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민의 축구話] 죽기에 180분, 살기에 90분, 바꾸기에 4년

기사작성 : 2018-06-28 05:03

- 2018 FIFA월드컵 러시아 F조 3경기
- 대한민국 2-0 독일
- F조 3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본문


[포포투]

이빨을 드러내라.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새 유니폼의 카피였다. 뜻을 물어보니 ‘결정적 순간에 이빨을 드러냈던 한국 축구의 저력’이라고 했다. 갸우뚱했다. 180분이 지나자 ‘이빨은 무슨…”이라고 생각했다. 마지막 90분에 한국은 정말 이빨을 드러내 디펜딩챔피언의 숨통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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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호의 F조 첫 두 경기는 최악이었다. 스웨덴전에서 ‘유효슈팅 제로’ 졸전 끝에 무릎을 꿇었다. 멕시코전에서도 1-2로 패하면서 한국은 완전히 녹아내렸다. TV 해설자들의 흥분한 코멘트가 각종 매체를 거쳐 증폭되면서 특정 선수들을 죽였다. 비석 위에는 ‘신태용’과 ‘트릭’이란 글씨가 주홍색으로 굵게 새겨졌다. 180분은 국가대표팀을 흙바닥에 파묻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주어진 90분 동안, 한국은 관 뚜껑을 박차고 땅 위로 솟구쳤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독일을 2-0으로 꺾었다. 한국은 카잔 아레나의 그라운드에 모든 것을 쏟았다. 반대로 독일의 신경은 마구 흐트러졌다. 눈앞의 FIFA 57위와 953km 떨어진 곳에 있는 스웨덴을 동시에 상대해야 했다. 한국이 그 틈을 정확하게 두 번 찔렀다. 잃어버렸던 모든 것을 되찾았다. 월드컵 한 대회에서 최고와 최저가 이토록 공존했던 적이 있었던가?

러시아에서 270분이 모두 끝났다. 앞의 180분은 우리가 할 수 없는 것을 가르쳐줬다. 뒤의 90분은 할 수 있는 것을 깨닫게 했다. 투혼으로 좁힐 수 있는 거리를 알았고,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진리를 ‘또’ 실감했다. 경기력의 순서가 거꾸로 되었으면 어땠을까? 스웨덴전에서 최고를 찍고, 멕시코, 독일 순서로 하락했다면, 16강 진출 가능성이 더 컸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우리의 러시아월드컵은 270분으로 끝냈다. 추가시간은 없었다.

독일전에 앞서 스포츠심리 전문가 윤영길 교수(한체대)와 통화했다. 윤 교수는 “다음 월드컵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독일전이 정말 중요하다”라고 조언했다. 독일전 승리는 2022 카타르월드컵로 연결되는 고리였다. 손흥민은 주세종의 패스가 아니라 4년 뒤 월드컵을 향해 전력질주한 셈이었다. 이제 우리에겐 또 다른 시간이 주어졌다. 동시에 한국 축구가 4년을 무책임하게 버리는 잘못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한국 축구라면, 독일전 결과에 취해 모든 것을 리셋해버릴 가능성이 크다. 교훈을 깨끗이 지우고, 제로 상태에서 다시 시작해 4년 뒤에 같은 실수를 되풀이한다. 한국 축구의 창고에는 본선 9회 연속 진출의 경험이 쌓여있지 않다. 동일한 경험을 단순히 9회 반복하는 식으로 지내왔기 때문이다. 잦은 감독 교체, 전임 체제를 무시하는 습성, 어설픈 자신감 등으로 매년 4년을 허비한다.

2014 브라질월드컵 백서가 권고한 심리코치는 신태용호에 없었다. 대회 전 장거리 이동에 따른 컨디션 유지 노하우도 끊겼다. 전문가들은 신태용호가 오스트리아 현지에서 평가전을 두 번(볼리비아, 세네갈) 치른 실수를 지적한다. 실제로 독일전 직후 구자철은 “오스트리아로 와서 하루도 못 쉬었다. 계속 좋을 수 없는 상태에서 이동하고 평가전 하고 또 이동하다 보니까 결과도 안 좋았다”라고 인정했다. 월드컵 레거시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피할 수 있었던 문제였다.

국가대표팀은 독일전 승리로 비난 일색 여론을 가까스로 뒤집었다. 과거처럼 안주해서 귀중한 월드컵 경험을 지우고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서는 안 된다. 러시아의 모든 웃음과 울음을 다음 월드컵의 성공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2014년에서 2018년까지 4년을 폐기 처분한 탓에 한국 축구는 러시아에서 회초리를 맞았다. 2022년까지 4년 남았다. 이제는 정말 달라져야 한다. 한국 축구는 리셋이 아니라 업그레이드를 해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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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재민_편집장

축구는 재미있어야 합니다. 하든 보든 쓰든 읽든 뭐든 @jaemin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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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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