선의의 경쟁을 통해 팀 능력이 올라간다.”

베스트 라인업으로 최상의 호흡을 이끌어내야 할 지금 한국은 여전히 준비단계라는 뜻이다. 이에 신태용 감독은 “비공개 훈련에서 베스트 라인업을 짜고 가상의 스웨덴을 만들어 손발을 맞추는 중”이라고 전했다. 실전 테스트 없는 전력을 월드컵 본무대에서 보여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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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스로 ‘벼랑 끝 작전’...굳이?

기성용은 지난 3일 오스트리아로 출국하며 “좋은 성적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주장으로서 기성용은 늘 대표팀을 변호하고 격려하고 발전을 다짐했다. 그랬던 그가 “이제 더이상 할 말이 없다”라고 말했다. 인터뷰 도중 “항상 팬 분들에게 잘하겠다고 했는데…”라며 세 차례나 말끝을 흐렸다. 민망한 듯이 쓴웃음을 지었다.

선수들이 보여야 할 모습은 스스로 잘 알고 있다. 손흥민은 “정신력을 비롯한 모든 부분을 ‘맥시멈’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했다. 이어 목소리를 한층 더 높였다. “정신력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이, 120%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이 나와야 하는 게 월드컵이다.”

대표팀의 초점은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스웨덴)에 맞춰져 있다. 기성용은 “볼리비아전도 훈련의 연장선”이라 설명했다. 손흥민도 “어디까지나 제일 중요한 건 월드컵”이라고 강조했다. 스웨덴전에 임하는 부담감을 신태용호 스스로 무겁게 만드는 셈이다. 만약 스웨덴전에서 실패한다면? 각종 카드 점검과 실험, 전략 숨기기와 트릭 등의 준비 과정을 물거품으로 만든다. 캡틴의 ‘실드’도 없다.

23인이 보여줄 때다. 11일 열리는 세네갈과 비공개 평가전에서 신태용호는 베스트XI과 ‘진짜 전력’을 꺼내기로 했다. 긍정적인 결과 소식이 들려오길 바라야 할 것 같다. 손흥민이 말한 ‘맥시멈’에 도달하기에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퍼센테이지’가 너무 부족해 보인다.

사진=FA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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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은

축구를 좋아합니다. 축구를 통해 만나는 사람들은 더 좋습니다. @jaeun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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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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