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russia] 중간계에 빠진 신태용의 구원자는?

기사작성 : 2018-06-08 15:50

- 평가전: 대한민국 0-0 볼리비아
- 2018 러시아월드컵 직전 불안한 신태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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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홍재민]

영화 <매트릭스>의 세 번째 이야기에서 주인공 네오는 ‘모빌애비뉴’(지하철역)에 갇힌다. 이곳은 매트릭스와 현실세계의 중간계. 사티를 따라 지하철에 오르지만 트레인맨에게 제지당한다. 인류를 구원해야 할 네오는 위기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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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저녁(한국 기준)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볼리비아와 평가전을 치렀다. 러시아 입성 직전 예정된 평가전 2경기 중 첫 번째였다. 신태용 감독은 “이제부터 진짜”라고 말했지만, 90분이 지난 뒤에 ‘진짜’는 ‘트릭’으로 바뀌어 있었다. 비아냥이 넘실대는 국내 여론, 스웨덴전까지 기다리라는 감독의 고집, 주장의 입에서 나온 “거짓말쟁이가 된 것 같다”는 넋두리. 2018 러시아월드컵에 나서는 대한민국의 분위기는 아수라장이다.

신태용 감독을 보며 <매트릭스>의 ‘모빌애비뉴’에 갇힌 네오가 떠올랐다. 신태용 감독은 매트릭스를 꿈꾼다(네오는 그렇지 않지만). 6월 18일 저녁 9시에 열리는 F조 첫 경기 스웨덴전에 맞춰 세팅되어 있다. 28인을 소집했고, 부상자를 포함한 5인이 낙마하며 최종 23인 엔트리를 짰다. 손흥민으로 상징되는 공격력, 기성용이 책임지는 허리, 일사불란한 수비 조직력을 꿈꾼다. 스웨덴전을 잡고, 멕시코전에서 승점 획득, 독일전에서도 선전해서 16강에 오르도록 프로그래밍되었다. 한 줄, 한 줄, 문법을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현실은, 최소한 지금까지는, 다르다. 선발 멤버였던 권창훈과 김진수가 부상 낙마했다. 국내 소집 2주일을 전력 강화보다 최종 23인의 공정한 선발로 소진했다. 부상자 변수를 대비하거나 최정예를 짜기 위한 과정이라고 하지만, 23인 추리기 작업에 2주일이나 걸릴 정도로 국내 선수 풀이 방대할 줄은 미처 몰랐다. 부정적 여론은 커져만 가고, 볼리비아전에서 드러났듯이 선수들의 자신감도 의문스러워 보였다. 시쳇말로 ‘현실은 시궁창’에 가깝다. 빨간 약을 먹고 잠에서 깬 네오의 눈에 처음 들어온 칙칙함이다.

지금 신태용 감독은 중간 세상에 갇혔다. <매트릭스>에서 등장하는 ‘모빌 애비뉴’다. ‘통쾌한 반란’과 불안한 현실 사이에 끼었다. 최근 <포포투> 인터뷰에서 손흥민은 “월드컵에 가면 꼭 전쟁터 나온 애들 같다”라고 말했다. FIFA월드컵 본선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각성’ 상태로 출전한다. 슈퍼스타들조차 죽기 살기로 뛴다. 신태용 감독은 선수나 지도자로서 그런 수준과 긴장감을 경험해본 적이 없다. 에밀 포르스베리, 하비에르 에르난데스, 토마스 뮬러의 실력이나 월드컵이란 최고 대회에서의 긴장감을 직접 체감한 적이 없다는 뜻이다.

소집기간 내내 기성용과 손흥민은 정신력과 자세를 입에 달고 지냈다. 둘은 월드컵을 직접 경험했고, 유럽 최고 무대에서 쟁쟁한 스타들을 상대하고 있다. 그런 두 선수가 정신력과 수비 안정을 내세우는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반면 신태용 감독은 공격 축구를 표방한다. 실전 테스트 없는 필승 전략과 세트피스가 갑자기 월드컵 본선에서 먹힐 것이라고 믿는다. 그 과정에서 대회 직전 평가전의 부진, 연막작전 주장, 트릭 실언 등 ‘버그’들이 눈에 띈다. 본인이 꿈꾸는 이상(매트릭스)과 대표팀이 처한 현실(인간세계) 사이에 존재하는 중간계에서 갇혀 나타나는 현상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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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는 ‘모빌애비뉴’에 갇힌 네오를 구출하기 위해 모피어스와 트리니티, 세라프가 나선다. 의식과 현실의 중간 진공 지점에 빠진 신태용 감독도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해 보인다. 오스트리아 현지에서 실행하는 체력훈련의 성과가 될 수도 있고, 주전 경쟁을 통한 선수들의 각성일 수도 있다. 아시아 무대의 ‘적당한 경쟁’에 익숙한 선수들이 월드컵이 요구하는 간절함을 대회 직전 깨달을지도 모른다. 신태용 감독의 “트릭”이 본무대에서 마술을 부려 원하는 결괏값을 얻을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신태용 감독은 중간계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구원자나 출구가 잘 보이지 않는다.

신태용 감독의 모든 판단과 단어, 대표팀의 일거수일투족에 매달릴 필요는 없다. 6월 18일 스웨덴전까지 훈련 및 컨디셔닝 계획도 이미 수립되어있을 것이다. 신태용 감독에게는 대표팀의 성적을 책임져야 한다는 사명감도 물론 뚜렷할 것이다. 다만, 첫 경기 열흘 전에 나타나는 버그들은 시점상 커 보일 수밖에 없는 현실도 부정하기 어렵다. 러시아월드컵과 신태용호의 현 상태 사이에는 분명히 중간계가 존재한다. 누군가 또는 무엇인가 신태용 감독을 그곳에서 최대한 빨리 구해내야 한다.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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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재민_편집장

축구는 재미있어야 합니다. 하든 보든 쓰든 읽든 뭐든 @jaemin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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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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