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russia] ‘뛴 거리’는 꾸중의 근거가 되지 못하므로

기사작성 : 2018-06-22 18:44

- 스웨덴전에서 '뛴 거리'가 적게 나왔다는 지적
- 뛴 거리와 승패 결과의 상관관계가 뭐길래?
- 꾸짖으려면 제대로 알고 꾸짖어야 한다

본문


[포포투=홍재민]

스웨덴전 패배로 신태용호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결과를 떠나 기대 이하의 내용이 비난을 불렀다. 다양한 잘못과 실수, 미숙함이 고구마 줄기처럼 끌려 나오는 가운데 ‘뛴 거리’를 근거로 ‘열심히 뛰지도 않았다’라는 지적도 있다. 궤를 벗어난 꾸중인 것 같아 잠깐 설명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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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매체가 ‘뛴 거리’ 데이터로 한국의 스웨덴전 내용을 꾸짖었다. 한국은 총 103.15km를 뛰었다. 조별리그 1라운드에서 가장 많이 뛴 러시아(117.96km)와 비교하면 15km 가까이 덜 뛰었다. C조 2라운드 덴마크전에서 호주(114km)와도 차이가 크다. 스웨덴전에서 패했고, 1라운드에서 한국보다 많이 뛴 팀이 많았으므로 ‘뛴 거리’가 패배의 한 근거로 소환된 것 같다. 차가운 여론은 ‘열심히 뛰지 않아서’라는 주장에 자연스레 동조한다. 월드컵은 머리보다 가슴으로 소비하는 콘텐츠이기에 이런 분위기 형성을 이해한다.

하지만 뛴 거리 합계는 승패 결과와 상관관계가 희박하다. 1라운드에서 가장 많이 뛴 러시아는 이겼지만, 2, 3번째로 많이 뛴 이집트와 호주는 모두 패했다. 110km 이상 뛴 독일과 폴란드도 패했다. 반대로 뛴 거리가 100km도 되지 않았던 이란은 1-0으로 승리했고, 101.29km를 뛴 일본도 이겼다. 우리 식으로 따지면, ‘열심히 뛰지도 않았는데’ 이긴 셈이다. 더 극명한 대비가 있다. 직접 상대였던 스웨덴(101.73km)이 한국보다 덜 뛰고도 이겼다. 스웨덴은 스프린트(통상적으로 25km/h 이상 질주)에서도 254회로 한국(308회)보다 더 적었는데 말이다.

그라운드는 직사각형이다. 횡(좌우)보다 종(양쪽 골대)이 두 배 가까이 길다. 당연히 종 방향 움직임이 잦아야 뛴 거리가 멀게 나온다. 양 팀의 공수가 빈번하게 바뀌는 경기에서는 양쪽 모두 뛴 거리 데이터가 커진다. 넓은 지역에서 맨마크를 적극적으로 가져가는 전술(아틀레티코, 도르트문트 등)도 뛴 거리가 길어진다. 스웨덴전에서 한국은 점유를 내준 상태로 지역을 지키는 전술을 구사했다. 공간은 상대 선수처럼 움직이지 않으므로 마크 자체도 계속 뛸 필요가 없다. 뛴 거리가 길어질 수가 없는 전술이었다는 뜻이다.

‘뛴 거리’ 기록 안에서 내용의 차이를 발견할 수는 있다. 20km/h 이상 빠르게 움직인 거리를 보자. 이란(8.3km), 멕시코(7.5km), 한국(6.6km), 아이슬란드(5.8km) 순서였다. 이란과 멕시코가 한국과 아이슬란드보다 역습을 자주 시도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역습 상황을 자주 만들지 못했던 원인을 찾아야지, ‘왜 빨리 뛰지 않았는가?”라고 물으면 곤란하다. 빨리 자주 뛰기만 해서 역습 상황을 만들 수는 없다. 앞 단락에서 이어지면, 존마킹보다 맨마킹을 했어야 한다는 지적은 합당하지만, 단순히 ‘뛴 거리가 짧다. 더 많이 뛰었어야지!’라는 꾸짖음은 비합리적이다.

경기 중에는 다양한 데이터가 발생한다. 뛴 거리는 물론 골, 슈팅, 패스, 태클, 클리어링 등이다. 이 중에서 승패 결과에 상관관계가 뚜렷한 데이터는 사실상 골(득점, 실점)과 유효슈팅 비율 정도다. 다른 데이터는 경기 이해에 참고할 만한 ‘경향’에 가깝다. 이란(vs모로코)과 한국(vs스웨덴)의 1라운드 경기를 비교해보자. 한국(103.15km)이 이란(99.6km)보다 더 뛰었고, 패스 성공률에서 79%-66%로 앞섰다. 볼 점유율도 48%-36%로 높았다. 그러나 슈팅시도(5-8)와 유효슈팅(0-2), 득점(0-1)로 뒤졌다. 이란은 이겼고, 한국은 패했다.

득점과 슈팅 외 경기 데이터로 해당 팀의 전술과 플레이스타일을 유추할 수는 있다. 하지만 승인 또는 패인을 단정할 증거로 활용하기는 어렵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2015년 여자월드컵 체력분석보고서’에서도 “뛴 거리와 대회 순위의 상관관계는 뚜렷하지 않았다”라고 적시한다. ‘뛴 거리’를 체력의 기준으로 삼기에는 순발력, 근력, 근지구력, 심폐지구력 등 체력의 종류도 너무 다양하다. 무엇보다 경기는 상호작용한다. 상대가 빨라지면 대응해야 하므로 자연히 빨리 많이 움직여야 한다. 템포가 떨어지면 양쪽 모두 느려진다.

반드시 이겨야 했던 스웨덴전에서 패했으니 실망감이 크다. 그렇다고 해서 승패 결과와 상관관계가 뚜렷하지 않은 데이터를 근거로 신태용호의 자세를 비판하는 것은 지나치게 감정적이다. 차라리 ‘너희 뛰는 표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라고 꾸짖는 쪽이 훨씬 속 시원할 뿐 아니라 하고 싶은 말에 더 가깝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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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재민_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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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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